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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시중은행 전환…5대은행 과점 깨 경쟁 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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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정부가 은행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이 아직 금융당국에 시중은행에 전환을 신청하진 않았지만, 전환 의향은 밝힌 상황이다. 실제 전환이 이뤄진다면, 1992년 평화은행 설립인가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시중은행이 생기게 된다.

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 “은행 산업 과점 폐해가 크다.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지 약 5개월 만이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새로운 은행 사업자의 진출이었다. 금융당국은 이번 발표에서 새 사업자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대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은행업 경험이 있는 대구은행이 영업망을 전국으로 확대하면 지방은행이 없었던 대전·강원과 5대 은행이 장악하고 있는 수도권에서 경쟁 효과가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대구은행의 대출 규모(51조원)는 외국계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45조원)보다 크다.

대구은행이 ‘새 메기’로 주목받은 것은 지방은행 중 시중은행 전환조건을 사실상 유일하게 충족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방은행이 시중은행이 되려면 자본금(1000억원)과 지배구조(비금융주력자 지분 4% 제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대구은행이 이 두 가지에 모두 해당했다.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는 비금융주력자 지분이 높아 전환이 어렵다. 제주은행은 요건은 충족하지만, 규모가 작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위협적 경쟁 상대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말 지점 수는 202개로 KB국민은행(856개)의 4분의 1도 안 된다. 경상도 외 지역의 지점 수는 9개에 불과하다. 자본금이나 대출 규모도 5대 시중은행에 상대가 안 된다.

5대 시중은행 대출·예금·자산 비중

5대 시중은행 대출·예금·자산 비중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대구은행) 규모가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서 작아 당장 큰 효과는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구은행이 얼마나 노력하는지도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새 사업자를 찾지는 못했지만, 신규인가 문은 계속 열어두겠다는 방침이다. 시중은행은 물론 4번째 인터넷전문은행도 언제든 가능하다는 의미다. 김 부위원장은 “(은행이) 잠재적 경쟁자에 대해 인식하면 경쟁의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3사의 영업 기간이 길지 않아, 추가 인가 여부를 신중히 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존 은행의 경쟁력 강화도 추진된다. 우선 저축은행 사태로 묶였던 저축은행 인수합병(M&A) 족쇄를 푼다. 또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율을 시중은행과 동일하게 조정하고,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원화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중) 규제도 기존보다 완화한다.

금융당국은 이미 발표한 것처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해 가계 부채 질적 개선도 시도하기로 했다. 특히 하반기에는 변동성이 작은 신규 잔액 기준 코픽스와 연동되는 신용대출상품도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다.

이자장사로 성과급 잔치를 한다는 비판을 막기 위해, 은행의 성과보수 체계에 대한 견제·감시 장치도 마련한다. 특히 은행권 임원에 대한 성과급은 이연 지급의 비율(40→50%)과 기간(3년→5년)을 늘린다. 이연 지급이 늘면 중간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중간에 성과급 환수 조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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