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드반군 정부전복의 배경/영토분쟁 핑계 리비아서 개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슬람계­흑인 독립 후 계속 내전/붕괴된 현 정권도 프랑스서 지원
전대통령을 축출하고 대통령 자리에 올랐던 차드의 이센 아브레 대통령은 당시 쿠데타의 맹우였던 이드리스 데비 전군참모총장에 의해 축출돼 살해됐다.
차드의 북쪽 인접국 리비아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데비(38)가 정부 전복에 성공함에 따라 지난 20여년간 국경의 아조우 지구를 놓고 리비아와 마찰을 빚어온 차드에 친리비아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차드는 독립이래 북부 이슬람계 부족과 남부 흑인부족들간의 뿌리깊은 갈등으로 내전이 계속돼 왔다.
이 종족간 분쟁을 기화로 리비아는 지난 67년 흑인정부에 대항하는 프로리나트 게릴라를 지원한 이래 끊임없이 차드에 개입해왔다.
이번 반군에 의해 피살된 아브레 대통령도 리비아의 지원을 받은 구쿠니 전대통령을 몰아낸 뒤 82년 권력을 장악했다.
아브레 대통령은 당시 3천명의 프랑스 병력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때 7천여명의 리비아군 병력을 보유했던 구쿠니 망명정권이 86년 리비아와 결별하고 아브레의 정부군에 합류함에 따라 아브레 정부는 리비아군과의 격전끝에 리비아가 점령하고 있던 리비아­차드간 분쟁지역 북부 아조우 지구를 탈환했다.
서방 외교관들은 이 전투과정에서 휴전하기까지 리비아 병력 5천명이 숨지고 2천명이 포로가 됐다고 추정했다.
휴전 후 리비아와 차드는 오랜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는 아조우 지구의 영유권 문제를 국제중재에 맡기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리비아는 88년 다시 북부국경을 공격했다가 실패한 후 쿠데타 기도 무산으로 수단에 피신한 데비를 강력지원해 이번 정부전복에 성공한 것이다.
데비는 리비아의 후광속에 대통령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이번 쿠데타 후 다당제 민주주의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리비아의 강력한 입김을 받게될 데비가 1인당 GNP 1백60달러의 경제난과 부족간 갈등으로 얼룩진 차드에 평화와 안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정착시킬지는 의문스럽다.<이영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