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 빠진 롯데, 코치진 물갈이

래리 서튼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배영수 투수코치는 27일 부산 사직구장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대신 이날 오전 7시 사직구장 앞에서 출발한 버스를 타고 김해 상동구장으로 향했다. 1군 투수코치의 갑작스러운 동행에 2군 선수단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선수들조차 코칭스태프 개편 소식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배영수 코치가 2군 버스에 탄 지 4시간 만인 이날 오전 11시 급히 보도자료를 내고 1~2군 코치진 변경을 발표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배영수 코치가 2군 총괄(감독대우)로 내려가고, 대신 이종운 2군 감독이 1군 수석코치를 맡는다는 내용이었다. 또, 박흥식 기존 1군 수석코치가 1군 타격코치로 보직을 바꾼다고 덧붙였다.

위기의 롯데가 신음하고 있다. 4월을 단독 1위로 마치면서 기분 좋게 출발했지만,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꼬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10경기에서 2승8패를 기록하면서 4위를 지키기도 버거운 형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치진 개편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가 흔들리는 징후는 지난 23일 처음 나타났다. 이날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롯데 김평호 주루·1루 코치가 2군으로 내려갔다. 대신 나경민 2군 외야·주루코치가 1군으로 올라왔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다. 분위기가 계속 가라앉는 상황에서 코칭스태프 개편은 종종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흘 만인 27일 1군과 2군 핵심 코치들의 보직이 다시 바뀌면서 내부 불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부 코치의 항명에 따른 보직 변경이라는 루머도 퍼졌다.

이날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만난 래리 서튼(사진) 감독은 “이달 들어 성적이 좋지 않다. 구단 차원에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코칭스태프 개편을 결정했다”며 “다른 문제는 없다. 보직을 바꾼 코치들이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일단 선수들이 동요하는 걸 막기 위해 감독이 나섰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성적이다. 결국 선발투수 나균안과 유격수 노진혁, 베테랑 1루수 정훈이 빨리 1군으로 돌아와야 롯데의 ‘기세’를 되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튼 감독은 “나균안은 곧 1군 등판을 기대하고 있다. 노진혁은 2군에서 1~2경기를 더 뛰고 상태를 보겠다. 정훈도 열흘 정도 지나면 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