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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배우 신영균 "이승만기념관에 땅 4000평 내놓겠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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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1875~1965년)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이 추진되는 가운데 원로배우 신영균(95)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이 서울 강동구의 사유지 4000평을 기념관 부지로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로 배우 신영균.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원로 배우 신영균.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신 회장의 부지 기증 의사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위원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발족식 회의 때 즉석에서 나왔다. 이 전 대통령의 양자(養子)인 이인수 박사를 비롯해 박정희ㆍ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등 5명이 고문으로 참여하고 여야 원로 및 4ㆍ19 학생 시위 주도자까지 뜻을 합쳐 한 자리에 처음 모인 날이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이인수 박사 배우자인 조혜자 여사,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 안병훈 기파랑 사장,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추진위원장), 이영일 대한민국역사와미래 고문, 김길자 대한민국사랑회 회장,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이윤생 오성회계법인 대표, 김군기 영남대 교수, 김석규 코리아글로브 상임이사, 황성욱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신철식 우호문화재단 이사장, 복거일 소설가, 주대환 죽산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 조태열 전 주유엔대사, 조보현 배재학당 이사장, 이진만 변호사. 사진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이인수 박사 배우자인 조혜자 여사, 인보길 뉴데일리 회장, 안병훈 기파랑 사장, 신영균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추진위원장), 이영일 대한민국역사와미래 고문, 김길자 대한민국사랑회 회장,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 한화갑 한반도평화재단 총재, 이윤생 오성회계법인 대표, 김군기 영남대 교수, 김석규 코리아글로브 상임이사, 황성욱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한용외 인클로버재단 이사장,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신철식 우호문화재단 이사장, 복거일 소설가, 주대환 죽산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 조태열 전 주유엔대사, 조보현 배재학당 이사장, 이진만 변호사. 사진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복수의 참석자에 따르면 추진위 정관과 향후 계획 등이 공유된 이 자리에선 기념관 부지와 재원 마련에 대한 얘기도 오갔다. 국가보훈부는 이 전 대통령이 독립유공자(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수훈)라는 점에 착안해 독립유공자법을 근거로 기념관 건립 비용 100%를 지원할 방침이었지만, 추진위는 “대통령으로서 예우하자”는 점에 공감해 전직대통령예우법을 따르기로 했다. 이 경우 정부 예산은 사업비의 최대 30%만 지원받을 수 있어 나머지 70%는 국민 성금을 모으기로 했다.

이런 와중에 추진위원으로 참석한 신 회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제가 서울 강동구에 땅 2만4000평이 있는데, 그 땅 중에 이 전 대통령이 낚시를 즐기던 한강 변 고덕동 땅 4000평이 있다. 추진위가 기념관 부지로 쓰겠다면 4000평을 모두 기증하겠다”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한다.

기부 의사를 밝힌 것과 관련해 신 회장은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회의에 참석해보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뜻깊은 일이 제대로 추진되는 것 같아 너무나 다행스럽고, 참석한 내가 자랑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건국의 아버지를 기리는 사업에 국민으로서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에서 기증 의견을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영균(왼쪽) 주연의 영화 '빨간 마후라'(1964) 스틸컷. 오른쪽은 윤인자. 사진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신영균(왼쪽) 주연의 영화 '빨간 마후라'(1964) 스틸컷. 오른쪽은 윤인자. 사진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어 신 회장은 “여태껏 살면서 대한민국의 건국 대통령이 아직 기념관 하나 없다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이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세웠을 뿐 아니라 한국 전쟁 땐 미국을 참전시켜 영토를 지켜냈다. 이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 전 대통령 고향인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났다. 신 회장은 “어릴 때부터 고향에서 ‘독립운동가 이승만’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고 자라 자랑스럽게 생각했었다”며 “훗날 내가 성인이 된 후 이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직접 뵌 적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참 좋은 인상으로 남은 존경하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치과의사 출신으로 1960~1970년대 ‘빨간 마후라’ ‘연산군’ ‘미워도 다시 한번’ 등 3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신 회장은 이후 정치인(재선 국회의원)과 사업가로도 활동했다. 기부도 적극적이었다. 2010년 사재 500억원을 문화예술계에 기증해 ‘신영균 예술문화재단’(이사장 안성기)을 설립했고, 2016년엔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에 10억원, 지난해엔 모교인 서울대 치대에 10억원을 기부했다.

신 회장 제안으로 이승만 기념관 부지 후보는 늘어나게 됐다. 이전까지 검토되던 기념관 부지는 배재학당 역사박물관(서울 중구), 이승만 연구원(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서울 종로구) 인근 등 3곳이었는데, 신 회장의 제안 후 추진위원들 사이에선 “강동구도 포함해 부지를 선별해보자”는 말이 오갔다고 한다.

배우 신영균(오른쪽)씨와 '신영균 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인 배우 안성기씨가 2019년 11월 6일 충무로 명보 아트홀에서 빨간마후라 인형을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씨는 재단이 설립된 2010년부터 현재까지 13년째 이사장을 맡고 있다. 권혁재 기자

배우 신영균(오른쪽)씨와 '신영균 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인 배우 안성기씨가 2019년 11월 6일 충무로 명보 아트홀에서 빨간마후라 인형을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안씨는 재단이 설립된 2010년부터 현재까지 13년째 이사장을 맡고 있다. 권혁재 기자

추진위 움직임도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행정안전부에 추진위를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 신청한 데 이어 빠르면 이달 내에 사무국도 꾸릴 예정이다. 사무실은 추진위원인 조보현 배재학당 이사장의 제안으로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내에 차리기로 했다. 사무국을 총괄할 사무국장은 추진위원인 김군기 영남대 교수가 맡는다. 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무국 일에 전념하기 위해 영남대에 퇴직 신청도 마쳤다”며 “많은 분이 물심양면으로 힘을 합쳐 좋은 일을 하는 만큼 꼭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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