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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끔찍한 짓에 두개골 골절…아영이는 4명에게 생명 나누고 떠났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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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맞은 생전 아영이 모습.[사진 아영이 아버지]

돌을 맞은 생전 아영이 모습.[사진 아영이 아버지]

부산시에 있는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 학대로 두개골이 골절된 아영이가 세상을 떠났다. 학대 간호사가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지 1년 만이다. 유족은 아영이 장기를 4명에게 기증하기로 했다.

갑자기 찾아온 심정지… 감은 눈 못 떴다

아영이 부친은 이날 “지난 23일 아영이 심장이 갑자기 멈췄다. 심폐소생술과 약물치료를 통해 심장 기능을 회복했지만, 심정지 충격으로 뇌사 판정을 받은 끝에 어제(28일) 최종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임신 중이던 간호사가 학대, 14명 피해 봤다  

아영이 두개골 골절 사건은 2019년 10월 20일 일어났다. 부산 동래구에 있는 산부인과 신생아실 바닥에 떨어진 아영이는 두개골이 골절된 채 의식을 잃었다. 태어난 지 5일 만이었다. 수사 과정에서 병원에 근무하는 30대 간호사 A씨가 2019년 10월부터 신생아 14명을 20여차례 학대한 정황도 드러났다. 신생아 다리를 잡아 거꾸로 들어 올리고 흔드는 등 상식을 벗어난 방법으로 학대한 A씨는 당시 임신 상태였다.

2019년 10월 20일 부산 동래구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 A씨가 생후 5일 된 아영이를 거칠게 다루고 있다. 아영이는 두개골 골절과 뇌손상을 입어 치료를 받다 2023년 6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

2019년 10월 20일 부산 동래구 한 산부인과에서 간호사 A씨가 생후 5일 된 아영이를 거칠게 다루고 있다. 아영이는 두개골 골절과 뇌손상을 입어 치료를 받다 2023년 6월 28일 세상을 떠났다. 연합뉴스

검찰은 아영이 또한 A씨 학대 행위 탓에 두개골이 골절되고 뇌가 손상된 것으로 보고 아동학대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법정에서 A씨는 “임신 상태에서 3일 연속 밤 근무를 해 스트레스가 컸다”며 “(아영이 상해는) 태생적인 문제이거나, 다른 간호조무사 때문에 생긴 것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본인 처지가 힘들고 고달프다는 것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라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A씨는 목조차 가누지 못하는 신생아들을 거꾸로 잡고 흔드는 등 반인륜적인 학대 행위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위중한 상태에 놓인 자식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부모 마음을 헤아리기조차 힘들다”며 지난해 7월 22일 A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검찰과 A씨 모두 항소했지만, 부산고법은 지난 1월 양측 항소를 기각했다. 그리고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형이 확정됐다.

“머릿속 새까맣다” 절규한 父 “주신 응원에 감사”

아영이 장기기증을 위한 수술은 이날 오후 양산부산대병원에서 진행됐다. 아영이 부친은 “심장과 신장·간 등을 기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건 발생 1년이 지났을 때 나눈 인터뷰에서 “뇌세포가 거의 다 죽어 MRI를 찍으면 아이 머릿속이 새까맣게 나온다. 의사들은 심장이 뛰고 있는 게 기적이라고 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병원에서 특별히 할 수 있는 처치가 없어 아영이는 집에서 지내며 필요할 때 통원치료를 받았다. 관을 통해 힘겹게 우유를 넘겨왔다. 아영이 부친은 “그동안 아영이를 응원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영이 빈소는 양산부산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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