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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이 지은 4조 방글라데시 대교…난제 풀어준 韓, 대박 터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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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세계로 뻗는 K-도로 ①] 

 파드마대교 하이패스 시연 장면. 강갑생 기자

파드마대교 하이패스 시연 장면. 강갑생 기자

 지난 13일 오후 방글라데시 수도인 다카 인근의 '파드마대교'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강폭만 6㎞에 달하는 거대한 파드마강을 가로지르는 이 다리는 2014년 말 착공해 8년 가까운 공사 끝에 지난해 6월 개통했다. 크고 작은 배들이 떠 있는 풍광은 마치 강이 아닌 바다를 건너는 느낌마저 들게 했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4조원 가까운 돈을 투입해 건설한 파드마대교는 영종대교처럼 1층은 열차, 2층은 자동차가 다니는 복합교량이다. 한 해 예산이 80조원에 불과한 방글라데시로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과감한 투자였다. 그래서 셰이크 하시나 총리도 자주 찾을 만큼 방글라데시의 자랑거리라고 한다.

파드마대교와 N8 고속도로 노선도. 자료 한국도로공사

파드마대교와 N8 고속도로 노선도. 자료 한국도로공사

 이러한 파드마대교에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가 'K-도로'의 혼을 심고 있다. 교량(6.15㎞)을 포함한 전체 20㎞ 구간의 관리·운영을 도공이 맡은 것이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해 2027년까지 5년간 파드마대교의 교통 및 운영관리, 사고처리, 통행료 수납 등을 책임진다. 발주처로부터 받는 용역비만 1000억원이 넘는다.

 파드마대교를 건너기 전 들른 '마와 영업소'에선 공사가 한창이었다. 우리의 고속도로 영업소와 동일한 하이패스 차로와 카드식 통행료징수시스템 등을 설치하는 중이었다. 현재 방글라데시에선 거의 대부분 현금으로 통행료를 낸다.

파드마대교 마와영업소에 한국 시스템이 설치되고 있다. 강갑생 기자

파드마대교 마와영업소에 한국 시스템이 설치되고 있다. 강갑생 기자

 도공 방글라데시사업단(이하 사업단)의 윤현탁 차장은 “현재는 발주처에서 임시로 만든 통행료 징수시스템을 사용 중이지만 관련 공사가 끝나면 한국과 똑같은 시스템이 운영될 것”이라며 “하이패스 설비와 통행료징수시스템 등은 모두 국내에서 제작해 들여왔다"고 소개했다. 이들 시스템은 다음 달 5일께 정식 가동될 예정이다.

 마와영업소 인근의 사무소에선 교통모니터센터(TMC, Traffic Monitoring Center) 구축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폐쇄회로 TV(CC-TV) 등을 통해 파드마대교의 교통량과 통행상황, 통행료 수납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으로 우리 중소기업인 에스트래픽이 맡고 있다.

파드마대교 TMC 구축 작업이 한창이다. 강갑생 기자

파드마대교 TMC 구축 작업이 한창이다. 강갑생 기자

 도공은 파드마대교 등의 관리·운영을 위해 국내 15개 중소업체와 협력관계를 맺었다. TMC의 인테리어도 국내업체가 담당했다고 한다. 임호 에스트래픽 방글라데시 지사장은 “우리 하이패스 시스템이 개통되면 방글라데시 최초로 차량이 멈추지 않고 달리면서 요금이 지급되는 방식이 운영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파드마대교 통행료는 미니밴 기준으로 1300 다카(약 1만 5000원)로 다른 도로의 10배 수준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36.5㎞, 6600원)보다도 2.3배 비싸다. 정부가 막대한 돈을 빌려서 건설한 만큼 투자비 회수를 위해 통행료를 높게 책정했다는 후문이다.

파드마대교는 방글라데시 최대 국책사업으로 불린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파드마대교는 방글라데시 최대 국책사업으로 불린다. 사진 한국도로공사

 'K-도로'의 전파는 파드마대교에만 그치지 않는다. 파드마대교를 앞뒤로 연결하는 ‘N8 고속도로’ 55㎞ 구간의 관리·운영권 역시 도공이 따냈다. 5년간 용역비로 1000억원가량을 받는다.

