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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 튀긴 디올백, 700만원 달랍니다" 알바생 호소…法판단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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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연합뉴스

법원. 연합뉴스

식당 아르바이트가 테이블을 정리하다 손님의 명품 가방을 오염시켰다면 누가, 얼마를, 어떻게 배상해야 할까. 실제 이런 사건이 발생해 알려지면서 적절한 배상 책임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변호사는 "대개 수선비용 정도인데 수선을 못 할 경우 얼룩 때문에 생긴 감가상각이 얼마만큼이나 되느냐에 따라서 훼손된 부분을 물어줘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객관적인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봤다.

지난달 2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알바하다가 디올가방 700만원 배상 요구받았습니다.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 따르면 20대 대학생 알바생 A씨는 테이블 위의 액체를 닦던 중 실수로 옆 테이블 손님 가방을 더럽혔다. 손님 가방은 올 1월에 구매한 레이디 디올 스몰백이었다. A씨는 사과한 뒤 액체를 닦고 세탁 비용 정도의 배상을 생각하며 연락처를 넘겼다.  다음날 손님의 남자친구는 가방의 품질보증서와 함께 배상을 요구했다. A씨 측은 700만원을 전액 배상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주장했다.

글을 읽은 네티즌들이 내놓은 해법은 양분됐다. "사용 중이던 것이니 기존 상태를 기준으로 배상해야 하므로 신품 가격으로 책정될 수 없다. 일부 기름이 튀었을 뿐이어서 전액 배상이 아닌 부분액 배상이 돼야 할 것 같다", "제품 보증서와 구입 영수증 등 확인받고 고소하라고 해라. 실비보험 가입돼 있다면 일상 배상책임도 알아봐라" 등이 그것이다. 이후 피해를 본 가방 주인의 글도 올라오면서 논란은 가열됐다. 가방 소유자인 B씨 측은 "처음 700만원 전액배상을 말씀드린 건 맞다"면서도 "가방 가격이 그러하니 기준 가격을 말씀드린 것이다. 700만원을 지금 변상하라는 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B씨 측에 따르면 디올 측은 가죽 클리닝 CS는 아예 접수조차 받지 않았다. 또 가방 소재가 천연가죽이어서 사설 업체에 맡기는 것도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B씨는 "제품 감가액, 손해액 등을 어찌 알고 정확한 금액을 요구했겠느냐"며 "700만원을 다 받아내고자 노력하거나 강요하거나 협박한 적 없다"고 했다.

전문가 "얼룩 때문에 생긴 감가상각 따라 물어줘야"

이처럼 양측이 첨예한 상황에서 법은 어떤 판단을 내릴까. 법무법인 에이블 양지열 변호사는 1일 중앙일보에 "손해배상은 교통사고랑 비슷하다"며  "글을 올린 측의 과실로 손님이 손해를 입었다는 건데 우리나라 법의 손해배상 원칙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얼마만큼의 손해를 입었다는 걸 입증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여기서 이 손님이 700만원 신제품 가격 보상을 주장하는데 보통 상식적으로 신제품을 물건이 아주 망가지거나 그러지 않는 이상 신제품 가격으로 물어주는 경우가 없다. 사실 수선이 가능하면 수선비용 정도가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수선을 못 할 경우엔 얼룩 때문에 생긴 감가상각이나 이런 것들이 얼마만큼이나 되느냐에 따라서 훼손된 부분을 물어줘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객관적인 가치를 따지는 것이 관건이라는 게 양 변호사의 설명이다.

양 변호사는 "명품 같은 경우엔 특히 중고일수록 값이 비싸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전제들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질지는 잘 모르겠다"며 "중요한 건 손해를 주장하는 사람이 왜 그게 손해인지를 입증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막연히 자신의 기분에 따라 전액 보상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했다.

한편 전액 보상을 요구받았다는 사연을 올린 글 작성자는 이후 새로운 글을 통해 원만한 합의를 이뤘다고 알렸다. 글 작성자는 "피해자분들이 업주 사장님의 보험처리보상 외에 원하는 금액은 없다는 얘길 들었다"며 "이후 제가 진품 확인해달라는 요청에 응했고 함께 백화점 디올매장에 가서 정품인증과 함께 구매 시기, 장소, 금액을 확인했다. 또한, AS가 불가하다는 피해자의 말도 매장직원으로부터 동일하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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