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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66화. 마법학교

중앙일보

입력

호그와트 같은 마법학교에 방학이 있는 까닭은

소년 해리에게는 부모가 없습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모를 여의고 홀로 된 해리는 친척 집에 맡겨져 불행하게 자라났어요. 그를 맡은 이모와 이모부, 사촌의 괴롭힘으로 잠은 벽장에서 자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친구도 없이 외롭게 살아가던 해리. 그런 해리에게는 뭔가 기묘한 일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촌에게 쫓기던 중 갑자기 엉뚱한 곳으로 이동해 버린다거나, 이모가 엉망으로 잘라낸 머리카락이 하루 만에 원래대로 돌아가고, 입고 싶지 않은 옷이 갑자기 작아져 입지 않게 되기도 했죠. 그런 해리가 11살이 되었을 때, 누군가가 찾아오며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커다란 덩치의 그는 말했죠. “해리, 너는 마법사야.” 해리의 부모는 사실 마법사였고, 해리 역시 마법사의 힘을 지니고 있었던 겁니다. 해리에게 일어난 기묘한 일은 모두 해리가 무의식중에 마법을 사용한 결과였어요. 마법사의 재능을 지닌 해리는 마법을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학교인 호그와트로 향하게 됩니다. 과연 해리는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있을까요.

판타지 세계의 마법학교는 마법의 재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 주인공 해리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마법모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 영화의 한 장면.

판타지 세계의 마법학교는 마법의 재능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 주인공 해리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서 마법모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 영화의 한 장면.

영국의 작가 조앤 롤링의 소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영국뿐 아니라 한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습니다. 어릴 때 학대를 받으며 자라났지만, 비범한 운명을 지닌 소년 해리 포터가 친구·동료와 함께 볼드모트라는 사악한 존재와 싸워 세계를 구하는 이 이야기는 영화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지금도 ‘신비한 동물 사전’ 시리즈를 비롯해 관련 작품이 계속 나오죠. ‘해리 포터’의 인기는 디즈니랜드와 함께 유명한 테마공원,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쥬라기 공원’, ‘죠스’, ‘스파이더맨’ 등 인기 작품의 무대를 꾸며놓은 이곳에는 호그와트 아래의 마을을 그대로 옮겨 놓은 ‘해리 포터 마법사 세계(Harry Potter Wizarding World)’라는 시설이 있죠.

‘해리 포터’가 인기를 끈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무대인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매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탁월한 마법사 덤블도어가 교장으로 있는 이 학교는 스코틀랜드 어딘가 신비한 땅에 있다는 거대한 성으로, 영국의 수많은 마법사가 찾아오죠. 만 11살부터 18살까지 총 7년에 걸쳐 마법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배우며 방학을 제외한 학기 중엔 전원 기숙사에 머물러요. 식비를 포함한 모든 학비가 무료라서 마법 세계의 돈이 없는 머글(마법의 능력이 없는 일반인) 출신의 재능 있는 학생들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유명한 영화 콘텐트와 최첨단 기술이 결합한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도 ‘해리 포터 마법사 세계’는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 있는 호그와트(사진)를 보면 영화 속 한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유명한 영화 콘텐트와 최첨단 기술이 결합한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도 ‘해리 포터 마법사 세계’는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 있는 호그와트(사진)를 보면 영화 속 한 장면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마법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재능을 지닌 마법사가 있는 세계라면, 마법을 배우는 학교도 있을 것이다…. 이런 마법학교는 본래 미국 작가인 어슐러 르 귄의 작품 『어스시의 마법사』에서 처음 등장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게드’는 마법사라는 존재가 지극히 드문 변경에서 태어났지만 일찍 마법의 재능을 깨우치면서 대현자의 인도로 로크 섬의 마법학교로 향하죠. 마법에 익숙한 로크섬에서 게드는 다양한 마법을 마음대로 쓰며 ‘마법사의 생활’을 만끽합니다. 『해리 포터』의 호그와트와 『어스시의 마법사』 속 로크섬 마법학교는 다른 점이 많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재능을 지닌 사람만 들어갈 수 있고, 모두 같이 살며 배운다는 거죠. 반대로 아무리 가고 싶어도 마법사의 재능이 없다면 입학할 수 없죠.

신비한 힘, 마법은 정말로 놀라운 일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하지만 대다수 이야기에서 마법은 극소수 사람만 쓸 수 있는 초능력으로 묘사되죠. 마법학교는 자칫 악용될 수 있는 이 힘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좋은 장소지만, 오직 마법사만 모여있기에 일반인의 상식을 배우기 힘듭니다. 그래선지 호그와트를 비롯한 마법 세계 사람들은 휴대전화 같은 온갖 머글 발명품을 모르죠. 보통 마법이 등장하는 작품에선 전기가 마법과 상극이란 설정 문제도 있고요. 당연하게 마법을 쓰기에 마법을 못 쓰는 일반인의 처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심지어 그들을 배격하며 지배하려 하지만, 한편으로 일반인의 뛰어난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예요.

『어스시의 마법사』에서 학교에 들어간 게드는 새로운 마법을 배우고 사용하기를 즐기지만, 실수로 큰 문제를 일으키고 말아요. 실의에 빠졌던 그는 친구의 믿음을 통해 기운을 얻고 학교를 나가 세상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일을 겪으며 진정한 마법사로 거듭나게 되죠. 많은 사람이 모여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는 학교는 훌륭한 제도입니다. 특히 돈이 없어도 누구나 들어갈 수 있는 공립 학교는 현대 문명이 낳았고, 그 문명을 발전시킨 학문의 요람이죠. 재능을 갈고닦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장단점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사회입니다. 하지만, 일반인 세계에서 자라나 영웅이 된 해리 포터나 학교를 떠나 세계를 배움으로써 진정한 마법사가 된 게드의 이야기는, 때로는 학교 밖에서 더욱 중요한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음을 알려줘요. 마법사로만 이루어진 학교가 아니라, 마법을 쓰지 않고 무언가를 하는 이들에게도 배울 게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죠. 호그와트 같은 기숙학교에도 방학이 있는 것은 그런 가르침을 위해서일지도 모릅니다. 즐거운 방학, 비록 마법은 배우지 못하지만, 다양한 체험을 하며 폭넓은 세계를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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