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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이어 이언주 이탈…정권교체 공신 ‘보수연합’ 와해 조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가운데),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회장(왼쪽 첫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초당적 국민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이 전 의원은 오염수 문제에 대해 특정 진영의 정치적 이익이 아니라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85% 국민 쪽에 서겠다고 밝혔다. 뉴스1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 의원(가운데),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회장(왼쪽 첫번째)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초당적 국민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이 전 의원은 오염수 문제에 대해 특정 진영의 정치적 이익이 아니라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85% 국민 쪽에 서겠다고 밝혔다. 뉴스1

지난해 3·9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 원동력이었던 범(汎)보수 연합체가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때 ‘보수의 여전사’로 불린 이언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3일 국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초당적 국민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경고한다”며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출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한·일 양국 정부의 주장은 과학적 확인이 불가능한 궤변에 불과하므로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괴담 유포자는 국민이 아니라 무조건 믿으라는 정부·여당”이라거나 “윤석열 정부의 태도는 일본 정부보다 더 황당하고 한심하다”는 주장까지 폈다. 민주당의 오염수 공세를 “괴담”으로 규정하고 방어 중인 여권과 정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 전 의원과 함께 이날 회견장에 선 인사들도 하헌기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 등 주로 야권 인사였다.

본래 민주당 소속이었던 이 전 의원은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하며 국민의당에 합류하면서 사실상 보수 진영에 몸담기 시작했다. 무소속 등을 거쳐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에 합류한 그는 줄곧 반문(反文) 전선 선봉에 섰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홍준표 당시 후보 캠프의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한 그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는 여당 내 야당 역할을 자처하며 여권에 쓴소를 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꽃다발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꽃다발을 받고 있다. 김경록 기자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 캠프 전략기획실장으로 여권에 합류했던 금 전 의원도 3일 보도자료를 내어 신당 창당을 구체화했다. 지난 4월 신당 준비 모임인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성찰과 모색)을 발족한 데 이어 이날 신당 이름을 ‘새로운당’으로 확정하고 9월 중 창당 발기인 대회를 열겠다고 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민주당 주류와 갈등을 빚었던 금태섭 전 의원은 2020년 총선 때 당내 경선에서 패한 뒤 그해 10월 민주당에 실망감을 표출하며 탈당했다. 새로운당에는 금 전 의원 외에도 다수의 ‘정권교체 동지’가 합류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취임 후 1호 당내 특별위원회인 ‘민생119특위’ 위원이었던 편의점주 곽대중씨가 대변인으로 나섰고, ‘조국흑서’ 저자 중 한 명인 김경률 회계사도 외곽에서 금 전 의원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대선 당시 윤 대통령과 후보 단일화한 안철수 의원을 대선 때 도왔던 최진석 KAIST 교수도 최근 범여권의 울타리를 떠났다. 안철수 후보 캠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지난달 26일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이끄는 신당 ‘한국의 희망’ 창당 발기인 대회에 발기인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양 의원 역시 대선 때는 무소속 상태에서 민주당을 도왔지만 대선 이후 국민의힘이 제안한 ‘국회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위’ 위원장직을 맡으며 여권에 한 걸음 다가왔던 인사였다.

여권 주류와의 갈등으로 사실상 당에서 쫓겨난 이준석 전 대표가 지난달 30일 옛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회동한 것도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내 입지가 좁아진 이 전 대표에게 친박계가 손을 내밀었다는 일각의 해석이 나오면서 친윤계 사이에선 경계하는 반응까지 나온 까닭이다. 다만 이 전 대표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일상적인 식사자리였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반문(反文)을 기치로 보수 빅텐트를 꾸렸던 인사들의 심상찮은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여권에선 우려가 나온다. 지난 대선 박빙 승부에서 윤 대통령이 0.73%포인트 차 승리를 거둔 배경엔 탈진보 세력과 중도층, 나아가 스윙보터인 2030세대까지 규합했던 범보수 연합의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다같이 모여도 부족할 판에 점점 이탈만 하니, 내년 총선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금태섭 전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다만 총선까지 9개월여가 남은 만큼 “보수층 분열을 걱정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한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제3 정당 창당 등 보수층 분열과 관련해 “총선까지 긴 시간이 남아 보수층 전체를 규합할 시간은 충분하다”며 “신당 창당 관련 영향력을 평가하기에도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도 “결국 우리가 잘하면 되는 문제”라며 “집권 여당인 만큼 총선 전까지 정책을 통해 긍정적 평가를 쌓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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