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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국회 찾고, 檢총장 지원에도…‘금융사기 환수법’ 국회서 멈칫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 엄단에 나선 금융당국의 계획이 국회 앞에서 멈칫하고 있다. 주가조작 행위자 등에 처벌 강화를 담은 법률 개정안에 대해 여당을 중심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를 찾아 설득에 나섰지만 이른 시기에 개정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세번째)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두번째),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오른쪽), 양석조 남부지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세번째)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두번째),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오른쪽), 양석조 남부지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달 29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논의한다. 현재는 3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주가조작‧시세조종‧미공개정보 이용)에 과징금을 매길 근거가 없는데, 개정안은 과징금을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책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과징금을 매길 때 기준이 되는 부당이득 산정방식도 명문화했다. 그래서 ‘금융사기 환수법’이라 불린다.

현재 주가 조작과 기업의 이익 증가가 동시에 이뤄진 경우, 기업 이익과 관련 없는 부당이익이 얼마인지 검사가 입증해 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는 솜방망이 처벌 혹은 아예 무죄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개정안은 위법 행위로 발생한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보고,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가격 변동분은 피고인이 소명토록 했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등으로 주가조작 행위에 대한 엄벌 요구가 커지자 개정안 입법은 가속이 붙는 듯했다. 하지만 여당이 제동을 걸었다. 주가 조작으로 얻은 수익 중 주가 조작과 관련없는 요인에 따른 부분을 피고인이 계산하도록 한 데 대해 “검사에게 혐의 입증 책임이 있다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어겼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도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피고인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고, 무죄추정 원칙에 반할 수 있다”며 “부당이득은 검찰이나 금융당국도 정확히 특정하는 것이 어려운데 피고인에게 소명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한 측면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당 손을 들어준 셈이다.

금융당국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개정안이 빨리 통과될 경우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도 적용할 수 있는데 현재 분위기로는 쉽지 않아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개정안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도 적용되는 만큼 주가조작꾼에 대한 엄벌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6일 예정에 없이 국회를 찾아 법사위 등 소속 의원과 만남을 갖고 자본시장법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엄단은 금융당국의 최대 현안 중 하나다. 이 원장은 “직을 걸겠다”는 표현까지 썼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이 지난달 2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방문,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도 지난 22일 검찰 수장으로선 처음으로 한국거래소를 찾아 자본시장법 개정 필요성을 지원 사격했다. 이 총장은 “처벌이 가벼워 (주가조작이)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있다는 걸 부인할 수 없다”며 “조속히 법률이 통과돼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도록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 개정안에 대한 우려 사항과 관련해 법원행정처 및 국회와 계속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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