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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동의 ‘맛있는 노포’] 갈치 속살까지 푹 밴 ‘밥도둑 양념’… 외국인 입맛도 사로잡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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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6호 24면

왕성식당(사진 1)

왕성식당(사진 1)

남대문시장은 조선 태종14년(1414년)에 시전(市廛·상설시장)으로 시작해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의 대표 전통시장이다. 현재 1만 여개 점포에서 5만 여명 종사자가 1700여 종의 생활용품을 취급한다. 하루 방문객은 어림잡아 30만 명. 국내 소매상뿐 아니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와 유럽, 미국, 중동 등 세계 각지의 상인들이 찾아오는 시장이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시장 곳곳에 칼국수·갈치조림·냉면·닭곰탕·꼬리곰탕·만두·호떡·숯불갈비·족발·빈대떡·김밥·떡볶이 등 전통과 맛을 자랑하는 가게들이 자리 잡고 있어 쇼핑, 관광, 식사를 함께 해결할 수 있다.

갈치조림(사진 2)

갈치조림(사진 2)

숭례문수입상가 맞은편에는 갈치조림 골목이 있다. 일반 식당가였다가 90년대 초를 전후해 당시 저렴한 생선이었던 갈치로 조림 메뉴를 내놓은 것이 인기를 끌면서 가게마다 갈치조림을 특화했다. 지금은 10여 곳 이상의 내로라하는 전문식당이 영업중이다. 예부터 이른 아침부터 상인들과 시장고객들이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곳이었지만 이젠 인근의 직장인, 맛집을 찾는 젊은 고객,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히려 많이 찾는다. 갈치조림 가게들은 국내산 갈치만 사용하며, 밑반찬도 매일 직접 만들어 입소문과 함께 유명세를 타고 있다.

‘왕성식당(사진1)’은 서울 출신 두 자매가 경영하는 가게로 1988년 개업해 35년째 한 자리에서 영업중이다. 부산에서 오는 국내산 먹갈치는 배에서 잡은 즉시 냉동(선동)해 신선하고 탄력 있는 맛을 자랑한다. 손님이 주문하면 묵직한 철제냄비로 즉석조리를 한다. 먼저 큼지막하게 썰어 삶아 놓았던 무를 냄비 바닥에 깔고, 갈치를 1인당 두어 쪽 올린다. 과일·양파·표고가루 등 각종 재료로 정성껏 만들어 숙성해 둔 비법양념장을 위에 얹고, 다시마로 우려낸 육수를 자작하게 부은 다음, 길게 썬 대파를 위에 올리고 센 불에 끓여낸다.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인데, 갈치 속살까지 양념이 잘 배어 깊은 맛을 자랑한다. 흑미밥에 갈치 한 조각과 국물을 얹어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잘 튀겨낸 갈치와 뚝배기계란찜이 곁들여 나오고 밑반찬은 매일 바뀐다. 갈치조림(사진2)은 2인분(2만4000원)부터 판매한다. 아침 7시에 영업을 시작해 오후 5시에 끝난다. 1, 2층에 각각 테이블이 4개 밖에 없는 작은 가게지만 점심 때 긴 줄은 기본이다. 외국인도 꽤 눈에 띈다. 필자 부부는 엔데믹 이후 남대문시장 구경과 갈치조림 외식을 재개했다. 사람들 틈에 섞여 전통시장 구경도 하고 입맛 당기는 메뉴로 한끼 식사까지 즐겨볼 것을 독자분들께도 추천한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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