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Food] 치킨·피자·햄버거어떤 맥주와 가장 잘 어울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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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에게 추천받은 밸런스 좋은 치맥·피맥·햄맥 페어링

치킨은 탄산 많고 상쾌한 라거 무난
피자는 종류 따라 밀맥주 등 선택
햄버거엔 느끼함 잡는 에일 추천

정했다, 오늘 저녁은 치킨이다. 그게 아니라면 피자나 햄버거여도 좋다. 셋 중 뭘 먹어도 좋으니 술도 한 잔 곁들여야겠다. 치킨이든 피자든 햄버거든 술은 정해져 있으니까. 바로 맥주다. 오해가 있을까 덧붙이면, 다른 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원한다면 소주를 택할 수도 있고 스파클링 와인을 고를 수도 있다. 그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치킨·피자·햄버거와 가장 어울린다고 확신하는 술이 맥주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뿐이다.

왜 맥주엔 치킨·피자·햄버거일까

확신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먼저 맥주의 단짝이라 불리는 치킨·피자·햄버거의 공통점을 보자. 종류에 따라 재료도 조리법도 풍미도 모두 다르지만, 공통점이 분명히 있다. 기름지고 무겁다는 것이다. 또 계속 먹으면 질린다. 수제맥주 브랜드인 세븐브로이의 김희상 브루마스터는 맥주와 그 단짝이 어울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치킨·피자·햄버거를 탄산이 있는 맥주와 함께 먹으면 맥주가 혀를 ‘클린징’하는 역할을 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다.”

SK 뉴스쿨에서 비버리지 교육을 담당하는, 복싱타이거의 오너 바텐더 김형규 대표의 의견도 같은데, 여기에 한 가지 이유가 더 붙는다. “치킨·피자는 혼자 먹기에 양이 많다. 또 우리는 음식을 일행과 나눠 먹는 문화가 있다. 여럿이서 떠들썩하게 나눠 먹다 보면 자연스레 맥주가 당기게 된다.” 사람들과 함께 먹으면 맛도 더 좋게 느껴진다. 실제로 맥주 테이스팅은 분위기에 좌우되기도 한다. 김희상 브루마스터는 “치킨·피자·햄버거와 맥주를 함께 마시는, 그 편안하고 경쾌한 분위기는 맛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흥겨운 분위기에서 마시는 맥주는 연이어 다음 잔을 부른다. 맥주의 ‘음용성(drinkability)’이 다. ‘음용성’이란 여러 잔 마시기에 부담이 없는 것을 뜻하는데, 주로 밸런스가 좋은 맥주가 음용성이 좋다. 맥주의 밸런스는 원료인 홉에서 오는 쓴맛과 맥아에서 오는 단맛의 조화에 있다. 김희상 브루마스터는 “단맛이 강한 음식과 함께 쌉싸름한 쓴맛의 맥주를 마시면 밸런스가 좋은 푸드 페어링이 되는 것도 같은 이치”라고 말한다.

맥주와 푸드 페어링한 콜라보 제품 출시

맥주 맛의 경험치가 아직 짧다면, 페어링이 되어 나오는 제품을 선택해보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맥주와 단짝 음식을 페어링한 콜라보 제품이 많이 출시됐다. 예를 들면 비비큐는 2021년 수제맥주 브랜드인 제주맥주와 손잡고 페어링 캔맥주 ‘치얼스’를 선보였고, 2022년에는 수제맥주사인 마이크로브루어리코리아와 함께 자체 수제맥주인 비비큐 비어를 출시했다. 라거와 에일을 모두 취급하는 비비큐비어다.

또,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2021년 아예 수제맥주 브랜드인 ‘문베어브루잉’을 인수해버렸다. 교촌에프엔비는 얼마 전에 열린 ‘2023 서울 국제 주류&와인 박람회’에 참가해 문베어브루잉의 신제품인 ‘문베어 소빈 블랑 IPA’와 ‘문베어모스카토 스위트 에일’을 선보이기도 했다.

치킨 업계만 맥주 페어링을 하는 게 아니다. 도미노피자는 2021년 구스아일랜드 IPA를 한정 판매한 적 있다. 도미노피자 상품기획팀 배상희 팀장은 “구스아일랜드 IPA는 영국 스타일의 밀맥주다. 구스아일랜드 IPA가 가진 홉의 알싸한 향과 상큼한 오렌지 향의 은은한 단맛이 도미노피자의 고소한 치즈와 프리미엄 토핑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다.

