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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역 사고 그뒤…"1만명→2000명대, 교통사고 사망 줄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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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창립 42주년 한국교통안전공단 권용복 이사장 인터뷰

권용복 이사장이 공단 설립 과정과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권용복 이사장이 공단 설립 과정과 성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공단이 어떻게 설립됐는지 아시나요?”
  최근 서울 양재동의 한국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 수도권 스마트워크센터에서 만난 권용복(62) 이사장은 이렇게 물었다. 공단은 꼭 42년 전인 1981년 7월에 출범했다. 당시 명칭은 교통안전진흥공단이었다.

 “잘 모른다”고 답하자 권 이사장은 “1977년 11월 11일 이리역에서 발생한 열차폭발사고가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리역 열차 폭발사고는 다이너마이트를 대량으로 실은 화물열차가 이리역에서 폭발해 59명이 숨지고, 1400여명이 다친 데다 역 주변이 초토화된 충격적인 사고였다. 2021년 2월에 취임해 공단을 이끌고 있는 권 이사장에게 설립 과정과 성과, 앞으로 갈 길을 물었다.

 - 이리역 폭발사고와 공단 설립이 어떤 연관이 있나.  
 “당시 사고 원인을 조사했더니 안전규정이 지켜진 게 하나도 없었다. 화약류를 실은 열차는 되도록 도착지까지 직통하도록 돼 있는데 이리역의 화차 배정직원들이 뒷돈을 요구하며 열차를 붙잡았다. 이에 화가 난 화물차 호송원이 술을 마신 뒤 열차 안을 밝히려고 양초를 켰는데 그게 쓰러지면서 참사가 일어났다. 모두 규정 위반이다. 이후 교통안전을 종합적으로 전담할 기관의 필요성이 대두하면서 공단 설립이 추진됐다.”
이리역 폭발 사고의 참혹했던 현장. 중앙일보

이리역 폭발 사고의 참혹했던 현장. 중앙일보

 - 설립 42년을 맞았는데 공단의 대표적 성과를 꼽는다면. 
 “공단이 출범하고 10년 뒤인 1991년 교통사고 사망자가 1만 3400여명까지 치솟았다. 당시 불기 시작한 '마이카(MY CAR) 붐'의 영향도 있었다. 이듬해인 1992년을 교통사고 줄이기 운동 원년으로 선포하고 다양한 캠페인과 사업을 벌였다. 그동안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와 안전띠 메기 운동, 안전속도 5030 정책 등이 이어졌고 그 성과로 지난해엔 교통사고 사망자를 역대 최소인 2735명까지 줄일 수 있었다. ”
 - 여전히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2017년 이후 길을 걷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경우가 40% 이상 감소했다.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과 함께 교통안전 패러다임을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정책적 노력이 효과를 발휘했다고 본다. 하지만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 중 사망자 비율이 30%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아직도 가장 높은 점에 대해선 안타까움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 올해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를 위한 목표와 계획은. 
 “목표는 지난해보다 12%가량 줄어든 2396명이다. 이를 위해 우선 보행자와 고령자 등 취약 분야에 대한 안전대책을 강화하려고 한다. 또 최근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는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이동장치(PM, Personal Mobility)와 자전거, 오토바이 같은 두 바퀴 교통수단에 대한 집중적인 안전관리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자전거와 PM 사고 사망자는 전년도 보다 각각 30.0%, 36.8%씩 증가했다.)  
 - 화재 등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도 많이 제기된다.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화재 등 여러 사고가 생기고 있다. 공단에선 어떤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연구하고 있다. 충전량의 문제이거나 제작상 결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운전자들의 안전 운행에 도움이 될 수도 있도록 적정 충전량과 차량 관리요령 등도 체계적으로 정리해 제공할 생각이다. ”
권용복 이사장(가운데)이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권용복 이사장(가운데)이 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한국교통안전공단

 - 도심항공교통(UAM) 상용화를 앞두고 안전에 관심이 쏠린다. 
 “2025년 UAM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K-UAM 핵심기술개발사업'에 기획단계부터 참여하고 있으며, UAM 등 미래 모빌리티 운영에 따른 사고 대응체계 구축 기획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새로운 교통수단 도입에 따른 사고 발생 시 파생될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과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을 위해서도 노력 중이다.” 
 - 이사장으로서 남은 기간 경영 목표와 과제가 있다면.
 “공단 사업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혁신은 선택이 아닌 존립의 필수 조건이다. 정부로부터 위탁받은 100여개가 넘는 사업은 단순히 실행하는 역할 뿐 아니라 차원 높은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또 4차 산업혁명이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이질적이던 분야의 융합을 만들고 있는 것처럼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공단 내부, 관계 기관, 더 나아가 사회 공동체 전체의 소통과 참여를 끌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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