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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 같은 노래에 제작진도 감탄"... ‘슬램덩크’ 주제곡 부른 텐피트

중앙일보

입력

일본 록밴드 텐피트(10-FEET)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제곡 '제 제로감'을 만들고 불렀다. [사진 샹그릴라엔터테인먼트]

일본 록밴드 텐피트(10-FEET)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제곡 '제 제로감'을 만들고 불렀다. [사진 샹그릴라엔터테인먼트]

팀의 명운이 걸린 절체절명의 상황, 거대한 벽 같은 수비수에 둘러싸인 주인공 송태섭을 향해 영화 속 동료들은 물론 관객도 하나 되어 외친다. “뚫어, 송태섭!”

올초 극장가의 신드롬을 일으킨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명장면 중 하나다. 이 대목에서 영화의 주제곡 '제 제로감'(第ゼロ感)이 깔린다. 박진감 넘치는 드럼 소리에 영화를 본 469만 관객의 심장도 함께 뛰었다. 수많은 관객이 노래를 다시 찾아 들으며 영화의 여운을 달랬다.
‘제 제로감’을 만들고 부른 일본 록밴드 텐피트(10-FEET)는 “송태섭(미야기 료타)이 강한 상대를 뿌리치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 드리블로 돌파하는 장면이 가장 이 곡과 잘 어울린다”고 자평했다. 15일 KBS 아레나에서 첫 내한 공연을 앞둔 이들을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올해로 데뷔 26년을 맞은 3인조 밴드 텐피트는 만화 '슬램덩크'의 원작자이자 영화를 직접 연출한 이노우에 다케히코 감독으로부터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주제곡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드러머 나카오카 코이치(48)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엄청난 '몰래카메라'일 거라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믿기지 않는 제안이었다는 의미다. 이어 “영화 음악은 평소 텐피트의 음악(록)과 달리 더 다양한 장르를 다른 방식으로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초반에는 당황스러웠다. 멤버들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관객을 영화에 몰입케 하는 곡 위주로 작업했다”고 말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사진 NEW]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사진 NEW]

주제곡인 ‘제 제로감’을 비롯해 영화에 들어갈 14개의 배경 음악을 만드는 데 무려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는 미타무라 타쿠마(48)는 “음악적으로는 (감독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지만, 특정 장면이나 주인공의 심정 등에 대해선 감독님과 깊은 대화를 나눴다”며 “그렇게 대략적인 영화 속 상황을 바탕으로 만든 음악을 몇 차례 주고 받으며 수정을 거듭했다”고 했다. 그렇게 태어난 주제곡 '제 제로감'에는 영화의 주인공 송태섭의 서사가 녹아들어 있다. 제작진들조차 "혜성 같은 노래가 나타났다"고 감탄할 정도였다.

노래는 영화의 인기와 더불어 상승세를 탔다. 보컬과 베이스를 맡고 있는 이노우에 나오키(46)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제 제로감'을 알게 됐고 사랑 받게 됐다”고 말했다. ‘제 제로감’은 지난 2월 1일 일본 오리콘 주간 디지털 싱글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는데, 텐피트의 26년 음악 경력에서 오리콘 순위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벅스, 바이브 등 국내 음원 플랫폼에서는 J-팝 차트 순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데뷔 후 첫 단독 내한 공연을 열게 된 계기다.

텐피트는 오는 15일 KBS아레나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연다. 사진은 텐피트 일본 공연 모습. [사진 샹그릴라엔터테인먼트]

텐피트는 오는 15일 KBS아레나에서 첫 내한 공연을 연다. 사진은 텐피트 일본 공연 모습. [사진 샹그릴라엔터테인먼트]

지난 4월 내한해 간소한 영화 홍보 행사를 가졌던 이들은 이번에는 2시간 안팎의 단독 공연을 통해 텐피트의 음악을 한국 팬들에게 선보일 기회를 갖게 됐다. 코이치는 “다시 한국에 오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이번에는 단독 공연인 만큼 여러 텐피트의 곡들을 부를 수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이들은 ‘제 제로감’을 비롯해 ‘히토리세카이’, ‘헬로 픽서’, ‘리버(RIVER)’ 등을 부를 예정이다.

텐피트라는 팀명은 농구 골대 높이인 10피트(약 3m5㎝)에서 착안해 “닿을 것 같지만 닿을 수 없는 거리”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팀명처럼 멤버들은 자신들의 목표에 닿기 위해 1997년부터 꾸준히 밴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나오키는 “한 해에 100건 이상의 라이브를 하는 등 인디 록밴드로서 매우 힘들 때도 있지만, 늘 좋은 라이브를 하고 싶다는 목표 하나 만으로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면서 “노래를 부르는 저희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라이브가 펼쳐질 때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한국 아이돌과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는 이들은 "그 무엇보다도 공연에서 경험하게 될 한국 관객과의 무대 호흡이 가장 기대된다"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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