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현희 논의' 때, 조은석 "최재해 제척" 유병호 "궤변"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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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순국 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뉴스1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호국 보훈의 달을 맞아 순국 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뉴스1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특별감찰 결과를 논의하는 감사위원회의에서 조은석 감사위원과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건건히 충돌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 전 위원장 개인 책임을 불문(묻지 않음)하되 기관엔 주의 경고로 의결했던 지난 1일 감사위원회 회의록을 중앙일보가 28일 입수·열람한 결과다. 당시 주심이었던 조 위원은 최재해 감사원장의 제척을 요구한 데 이어 전 전 위원장의 각종 의혹에 대해  ‘불문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유 총장은 “법을 조롱하고 있다. 창피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 1일 제17회 감사위원회의는 오전 9시 30분에 시작해 오후 8시 18분까지 11시간(점심시간 제외)가량 진행됐다. 이날 회의엔 최재해 감사원장, 조은석·유희상·임찬우·김인회·이미현·이남구 감사위원과 유병호 사무총장 등이 출석했다. 검사 출신의 조 위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 서울고검장에 임명됐고, 윤석열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에 오르자 사임하고 변호사가 된 뒤 2021년 1월 감사원 감사위원이 됐다. 감사원 출신의 유 사무총장은 2020년 월성 원전 조기 폐쇄 감사를 하다가 이듬해 비감사부서로 좌천된 이력이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뒤 인수위원으로 발탁됐고, 지난해 6월 감사원 2인자인 사무총장에 올랐다.

조은석 감사위원. 연합뉴스

조은석 감사위원. 연합뉴스

유 총장과 조 위원은 이날 회의 시작부터 부딪혔다. 조 위원이 전 전 위원장에게 고발당한 최재해 감사원장의 제척 여부를 정식 안건으로 올려 판단하자고 주장한 것이 발단이 됐다. ‘감사위원은 자기와 관계있는 사항에 관한 심의에는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한 감사원법 15조가 근거였다. 이에 유 총장은 “유관기관(권익위)에서 이미 제척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을 끝냈다”며 “왜 창피하게 감사원이 논의하냐”고 반박했다. 조 위원이 “새로운 안건이 상정되면 위원장은 당연히 제척”이라고 하자, 유 총장은 “그것은 궤변”이라고 했다.

유 총장은 이어 “법을 조롱하고 계신다”며 “감사원 74년 역사상 이런 것은 처음 본다. 무슨 의도로 원장님을(제척하려 하냐)”고도 말했다. 감사위원이 6명인 상황에서 최 원장이 제척되면 의결정족수(4명) 확보가 어려워진다. 결국 감사위원들은 현장에서 간담회를 가진 끝에 최 원장을 제척하지 않기로 하고 회의를 이어갔다.

전 전 위원장이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에 대해 추 전 장관에게 유리한 유권해석을 하도록 지시한 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권해석에 관해 제가 개입한 것은 전혀 없다”고 증언한 사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두 사람은 충돌했다. 조 위원은 권익위 A국장 진술이 모순된다며 ‘불문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유 총장이 “이 사건은 심플하다. (전 전 위원장이) 거짓말을 시키고, 국회에 가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조 위원이) 지엽적인 증거를 가지고 납득하기 어려운 말씀을 하신다”고 주장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23일 오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민원실 앞에서 권익위 감사결과보고서에 대한 위법 의혹 관련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 등을 추가 고발하기 앞서 고발 취지를 밝히고 있다. 누스1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23일 오후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민원실 앞에서 권익위 감사결과보고서에 대한 위법 의혹 관련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 등을 추가 고발하기 앞서 고발 취지를 밝히고 있다. 누스1

조 위원은 이어 전 전 위원장의 국회 발언 관련 내용을 감사보고서에서도 빼자고 했다. 그러자 유 총장은 “그것은 사실인데 왜 안 쓰냐”고 따졌다. 조 위원이 “그래야 추후 논란을 피할 수 있다”고 하자, 유 총장은 “논란 없다”고 말한 뒤 최 원장을 향해 “국회 논의사항도 다 기재하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조 위원이 “총장님, 제가 충정으로 드리는 말이잖아요”라고 말하고, 유 총장이 “충정이요?”라고 되묻는 장면도 회의록에 기재됐다.

수백만원의 출장비를 횡령한 사실이 확인된 전 전 위원장 수행비서 B씨 사건을 논의하면서도 두 사람은 부딪혔다. 조 위원은 “수행비서가 자기 보스를 모시고 다니면서 필요한 비용을 관행적으로 (유용)해왔을 수 있다고 본다”며 “돈을 빼돌리기 위해서 한 것이 아니고 수행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모자란 부분을 이런 식으로 했을 가능성을, 그런 경우의 수를 놓고 보면 파면은 아니고 정직 처분이 맞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자 유 총장이 즉각 “위원님, 상상을 하시면 곤란하다”며 “검찰에서는 안 그러셨잖나”라고 했다. 조 위원이 “아니요, 그렇게 했습니다”라고 말하자, 유 총장은 “안 그러셨죠”라고 몰아붙였다. 조 위원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자, 유 총장은 “통상 비서실에서 저렇게 횡령, 사기, 문서 위·변조해서 혼자 썼겠냐. 아주 지저분한 범죄로, 이것을 감사위에서 논한다는 것 자체가 창피하다”라고도 했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 2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감사위원회는 감사위원 6명 만장일치로 전 전 위원장 개인 책임을 불문하기로 했다. 대신 감사 과정에서 발견된 전 전 위원장 지적사항에 대해 권익위에 기관 주의를 내리고, 출장비 횡령 의혹을 받은 수행비서 B씨에 대해 해임을 요구했다. 유 총장은 이날 감사위원들이 최종 결론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추 전 장관 유권해석 사건에 대해 “위원회의 심의권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며 “명백한 거짓말인데 아무 조치가 없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총장의 과도한 의견 개진에 회의 진행이 어렵다는 불만도 나왔다. 한 감사위원은 “위원들이 의견을 형성해서 발언하는데 중간에 말을 끊고 들어오는 것은 좋은 회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이때 유 총장이 “저희도 말씀을 드리겠다”고 재차 끼어들자 최 원장이 “잠깐만 잠깐만”이라고 제지했다. 유 총장이 아랑곳하지 않고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인정하고 심의해달라”고 발언을 이어가자 최 원장이 “총장님, 총장님, 총장님”이라며 말을 자르는 장면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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