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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평규의 중국 컨설팅] 심각한 위협이 될 중국의 양자 굴기

중앙일보

입력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은 현재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관련된 핵심기술의 원천으로, 그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은 현재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관련된 핵심기술의 원천으로, 그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의 발견

지난해 노벨 물리학상은 양자역학 원리를 증명한 3명의 과학자가 수상했다. 이들은 양자의 얽힌 상태를 사용해 두 개의 입자가 분리돼 있어도 단일 단위처럼 행동하는 ‘양자 얽힘’ (quantum entanglement)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120여 년 전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Max Karl Ernst Ludwig Planck; 1918년 노벨물리학상 수상)가 에너지는 양자 단위라는 양자역학 개념을 발견한 이래, 이것이 바탕이 되어 원자력, 반도체, 컴퓨터, 인터넷, 휴대전화 등 현대 정보기술(IT)을 탄생시키며 인간의 삶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양자역학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양자통신, 양자컴퓨팅, 양자 정밀측정, 양자 계산 등 양자역학을 혁신적으로 응용하는 분야가 속속 등장하면서 제2의 양자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양자 컴퓨터는 ‘정보화 시대의 원자 폭탄’이라고 불린다. 고전 컴퓨터로는 꿈도 꾸기 어려운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고전 물리학의 개념과는 차원이 다른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이 이제 새로운 개념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양자역학은 양자 중첩, 양자 얽힘, 양자 복제 불가 등 신비롭고 매혹적인 특성으로 인해 그 기술의 응용범위는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고 있다. 반면 전통 물리학의 이론에 익숙한 학자나 기술자들로부터 불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은 현재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와 관련된 핵심기술의 원천으로, 그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맥킨지(McKinsey & Company)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이 전통적으로 양자물리학의 이론과 기술 및 연구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었지만, 지금은 중국이 정부의 기술 확보 전략과 대규모 투자 덕분에 강력한 경쟁국으로 부상한 상태다.

중국의 양자역학

미·중 패권 전쟁이 격렬해지는 현실에서 기술은 안보와 군사 차원의 전략적 과제로 부상했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가속되는 가운데 첨단 기술은 미국에 의해 중국으로의 유입이 원천 차단당하고 있다.

양자역학이 미래 모든 기술에 적용될 수 있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평가받는 가운데 세계 양자 기술의 큰 흐름에서 중국은 과연 어떤 위치에 있는 것인가?

중국은 패권전쟁의 핵심은 기술임을 인식하고 핵심 기술의 자력갱생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나라다. 중국 정부는 양자 과학을 미래 기술의 핵심으로 지목하고, 이 분야의 연구개발과 인프라 투자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중국은 현실주의와 실용주의 바탕 위에 실력을 갖춘 해외 전문가들을 다양한 유인책으로 초빙하고 있다.

중국이 중시하고 있는 양자역학 3대 영역은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 정밀 측량 분야다. 오래전부터 양자 기술을 연구해 온 중국은 광양자와 초전도 혁신 기술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양자 우월성’을 달성하여 전 세계 과학 기술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세계 1~2위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IBM사는 세계 최대 양자컴퓨팅 프로세서 개발에 성공했고, 일본은 양자 비밀통신 연구에 145억 엔을 투자하고 있다. 중국은 양자컴퓨팅 시제품 '9장 2호’(九章二號)를 내놓고 중국 고대 유명 수학자이며 천문학자인 조충지(祖沖之) 선생의 이름을 딴 ‘조충지2호’(祖沖之二號)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제품 제작과 실험에 성공했다.

양자컴퓨팅 시제품 '9장 2호’(九章二號). 사진 바이두바이커

양자컴퓨팅 시제품 '9장 2호’(九章二號). 사진 바이두바이커

중국은 2016년 8월 선현 묵자(墨子)의 이름을 딴 묵자호(墨子號) 양자 위성을 발사하고 세계 최초로 양자 통신망을 구축하는 등 세계 기록을 세우며 양자통신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중국은 양자정보의 연구논문 발표량에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특히, 양자통신, 양자컴퓨팅, 양자 정밀측정 등 3개 분야의 논문 발표량은 각각 1위, 2위,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의 양자역학은 중국과학기술대, 저장대, 칭화대 등 일류대학은 물론, 텐센트, 화웨이, 알리바바 등 대기업에서도 투자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 바이두와 베이징 양자 정보 과학 연구소의 주도로 ‘양자 컴퓨팅산업 지식재산권 연맹’(量子計算産業知識産權聯盟)을 공식적으로 설립하여 초전도, 양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및 양자 애플리케이션에 이르기까지 양자 기술을 선도하고 산업표준화를 추진하며, 혁신적인 인재 육성을 촉진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중국의 양자 정밀측정 분야는 응용과 산업화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양자 측정의 정확도는 원자량 수준까지 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정밀기기 업계에 혁명적인 기술적 진보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양자 정밀 측정은 초전도 재료의 표면 및 구조적 특성, 전임상 연구의 극미량 성분 분석, 생명과학의 종양 세포 이미지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의료분야는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분위기로 의료특구에서는, 의사의 책임하에 환자에 대한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임상실험도 가능하므로, 양자역학은 양자 의료산업에 혁신적인 변화와 기회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양자역학 같은 최신 기술을 의료에 적용하려면 비합리적인 법과 제도적 장벽은 물론 까다로운 의료행정 및 의료인들의 집단 이기주의의 허들을 넘어야 한다. 창의성과 도전 의식이 결여된 이들로 말미암아 중국과의 경쟁에서조차 패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우리의 치명적 위험이다.

중국 견제 

중국의 ‘양자컴퓨터’ 등 관련 산업의 기술적 진전과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견제하기 위하여 미국과 일본은 상호 기술의 공유와 공동 연구에 나서고 있고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도 IBM 양자컴퓨터 개발 현장을 방문하여 격려하며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우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 및 기업들이 대비책을 세우고, 양자통신 및 양자 센서 등의 분야에서 상용화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이나, 중국이 국가적인 전략 차원에서의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우리는 중국과 거의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는 관계로, 미래산업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평가받는 양자역학에서 중국에 뒤질 경우, 미래에 커다란 위험이 될 수 있다. 중국의 ‘양자 굴기’를 우리는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조평규 동원개발 고문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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