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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청소년 학폭·자살 느는데…상담교사 갖춘 학교 절반 이하

중앙일보

입력

지난 3월 24일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열린 '학교폭력, 사이버폭력 예방 캠페인'에서 참여자들이 날린 학교폭력 아웃 상징 종이비행기. 연합뉴스

지난 3월 24일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서 열린 '학교폭력, 사이버폭력 예방 캠페인'에서 참여자들이 날린 학교폭력 아웃 상징 종이비행기. 연합뉴스

학교 폭력과 자살을 막기 위해 학생 심리 상담을 전담하는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한 학교가 전체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6일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초·중·고등학교 및 특수·기타학교 등 총 1만2068곳에 배치된 전문상담교사는 5398명으로 배치율은 44.7%에 불과했다. 한 학교에만 소속되지 않고 여러 곳을 도는 순회 전문상담교사까지 합친 비율로 실제 상근 교사는 더 적다는 얘기다.

전문상담교사 제도는 상담 자격증을 소지하고 국가 교원 임용고시에 합격한 전문가를 일선 학교에 배치해 학생의 심리적 안정 지원과 위험군 사전 발굴을 목적으로 2004년부터 시행됐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장진영 기자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장진영 기자

제도 시행 이후에도 전국의 학교 폭력은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폭력 실태 조사’에 따르면 학교 폭력 피해 응답률은 2017년 0.9%→2018년 1.3%→2019년 1.6%→2020년 0.9%→2021년 1.1%→2022년 1.7%였다.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수업이 이뤄지던 2020년과 2021년엔 폭력 건수가 줄었지만 전면 등교 실시 이후 다시 증가 추세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지난 4월 ‘학교 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2017년을 기점으로 해서 학교 폭력이 가파르게 올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아동·청소년(만 0∼17세) 자살률도 2021년 10만명당 2.7명으로 2000년대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학생 정신 건강 문제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물론 전문상담교사가 있다고 학교 폭력이 감소한다는 보장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선 전문상담교사를 최소한의 예방책으로 본다. 비전문가인 일반 교사의 상담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일선 학교에선 전문상담교사 배치를 각급 교육청에 꾸준히 요청해왔다. 서울 소재 고등학교 교장은 “아무리 요청해도 교육청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이유로 배치를 안 해준다”며 “전문 상담 인력이 없는 학교는 일반 교사가 그 짐을 떠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조수진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문상담교사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학교당 연간 3250만원이다. 서울 1403개 학교에 1명씩 모두 배치하는 데 드는 예산은 약 226억원으로 서울시교육청 한 해 예산 13조원의 약 0.17% 수준이다.

조수진 의원은 “학교 폭력과 청소년 자살이 사회적 문제가 된 지 오래인데 여전히 일선 학교의 학생 심리 안정 대책에 구멍이 뚫려있다”며 “법에도 명시된 만큼 교육 당국이 100% 배치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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