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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생활 사나이’ 조코비치, 올해도 잔디 씹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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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윔블던 경기에서 이기면 잔디를 뜯어먹는 기행을 일삼는 노박 조코비치.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윔블던 5연패와 함께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AP=연합뉴스]

윔블던 경기에서 이기면 잔디를 뜯어먹는 기행을 일삼는 노박 조코비치.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윔블던 5연패와 함께 캘린더 그랜드슬램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AP=연합뉴스]

“루틴은 저한테 엄청나게 중요해요. 특정 행동을 해서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 행동을 꾸준히 하고 싶은 게 인간입니다.”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36·세계랭킹 2위·세르비아)는 3일(한국시간) 영국 BBC와의 윔블던 특집 인터뷰에서 자신의 롱런 비결을 이렇게 밝혔다. 4대 메이저 대회 중 유일하게 잔디 코트에서 열리는 윔블던은 이날 영국 런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개막했다. 1라운드 경기를 치른 조코비치는 페드로 카친(28·세계 68위·아르헨티나)을 3-0(6-3 6-3 7-6〈7-4〉)으로 완파하고 순항했다.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에서 2번 시드를 받았다. ‘샛별’ 카를로스 알카라스(20·세계 1위·스페인)가 톱 시드다.

조코비치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30대 중반이 넘어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유지하고 있다. BBC는 “조코비치는 엄격한 루틴과 세심한 대회 준비로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라이벌 라파엘 나달(37·스페인)이 경기 중 10가지 이상의 루틴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면 조코비치는 코트 밖 ‘루틴 부자’다. 루틴은 운동 수행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하는 일관성 있는 행동을 뜻한다. 조코비치는 “대회를 준비하며 루틴을 지키는 것을 선호한다.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 안정감은 경기에서 자신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적인 루틴은 ‘8시간 30분’ 수면 원칙이다. 조코비치는 “잠은 다른 어떤 회복 루틴보다 중요하다”며 충분한 휴식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충분한 수면을 통해 피로한 상태에서 회복하고 좋은 컨디션을 만든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든다. 8~9시간 동안 깨지 않고 깊은 잠을 잔다. 아침마다 스트레칭과 요가를 20분간 병행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습관이다.

낮잠도 그의 일과다. 조코비치는 하루 중 10~30분을 할애해 눈을 붙이고 명상을 한다. 그는 “단 5분이라도 별도의 시간을 내 심호흡을 하면서 눈을 감으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조코비치가 수면을 통해 컨디션을 유지한다면 강철 체력의 비결은 철저한 식단이다. 그는 밀가루에 포함된 불용성 단백질 성분인 글루텐 섭취를 중단하는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이요법을 고집한다. 신인 시절 컨디션 난조와 체력 저하로 고생했던 조코비치는 2010년 자신이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식습관을 바꿨다. 소화가 잘되지 않고 지방이 많은 피자·파스타·유제품·설탕 등을 끊었다. 대신 채소와 콩·닭고기·생선·과일·견과류 등을 주로 먹는다. 들쑥날쑥했던 체중은 77㎏에 고정됐고, 체력 저하 문제도 사라졌다. 조코비치는 “내 몸에 필요한 올바른 음식을 제대로 된 방식으로 먹기 시작하면서 인생도 변했다”고 밝혔다.

대회를 앞두고 전담 미용사를 찾아 머리를 깎고 정신력을 가다듬는 것도 조코비치의 주요 루틴이다. 그는 수년째 짧게 자른 스포츠머리를 고수 중이다. 조코비치의 전담 미용사는 영국의 유명 헤어스타일리스트인 리키 월터스다. 영화배우 샌드라 블록, 아널드 슈워제네거, 축구 선수 게리 네빌 등이 고객이다.

윔블던에서만 지키는 루틴도 있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경기에서 이길 때마다 코트 잔디 일부를 뜯어 먹는 기행도 서슴지 않는다. 조코비치는 “어린 시절 윔블던은 꿈이었다. 꿈의 무대에서 엉뚱한 행동을 해보고 싶었는데 잔디 뜯어 먹기를 행동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조코비치가 올해 윔블던에서 우승하면 통산 8번째 우승이자 5연패를 달성한다. ‘황제’ 로저 페더러(42·은퇴·스위스)와 함께 윔블던 147년 역사상 가장 많이 우승한 선수가 된다. 만 36세인 그는 또 2017년 페더러가 만 35세에 세운 윔블던 남자 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 경신에도 도전한다.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조코비치가 윔블던마저 휩쓸 경우 한 해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도 눈앞에 둔다. 테니스 역사상 로드 레이버(1962, 69년 2회·호주)와 돈 버지(1938년·미국), 두 선수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은 오는 8월 열린다.

▶'루틴 부자' 조코비치가 윔블던을 준비하는 법

1. 무슨 일이 있어도 자정 전 취침
2. 매일 8시간 30분간 깊은 수면
3. 기상 후 가장 먼저 수분 섭취(물 한잔)
4. 매일 아침 20분간 스트레칭 및 요가
5. 매일 오후 10~30분간 낮잠 겸 명상
6. 매끼 글루텐 프리 식이요법
7. 매끼 채소, 생선, 과일 등 위주 식단
8. 대회 앞두고 전담 미용사 찾아 머리 깎기(스포츠머리 유지)
9. 대회장 화장실서 거울 보며 마인드 컨트롤
10. 코트 잔디 뜯어먹기(조코비치의 윔블던 우승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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