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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탐 ‘발암 가능성’에 업계 긴장…감미료 포비아 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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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최근 음료 시장에서 ‘제로 슈거’가 대세로 떠오른 가운데 설탕을 대체하는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될 수 있다는 소식에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소비자 불안이 커질 경우 아스파탐을 함유한 제품에 악영향은 물론, 향후 ‘감미료 포비아(공포증)’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관련 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오는 14일(현지시간) 아스파탐을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2B군 물질로 분류하겠다고 예고했다. IARC는 인체 암 유발 여부와 정도를 5개군(群)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2B군은 인체 관련 자료나 동물실험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다.

식품 업계는 이 같은 소식에 우려를 나타내고 한편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국내 음료 중 아스파탐이 들어간 대표적인 제품은 롯데칠성음료의 ‘펩시제로 3종(라임·망고·블랙)’이다. 인기 제품인 ‘펩시 제로 슈거 라임’은 2021년 1월 출시 이후 지금까지 누적 5억5000만 캔(250mL 환산 기준) 팔렸다. 건강을 챙기면서 즐거움을 찾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가 이어지면서다. 이 회사 관계자는 “아스파탐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식품첨가물 감미료 22종에 속해 있다”며 “펩시 글로벌 본사와 관련 사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의 나쵸·감자톡 등 일부 제품에도 아스파탐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온 관계자는 “아스파탐이 극소량 들어 있어 체중 60㎏ 성인이 60g 제품을 하루에 300개씩 먹어야 WHO에서 정한 1일 섭취 허용량을 초과하는 수준”이라면서도 “선제적으로 원료 대체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이마트 자체 브랜드(PB) 노브랜드의 ‘제로 콜라’ 2종과 ‘스파클링 에이드’ 5종에도 아스파탐이 들어 있다. 이마트는 협력사와 원료 교체를 협의 중이다. 한국코카콜라와 하이트진로, 롯데웰푸드 등은 전 제품에 아스파탐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광동제약도 “(대표 제품인) 비타500과 비타500 제로는 아스파탐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막걸리 업계는 공동 대응에 나섰다. 업계 1위인 서울장수의 경우 ‘달빛유자 막걸리’를 제외한 모든 제품에, 지평주조는 ‘지평생쌀막걸리’ ‘지평생밀막걸리’ 2종에 아스파탐이 함유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스파탐은 식음료의 단맛을 강화하기 위한 원료로 막걸리에 많이 사용한다”며 “제조사별 독자적인 행동이 아니라 관련 기관과 업계가 공동 대응 기준을 마련해 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우선 IARC의 결정과 식약처의 대응 등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아스파탐은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약처 등이 승인한 안전한 감미료로 알려져 있었는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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