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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있는 강 가자" 말에…택시기사는 '콜' 끄고 차 돌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2023 국회자살예방포럼 2차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윤재옥 국회자살예방포럼 공동대표(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승객의 목숨을 구한 충주 택시기사 이호연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2023 국회자살예방포럼 2차 정책세미나가 열렸다. 윤재옥 국회자살예방포럼 공동대표(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승객의 목숨을 구한 충주 택시기사 이호연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어디로 모실까요 손님”

“가까운 강, 될까요? 다리 있는...”

지난 3월 26일 밤, 택시기사 이호연(29ㆍ충북 충주시)씨는 술에 취한 20대 손님을 태웠다. 손님이 말한 목적지는 ‘다리가 있는 강’.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한 이씨는 손님에게 말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씨가 ”뭐하러 가시는거냐“고 묻자 손님은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 산책 좀 하려고요. 강바람 쐬면서요.”

손님은 혼잣말처럼 말을 하다 말았다. “사람이 한번 안 풀리기 시작하면요….” 이씨는 이 말을 흘려듣지 않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아이고 그래도 힘내세요. 사람 사는거 별거 없어요. 다 똑같아요.” 손님은 대답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손님을 다리 위에 내려줬지만, 이씨는 찜찜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112에 “자살 시도자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고 신고했고, 급히 차를 돌렸다. 택시를 부르는 콜이 밀려들어왔지만 이씨는 사람 목숨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다리로 돌아간 이씨는 난간에 올라서 강 아래를 바라보는 손님을 발견했다. 이씨는 손님에게 다가가 말을 걸며 시간을 벌었다. 이윽고 경찰과 소방대원이 도착했고 같이 설득한 끝에 손님의 마음을 돌렸다.

국회자살예방포럼은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승객의 목숨을 살린 이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국회자살예방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이씨에게 감사패를 건네며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의인께 감사드린다”라며 “사회가 관심을 가지면 자살을 줄일 수 있다는걸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자살예방을 위한 미디어의 역할과 개선과제를 주제로 세미나가 진행됐다. 먼저 유현재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살예방과 언론, 미디어의 역할과 제도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표했다. 유 교수는 지난 2020~2022년 국내에서 자살로 숨진 사람은 3만9267명으로 같은 기간 코로나19 사망자(3만2156명)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국의 자살은 이미 개인차원을 넘어섰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살률이 2011년 정점을 기록한 이후 자살예방법이 제정됐고, 복지부ㆍ한국기자협회 등이 논의를 거쳐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처음으로 만들었다”라며 “자살보도 권고기준 중 핵심이 유서 공개를 해선 안된다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살한 사람의 유서를 공개하면 대중도 영향을 받겠지만 유족의 고통이 너무나 크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마련된지 10년이 지났지만 최근 가수 고(故)최성봉씨 사망 때 다수의 언론이 유서를 그대로 보도한 사실을 비판했다. 유 교수는 “2020년 한 유력 언론사가 개그맨 고(故) 박지선 씨 어머니의 유서를 특종이라고 보도했다”라며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그 내용을 몰라서 보도 안한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영화나 드라마 등 비보도 콘텐트의 무분별한 자살장면 노출 문제를 공론화 하고 제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양두석 안실련자살예방센터장은 “네이버나 구글등 포탈에 올라오는 자살유해정보등은 즉시 삭제되어야 한다”라며 “플랫폼 사업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방송통신위원회는 제재 조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생명존중희망재단은 자살유해정보 유포자에 대한 수사의뢰 건수와 경찰도 이에대한 송치건수, 검찰은 기소건수 분기별로 언론에 발표해 자살유해정보 유포시 단속과 처벌된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자살예방포럼 윤호중 공동대표는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이러한 책임 의식 하에 전통적인 언론, 방송뿐만 아니라 미디어 플랫폼의 콘텐츠까지 포함하여 뉴미디어 환경에 맞추어 자살예방정책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재옥 공동대표는 “우리 정부에서는‘제5차 자살예방기본계획’을 통해 온라인ㆍ미디어상 자살유발정보로 인한 생명경시풍조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선 정책지원뿐만 아니라 콘텐츠 제작사ㆍ언론의 자정ㆍ국민의 이해도를 높이는 등 사회 전체의 노력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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