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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기고] 청렴문화 확립은 인도주의 기관의 직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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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

신희영 대한적십자사 회장

지난 2월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지원에 약 384억원의 국민 성금이 대한적십자사로 모였다. 한국전쟁 당시 우리를 도와준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의 심각한 피해 상황에 많은 국민이 짧은 시간 엄청난 규모의 온정을 모아주신 것이다. 적십자사는 곧장 현지에 긴급조사단을 파견하고 재건복구단을 운영하여 이재민 구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한때 ‘어금니 아빠’ 사건, 사단법인 새희망씨앗 사건 등 비영리 모금단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불러일으키는 사건들로 국내 기부 문화가 많이 위축되었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자 하는 온정이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국민의 참여는 곧 청렴한 적십자사에 대한 믿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 모두가 떠나간 도시에 남아 환자들을 치료한 의사 리외는 자신이 흑사병과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 곧 자기가 맡은 직분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적십자사는 정부의 인도주의 사업 보조기관으로서 국민이 십시일반 참여한 성금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하고, 헌혈이 이루어진 혈액을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수혈하며, 양질의 의료서비스로 의료 소외계층과 국민을 건강하게 치료하는 인도주의 직분을 다하고 있다.

또한 적십자사는 고도의 청렴성을 견지하기 위해 부패행위가 발생하면 행위자에 대한 단호한 처벌뿐만 아니라 관련 제도 전반의 부패 취약성을 분석하여 제도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기관장과 고위직이 ‘부패방지시책 협의회’를 주관하여 조직의 부패 취약 분야를 자체 점검하고 개선하며 다양한 청렴 시책을 전개하며 청렴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비영리 단체 최초로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여 회계 신뢰성을 확보하였으며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외부 회계법인 감사, 내부감사 등으로 투명성을 검증받고 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청렴 교육 및 부당한 업무 지시 예방 교육을 통해 부정부패 예방에도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성과로 적십자사는 ‘공공기관 종합 청렴도 평가’에서 2021·2022년 2년 연속 ‘2등급’을 달성했다. 이는 적십자사가 속해 있는 공직유관단체Ⅳ(중점) 그룹에서 가장 높은 등급으로, 동해안 대형 산불, 태풍 힌남노, 우크라이나 인도적 위기 등 국내외 재난구호 대응과 코로나19 전담병원 운영, 팬데믹 장기화 속 범정부 헌혈운동 추진 등에 있어 보다 투명하고 청렴하게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결과이다.

필자는 직원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종종 얘기한다. “적십자사의 직분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청렴한 인도주의 기관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나가는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 직원들은 크게 공감한다. 앞으로도 적십자사는 적십자 고유 청렴문화를 확립하고 내재화하여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민과 함께하는 직분을 다하고자 한다. 그리고 우리의 노력이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 우리나라 전반에 청렴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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