기업과 수제맥주의 콜라보레이션도 많아지고 있다. 홍보와 마케팅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기 어려운 수제맥주 브랜드에서 콜라보레이션 같은 아이디어 마케팅을 많이 진행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김형규 대표는 “콜라보 제품에 상업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서 맥주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실제로 훌륭한 맥주도 많다. 또, 이런 시도들이 는다는 것 자체가 맛의 다양성이 열리는 단계”라고 설명한다.

치킨·피자·햄버거에 어울리는 맥주 페어링

호감이 취향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만의 취향이 공고해지기 전까지, 맥주와 단짝 페어링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조합을 전문가들에게 물어봤다. 김형규 대표는 “불맛이 나는 훈연향 짙은 수제버거는 IPA나 가벼운 페일 에일과도 잘 어울리는데, 나 같은 경우는 스타우트와 페어링한다. 피맥으로는 하와이안 피자에 IPA를 추천한다. 달콤한 맛이 있는 피자인데, 단맛을 계속 먹으면 물리기 때문에 쓴맛이 강한 IPA를 함께 마셔주면 좋다. 치맥으로는 바짝 튀긴 치킨을 주로 먹는데, 이때는 탄산 많고 상쾌한 라거가 가장 무난하다”고 말한다.

국제공인 맥주전문가(Certified Cicerone)이자 수제맥주를 수입하는 윈비어의 석진영 대표는 “매콤하면서도 살짝 달콤한 맛이 있는 양념치킨을 세션 IPA와 페어링한다”고 대답했다. 세션 IPA는 향긋한 홉 향이 있으면서 쓴맛이 강하지 않고 도수가 낮아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맥주다. 석 대표는 “보통 쓴맛이 더해지면 매운맛도 더 강하게 느낀다. 양념치킨과 세션 IPA는 매운 걸 잘 먹지 못하는 나에게 최적화된 메뉴”라고 덧붙였다. 햄맥으로는 칠리소스가 더해진 치킨버거에 사워 비어를 추천했다. “신맛이 나는 맥주를 사워 비어(Sour Beer)라고 한다. 단맛이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나뉘는데 그중에서 플랜더스레드 에일(Flanders Red Ale)은 단맛이 있는 사워 비어다.”

김희상 브루마스터의 추천은 프라이드치킨과 보헤미안 필스너(Bohemian Pilsner)다. “피니시가 깔끔하고 홉의 쓴맛이 강한 편이라 기름진 치킨과 먹기에 적합하다. 햄맥으로 가장 잘 알려진 페어링은 아메리칸 페일 에일(American Pale Ale)이다. 홉에서 오는 쓴맛이 햄버거의 느끼함을 잘 잡아줘 안성맞춤이다. 피자는 메뉴에 따라 토핑이 다양해서 페어링을 정하기 어려운 음식 중 하나지만, 밀맥주 바이젠(Weizen)이나 묵직하고 도수가 센 바이젠 복(Weizenbock)을 함께 페어링해도 좋을 것 같다.”

배상희 팀장은 자사 피자와 어울릴 맥주를 추천했다. “예를 들어 ‘치즈 크레이프 샌드 피자’는 풍성한 치즈가 메인인 피자다. 치즈 맛과 어울릴 미디움바디의 앰버 에일(Amber Ale)과 잘 어울린다. 도미노의 시그니처인 ‘블랙타이거 슈림프 피자’는 해산물이 들어간 피자라 상대적으로 라이트한 페일 에일(Pale Ale)을 추천한다. 이 외에도 ‘와일드 와일드웨스트 스테이크 피자’는 커피와 초콜릿, 캐러멜 향이 나는 진한 스타우트(Stout)를, ‘포테이토 피자’는 라거와 필스너가 잘 어울린다.”

◇도움말=세븐브로이 김희상 브루마스터이자 부사장, SK 뉴스쿨 F&B학과비버리지 교육 담당 및 복싱타이거 김형규 대표, 국제공인 맥주전문가(Certified Cicerone) 석진영윈비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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