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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태양광 보조금 비리, 5824억 추가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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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무조정실은 문재인 정부 때 태양광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사업 활성화를 위해 지급된 정부 지원금 등에 대해 2차 점검한 결과 총 5359건, 5824억원의 위법·부정 집행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2차 점검한 결과다. 소수 표본을 추출해 실시한 1차 점검(지난해 9월 결과 발표)에선 2267건, 2616억원의 부정 집행이 확인됐다. 1, 2차 점검에서 적발된 부정사용액은 8440억원에 달한다.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이 조사 대상이었다. 그중 금융지원사업에서 4898억원(3010건)의 부당 행위가 적발돼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다.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선 574억원(1791건), 전력분야 연구개발(R&D) 지원 사업에선 266억원(172건),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선 86억원(386건)의 부정 집행 사례가 드러났다.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 가장 규모가 컸던 4898억원의 부정 금융지원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을 빼낸 수법은 지난 1차 조사 때 드러난 것과 유사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축소하는 등 세금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태양광 지으려 가짜 농사시설…공사비 뻥튀기 등 5359건 적발

2019년 정부 지원금을 받아 매입됐지만 방치된 풍력사업 관련 R&D 사업 장비의 모습. [사진 국무조정실]

2019년 정부 지원금을 받아 매입됐지만 방치된 풍력사업 관련 R&D 사업 장비의 모습. [사진 국무조정실]

부패예방추진단장을 맡은 박구연 국무1차장은 브리핑에서 이를 가리켜 “굉장히 악질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버섯 재배시설 및 곤충사육시설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현행법을 악용해 실제 경작을 하지 않으면서도 농축산물 생산시설로 위장한 사례(286건)도 다수 적발됐다. 곤충사육사는 점검 대상 중 80.3%가, 버섯재배사는 56.9%가 가짜 시설이었다.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도 보조금이 줄줄 새긴 마찬가지였다.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교부받은 마을회 중엔 맹지를 매입해 방치하거나 보조금으로 취득한 부동산을 마을회장 배우자나 6촌에게 되판 사례도 있었다. 일부 지자체들은 보조금으로 시청 관용차량을 구입하는 등 임의로 집행했고, 집행 결과를 허위 결산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감독 책임이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전력기금사업단이 지자체의 보조금 사업계획과 회계법인 정산 용역 결과 등에 대한 기본적 검토를 하지 않은 사례도 드러났다.

2019년 정부 지원금을 받아 매입됐지만 방치된 창고 부지. [사진 국무조정실]

2019년 정부 지원금을 받아 매입됐지만 방치된 창고 부지. [사진 국무조정실]

전력분야 R&D사업 역시 127억원이 투입된 해상풍력 사업에 쓰여야 할 장비가 야적장에 방치되는 등 수백여 건의 부실 지원 사례가 적발됐다. 실적 부진으로 중단된 과제에 대한 연구비가 회수되지 않고, 운영 부실로 사망사고가 난 기업에 정부 지원금이 계속 지급되거나 연구비를 이중 수령한 사업도 수십 건이었다.

국조실은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 2018∼2022년까지 약 12조원이 투입됐음에도 기금 운용이나 집행에 대한 점검이 미흡했다. 부정부패 근절을 위해 강력한 제도 개선과 지속적 추적, 사후관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제도개선 대책으로 ▶금융지원사업 단계별 관리감독 강화 ▶버섯·곤충사육사 태양광 시설 지원 배제 ▶세금계산서 검증 강화 등을 발표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박구연 1차장은 “현재까지 404억원의 지원금 환수를 요구했고, 626건을 수사 의뢰했다. 추가 조사와 수사를 통해 위법 부당수익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박 1차장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피하고, 태양광은 핵심적인 사업 유형”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발전산업 생태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력산업기반기금 관리부처인 산업부는 국조실의 2차 점검 결과 발표 뒤 “주무 부처로서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특히 산업부는 “다수 지적 사항이 확인된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강경성 2차관이 주재하는 ‘재생에너지 정책 혁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혁신 방안을 마련하겠다. 환수가 결정된 건에 대해서는 끝까지 환수 조치할 예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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