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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돈봉투 의혹’ 핵심역할, 송영길 전 보좌관 구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서 자금 전달의 핵심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 출신 박용수씨가 3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1시쯤 “증거인멸 우려 등”을 근거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교체 지시 등 검찰이 파악한 박씨의 증거인멸 정황을 법원이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영장심사에선 검찰과 박씨 측 변호인 양쪽 모두 준비한 자료를 제출하며 구속 필요성을 두고 맞붙었다.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검사 6명이 200장 분량의 파워포인트로 기초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사안의 중대성을 밝혔다. 박씨 측 변호인도 50장 이상의 의견서를 냈다. 박씨 측은 ‘혐의 사실에 등장하는 국회의원들과 달리 박씨는 당시 보좌관 신분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가 단순 자금 전달자가 아니라 캠프 자금을 총괄한 핵심 인물이라고 보고 있다. 당시 송영길 전 대표의 선임 보좌관으로서 선거운동을 점검·조정하며 수입·지출 등 캠프 살림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박씨는 송 전 대표 당선을 목적으로 ‘스폰서’ 역할의 사업가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받은 돈에 1000만원을 더해 총 6000만원을 윤관석 의원에게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런 자금 흐름이 윤 의원 지시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이후 윤 의원은 300만원짜리 돈봉투 20개로 나눠 2021년 4월 28~29일 민주당 국회의원 약 20명에게 살포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박씨는 캠프 내 서울 지역 상황실장에게 선거운동 활동비 명목으로 50만원을 제공하고,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함께 선거운동 콜센터 운영비 700만원을 대준 혐의도 있다. 검찰은 박씨에게 5000만원을 받고, 6750만원을 뿌린 혐의(정당법 위반 등)를 적용했다.

수사 초기에 비해 박씨의 돈봉투 관여 수준은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검찰 내부에선 박씨의 구속을 기점으로 자금 조성부터 살포까지 일련의 과정이 더욱 구체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송 전 대표, 윤 의원 등 ‘윗선’으로 꼽히는 이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박씨의 진술이 중요한 상황이다.

박씨는 2014~2018년엔 성남시청 임기제 공무원으로 이재명 대표와 일했었다. 당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김용씨 등과 행정기획조정실에 소속돼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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