 다카에서 서남부의 방가를 잇는 N8 고속도로의 덜레쇼리 영업소와 방가 영업소에도 파드마대교와 같은 하이패스 및 카드식 통행료 징수시스템 등이 설치되고 있다. 장차 N8 고속도로는 인도 캘커타까지 연결될 예정이다.

파드마대교 영업소에 설치된 카드식 통행료결제시스템. 강갑생 기자

파드마대교 영업소에 설치된 카드식 통행료결제시스템. 강갑생 기자

 박진우 사업단 단장은 “N8 고속도로는 파드마대교 앞뒤로 붙는 도로이기 때문에 관리·운영의 연속성과 신기술 도입을 위해선 우리가 연이어 맡는 게 효율적이라고 방글라데시 정부를 설득해 계약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파드마대교 등에 방글라데시 국민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단지 첨단시스템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방글라데시에서는 이례적으로 여성 수납원들을 채용해서다. 일자리가 부족한 방글라데시에선 여성들이 직업을 구하기 더 어려운 데다 요금수납 업무 역시 남성이 전담해왔다.

 현재 파드마대교에 설치된 2곳의 영업소엔 각각 8명과 6명씩 모두 14명의 여성수납원이 근무 중이다. 현장에서 만난 수납원 문니 아따(23)는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으로 근무 환경이 너무 좋아 주변에서 다들 부러워한다”며 “여성들이 일할 기회를 좀 더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N8 고속도로도 여성 수납원 채용을 계획 중이다.

파드마대교에서 근무 중인 여성 수납원들. 강갑생 기자

파드마대교에서 근무 중인 여성 수납원들. 강갑생 기자

 이항진 사업단 부단장은 “여성 인권운동가 출신인 셰이크 하시나 총리가 파드마대교를 올 때면 일부러 여성 수납원을 배치해 통행요금을 받도록 하는데 현지 반응이 아주 좋다”며 “원활한 사업과 함께 방글라데시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업단에선 CC-TV 설치와 확인을 통해 통행료만 받고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수납원 20명을 적발해 해고하는 등 부정행위와 통행료 누수를 막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김희도 건화엔지니어링 방글라데시 지사장은 “도공이 현지에서 우리의 우수한 도로운영관리 시스템을 알리고, 또 수출하는 데 큰 역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N8 고속도로 전경. 사진 한국도로공사

N8 고속도로 전경. 사진 한국도로공사

 도공이 방글라데시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파드마대교와 N8 고속도로의 관리운영권을 따내게 된 사연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공은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 방글라데시업체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파드마대교 감리용역을 맡았다.

 그런데 중국업체가 맡은 파마드대교 건설은 상당한 난공사였다고 한다. 파드마강 바닥을 100m 넘게 파고 들어가 파일을 박아도 계속 연약지반인 탓에 지지력을 확보하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 발주처인 방글라데시 교량청이 유럽의 유명기관에도 자문을 구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했다.

도공은 고속도로 작업인력의 안전관리 문화도 바꾸고 있다. 강갑생 기자

도공은 고속도로 작업인력의 안전관리 문화도 바꾸고 있다. 강갑생 기자

 이처럼 난감한 상황에서 도공의 도로교통기술원과 고려대 지반연구팀이 협업을 통해 파일 하단부에 'ㄷ' 자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덧대는 그라우팅 방식을 적용해 교량 건설에 필수적인 지지력 확보 방안을 찾아냈다.

 그 덕에 파드마대교가 무사히 건설됐고, 발주처의 신뢰를 얻어 관리운영권도 따낼 수 있었다. 방글라데시 교량청의 과지 무하마드 페르도스 본부장은 “파드마대교 건설 과정에서 도공의 기술력과 성과를 확인해 관리운영을 맡기게 됐다”고 말했다. 박진우 단장은 “파드마대교와 N8 고속도로의 관리운영을 발판으로 현재 건설되고 있다는 다른 고속도로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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