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백현동·정자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검찰 수사가 또다시 이 대표의 ‘정치적 공동체’로 불린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턱밑에 닿았다. 지난달 2일 백현동 로비스트로 불린 김인섭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 이어 27일 청탁 당사자인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등 핵심 피의자들이 구속기소 됐다.
2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해 당시 성남시청의 결재라인에 있던 인물들을 조만간 차례로 소환할 계획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건의 핵심 부분인 본류 수사에 다가가고 있는 것”며 “민간업체 청탁이 김씨를 통해 정 전 실장에게 전달된 뒤 여러 이익이 특정 업체에 제공된 구조인 만큼, 인·허가 주체인 성남시 관계자들과 더불어 정 전 실장에 대한 소환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백현·정자동 특혜, 정진상에 걸린 의혹은
정 전 실장의 이름과 역할은 백현동·정자동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 기록 전반에 나타난다. 검찰은 백현동 사건에서 정 전 실장이 로비스트 김인섭씨와 독대하며 직접 청탁 내용을 들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백현동 사업 전후인 2013~2014년 김씨와 정 전 실장은 총 115차례 통화했고, 2016년 1월 정 전 실장은 별건 알선수재 혐의로 안양교도소에 수감된 김씨에게 면회를 갔다는 사실은 이전 경찰 조사에서도 드러났었다.
사업 전개 과정에서 전 실장 연루 의혹이 제기된 대목은 3가지다. ▶백현동 식품연구원부지가 한꺼번에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하면서 당초 5:5였던 주택용지와 연구·개발(R&D)용지 비율이 정 대표의 요청대로 6:4로 변경된 점 ▶당초 용도변경의 이행조건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가 명시됐지만, 결과적으로 사업에 불참해 3000억원대 개발이익이 모두 민간업체로 넘어간 것 ▶100% 민간임대아파트 공급이 조건이었던 백현동 개발이 90% 일반분양으로 전환된 것 등이다.
이 과정에서 김인섭씨는 정 전 실장에게 “R&D 용지 비율이 너무 높다. 7:3이나 적어도 6:4는 돼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요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5년 2~3월 “성남도공까지 참여하면 사업 수익성이 너무 악화되니 부지대금 절반에 해당하는 1200억원이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청탁도 2번에 걸쳐 했는데 그 상대도 정 전 실장이었다. 또 성남시의 도시관리계획 변경 검토 보고서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결재와 함께 협조란에 ‘정책비서관 정진상’이라는 서명이 등장하기도 한다.
난항 예상하는 법조계, “보고 진술이라도 있어야”
정자동 호텔 특혜 의혹은 지난 12일 성남시와 시행사인 베지츠종합개발울, 14일 성남시를 2차 압수수색하는 등 바닥 수사가 한창이지만 이미 정 전 실장과 관련한 의혹이 상당수 불거진 상태다. 해당 부지는 성남시가 시행사 측에 30년을 대부했는데, 수의계약 형태로 빌려주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게 정 전 실장이라는 것이다. 또 성남시 연구용역을 맡아 “호텔유치가 필요하다”고 결론 낸 피엠지플랜의 대표 황모씨는 이후 스스로 베지츠종합개발을 만들어 개발사업을 따냈는데, 황씨는 정 전 실장의 지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수사가 정 전 실장을 쉽게 타고 넘어 이 대표를 향하려면 정 전 실장이 의혹에 대한 진술 태도를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 정 전 실장은 묵비권 행사로 재판을 끌어왔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정 전 실장이 김씨로부터 청탁을 받았다고 하지만 검찰은 이 청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실현됐는지 과정 전반을 구체적으로 복원해야 한다”며 “특히 현재까지 불거진 의혹만으로 이재명 대표를 기소할 순 없는데, 최소한 정 전 실장이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진술을 끌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기소된 어떤 사건에서도 정 전 실장은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거나 이 대표의 혐의를 구체화하는 데 필요한 어떤 진술도 하지 않고 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검찰에 구속기소 됐다 지난 4월 보석 석방된 후 대장동 관련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검찰 수사 당시에도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정 전 실장 측은 재판 때도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 등의 진술 신빙성을 탄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수수사 경험이 풍부한 또 다른 변호사는 “대장동 수사 때처럼 진술 거부권이 행사될 경우, 관련 정황을 알고 있는 주변인의 진술이나 물증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 경우 제3자의 전문증거라는 점 때문에 입증 과정이 난해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