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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사망자 70% 줄었지만…두 바퀴 사고는 최악, 왜

중앙일보

입력

 [2023 안전이 생명이다①] 교통안전의 현주소

지난 2월 제주에서 발생한 차량 연쇄추돌 사고 현장. 연합뉴스

지난 2월 제주에서 발생한 차량 연쇄추돌 사고 현장. 연합뉴스

 #. 지난 2000년 한해 국내에서 발생한 갖가지 교통사고로 무려 1만 236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이후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안전띠 착용 운동, 안전속도 5030 시행 등 각종 대책이 이어지면서 2022년엔 역대 최소인 2735명까지 줄었다. 감소율이 무려 73.3%에 달한다. 

#.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역대 최소를 기록했지만,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M, Personal Mobility)과 자전거 사고로 숨진 사람은 오히려 전년도 보다 크게 늘었다. 전동킥보드가 36.8%, 자전거는 30%나 사망자가 증가했다. 

 이처럼 상반된 두 사례는 우리나라 교통안전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반적인 수치상으로는 교통안전이 크게 향상됐지만, 세부적으로 따져보면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30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사장 권용복, 이하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관련 기록을 집계한 이후 가장 적은 2735명이었다. 특히 지난해 4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돼 이동량이 늘었는데도 사망자 수가 전년보다 6.2%나 줄어 의미가 더 컸다는 평가다.

 사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그동안 꾸준히 감소해 왔다. 1991년 역대 최고치인 1만 3000여명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이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최근 5년간(2018~2022년)만 봐도 교통사고 사망자는 2018년 3781명에서 2021년 2916명, 지난해 2735명으로 높은 감소율을 이어왔다.

또 지난해와 2021년을 비교하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자(-8.3%)와 고령자(-2.9%), 어린이(-21.7%)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었다. 교통약자의 희생이 그만큼 감소했다는 의미다. 게다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와 화물차 사고 사망자도 각각 17.0%와 8.4%씩 적어졌다.

 교통안전 수준이 향상됐다는 걸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도 있다. 공단이 매년 주관하는 교통문화지수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엔 81.18점을 기록했다. 2020년(78.94점), 2021년(80.87점)에 이어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교통문화지수는 전국 22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운전행태 ▶보행행태 ▶교통안전 등 3개 항목, 18개 평가자료를 조사하는 것으로 전국적인 교통안전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잣대다.

오토바이의 후면번호판을 촬영할 수 있는 무인단속카메라가 시범운영되고 있다. 뉴스1

오토바이의 후면번호판을 촬영할 수 있는 무인단속카메라가 시범운영되고 있다. 뉴스1

 세부적으로 '운전행태'는 ▶방향지시등 점등률 ▶신호 준수율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 ▶안전띠 착용률 ▶운전 중 스마트기기 사용 여부 ▶음주 운전 여부 ▶규정속도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한다.

 또 '보행행태'는 ▶횡단보도 신호 준수율 ▶횡단보도 횡단 중 스마트기기 사용률 ▶무단횡단 여부 등을 따져보고, '교통안전'은 지자체의 교통안전 전문성 확보 여부와 지역 교통안전 정책 이행 정도, 관련 예산 확보 노력 등을 평가한다.

 공단의 주신혜 책임연구원은 “교통문화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건 교통안전에 대한 국민 의식이 성숙해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광역지자체뿐 아니라 기초지자체에서도 교통안전에 관심을 더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호를 위반한 전동킥보드와 승합차가 부딪히고 있다. 한문철 TV 캡처

신호를 위반한 전동킥보드와 승합차가 부딪히고 있다. 한문철 TV 캡처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길을 걷다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보행 중 사고 사망자)은 줄어들고 있지만,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이는 교통사고 사망자 10명 중 3명은 보행 중 사고 때문이라는 의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1.9배나 높다.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고령자 차지하는 비율(46%) 도 OECD 평균보다 1.7배다.

 또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5.9명)와 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 수(1.1명) 역시 OECD 평균의 1.3~1.4배 수준이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이 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다른 교통사고 사망자는 감소하는데 오토바이와 자전거, 전동킥보드 같은 '두 바퀴 교통수단'만 증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오토바이 사고로 484명이 숨졌으며 자전거는 91명, 전동킥보드 등 PM은 26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년도인 2021년과 비교하면 오토바이는 5.4%, 자전거 30.0%, PM은 36.8%가 각각 증가했다. 이 중 자전거와 전동킥보드는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실생활 이동에서 마지막 구간(라스트마일)을 담당하는 역할로 기대받고 있지만 사고 사망자 수가 늘면서 그 입지도 좁아질 상황이 됐다.

 공단의 김민우 책임연구원은 “배달 오토바이가 증가하면서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같은 법규 위반이 많아져 사망사고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전동킥보드는 운전면허 확인절차가 법제화되지 않고, 안전모 미착용 비율이 높은 게 안전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는 전반적인 교통안전 정책 추진과 함께 연령별, 시기별, 수단별 등 보다 세부적으로 문제점을 찾아내 이를 집중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교통안전공단·중앙일보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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