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 아파트 전용면적 166㎡(55평)가 지난달 36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2021년 1월 체결된 직전 최고가(31억5000만원) 거래보다 5억원 넘게 뛰면서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전용 151㎡(57평) 실거래가를 앞질렀다. 2021년 11월 42억원까지 치솟았던 아시아선수촌 151㎡는 지난 4월 35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용산구가 송파구를 제치고 ‘집값 상위 3위’ 자리를 꿰찼다. 서울 집값 ‘톱3’를 굳건히 지켜온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29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용산구의 3.3㎡당 아파트값은 6509만원으로, 강남(8564만원)·서초구(7835만원)에 이어 서울에서 세 번째로 비쌌다. 송파구(6327만원)는 4위로 밀려났다. 지난해 8월만 해도 송파구가 3.3㎡당 6135만원으로 용산구(6106만원)보다 비쌌지만, 그다음 달 용산구가 3년 만에 역전하더니 격차가 3.3㎡당 180만원대로 벌어졌다.
부동산R114 조사도 시차가 있을 뿐, 추세는 비슷했다. 지난달 용산구의 3.3㎡당 아파트값은 송파구보다 56만원 낮았지만, 18개월 연속 격차가 줄면서 역전을 눈앞에 뒀다.
용산구의 약진은 고급 주상복합과 재건축 단지가 주도했다. 용산동5가 ‘파크타워’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이 지난해 8월 5795만원에서 이달 6050만원으로 오르면서 송파구 잠실동 ‘레이크팰리스’를 앞질렀다. 같은 기간 레이크팰리스는 6691만원에서 5649만원으로 내렸다. 올해 상반기 용산구에서 매매된 3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는 12건으로, 송파구(4건)의 3배였다.
두 지역은 지난 1년간 집값 온도 차가 컸다. KB 통계에 따르면 용산구 아파트값은 약세장에 진입한 지난해 7월 이후 3.54% 하락했다. 서울 25개 구 중 낙폭이 가장 작았다. 같은 기간 송파구가 10% 내린 것과 대비된다. 굵직한 개발 호재가 용산구 집값 하락을 방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용산 집값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용산공원 조성, 국제업무지구 개발에 대한 기대감에 하락장에서 선방했지만, 송파구는 대단지 위주로 가격이 많이 내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당분간 용산과 송파가 집값 3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본다. 최근 송파에선 집값이 다시 뛰는 단지가 잇따른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한남뉴타운과 유엔사 부지, 국제업무지구 개발과 이촌동 재건축 등이 이뤄지면 용산공원 주변에 아파트 4만 가구가 들어선다”며 “강남구와 쌍벽을 이루는 고급 주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