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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디자인 이어 패널도 베껴? 삼성, 중국 업체에 칼 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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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고유 기술인 ‘다이아몬드 픽셀’(왼쪽)과 중국 업체 BOE의 픽셀 구조. 45도 대각선 방향으로 화소를 구성한 다이아몬드 픽셀은 높은 선명도를 자랑한다. [중앙포토]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고유 기술인 ‘다이아몬드 픽셀’(왼쪽)과 중국 업체 BOE의 픽셀 구조. 45도 대각선 방향으로 화소를 구성한 다이아몬드 픽셀은 높은 선명도를 자랑한다. [중앙포토]

삼성디스플레이(삼성디플)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를 상대로 미국에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가전·스마트폰에 이어 디스플레이까지 중국발(發) 기술 침해가 거세지자 칼을 빼든 것이다. 갈수록 격화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경쟁도 소송의 배경으로 꼽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플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동부 지방법원에 BOE를 상대로 스마트폰용 OLED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삼성디플이 BOE를 상대로 특허 소송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삼성디플은 BOE의 아이폰 12~14용 OLED 패널이 자사의 고유 기술인 ‘다이아몬드 픽셀’ 구조와 구동 관련 기술 등 총 5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다이아몬드 픽셀은 디스플레이 픽셀을 구성하는 서브 픽셀을 다이아몬드 형태로 만들어 화질을 높인 기술이다. 2013년 갤럭시S4 시리즈에 처음 적용됐고, 삼성 OLED 패널의 주요 기술로 자리 잡았다.

이번 소송은 BOE가 이 패널을 미국 아이폰 사설 수리업체에 판매한 것이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수리 과정에서 중국산 패널과 삼성디플의 정품 패널 간 유사성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후 삼성디플은 지난해 12월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미국 패널 공급업체 17곳이 중국산 ‘짝퉁 패널’을 수입하지 못하게 막아달라고 제소했다.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특허 권리 보호 체계가 잘 갖춰진 미국에서 시시비비를 가려보겠다는 전략이었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난 5월 “미국 부품 도매업체 17개 업체를 ITC에 제소했다”며 “이번 소송을 시작으로 특허 자산 보호를 위한 법률적 조치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지난 2월 당초 조사 대상이 아니던 BOE가 ITC 조사에 자진해 응하며 피소자가 됐지만, 곧이어 반격을 시작했다. BOE 등 중국 업체 4곳이 삼성의 디스플레이 특허와 관련해 미국 특허청에 무효심판(IPR)을 청구한 것이다. BOE는 또 지난 4월 중국 충칭 제1중급인민법원에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중국법인 등 7곳이 OLED 패널 구조 관련 특허 5건을 침해했다고 소송을 냈다.

디스플레이 업계와 특허 관련 전문가들은 BOE가 무리한 제소를 통해 삼성의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로 풀이한다. 익명을 원한 변리사는 “이번 삼성디플의 미 법원 소송 제기는 BOE의 적반하장식 대응에 쐐기를 박겠다는 뜻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OLED까지 중국에 기술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전자 LCD사업부에서 분리된 ‘하이디스의 악몽’을 기술 유출의 교훈으로 꼽는다. 하이디스는 이후 BOE에 매각됐고, BOE는 하이디스가 보유했던 기술을 바탕으로 LCD 시장을 장악했다는 얘기다.

OLED 시장도 LCD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중소형 OLED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시장 점유율 격차는 한국 95.5%, 중국 3.6%로 91.9%포인트였지만 지난해엔 그 격차가 59.1%포인트(한국 79.1%, 중국 20%)로 좁혀졌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디스플레이 업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법정 공방이 늘어날 듯하다”며 “차세대 디스플레이에서 기술 격차를 벌리는 한편 특허 침해에 대한 대비가 중요한 숙제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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