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 침대산업 개척자’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 별세

중앙일보

입력

에이스침대 안유수 회장. 사진 에이스침대

에이스침대 안유수 회장. 사진 에이스침대

한국 침대 산업의 개척자로 불리는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이 별세했다. 93세.

에이스침대는 27일 안 회장이 전날 오후 늦게 별세했다고 밝혔다. 고인은 1930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1951년 1·4 후퇴 당시 부모와 떨어져 남쪽으로 내려왔다.

부산 미군 부대에서 잡역부를 하다가 침대를 처음 접했다. 이후 침대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1963년, ‘세상에 없던 시장을 개척해 보자’는 생각으로 29세 나이에 서울 금호동에 에이스침대공업사를 설립했다.

안 회장은 1963년 서울 금호동에 터를 잡고 ‘에이스침대 공업사’를 설립했다. 당시 한국에서 스프링 침대를 제조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스프링부터 프레임까지 모두 개발해야 했다. 사진 에이스침대

안 회장은 1963년 서울 금호동에 터를 잡고 ‘에이스침대 공업사’를 설립했다. 당시 한국에서 스프링 침대를 제조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스프링부터 프레임까지 모두 개발해야 했다. 사진 에이스침대

에이스침대는 숱한 시행착오 끝에 탄생했다. 처음엔 스프링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스프링 모양으로 깎고, 손에 물집이 생길 때까지 강선을 감아 보기를 수없이 반복하다가 1년여 만에 스프링을 찍어내는 기기를 개발했다. 제품 테스트 중 매트리스에 100㎏의 힘을 8만 번 가하는 ‘내용성 시험’ 일화도 유명하다. 처음엔 몸무게 60㎏가량 되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등에 업고 100㎏ 정도 무게를 만들어 측정하기도 했다.

창업 후 10여 년 뒤엔 전기 누전으로 인한 화재 때문에 공장이 모두 불에 탄 적도 있다. 이때 고인은 ‘기술은 불에 타지도 않고, 물에 떠내려갈 일도 없는 무형의 재산’이라는 것을 뼈에 새겼다고 한다.

ACE 성남공장 사진. 안 회장은 1978년 서울 성수동에서 경기도 성남으로 공장을 이전한 후 KS마크 획득에 힘을 쏟았다. 사진 에이스침대

ACE 성남공장 사진. 안 회장은 1978년 서울 성수동에서 경기도 성남으로 공장을 이전한 후 KS마크 획득에 힘을 쏟았다. 사진 에이스침대

ACE 국제공인 침대공학연구소. 이 연구소 설립 이후 에이스침대를 대표하는 캐치프레이즈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도 만들어졌다. 사진 에이스침대

ACE 국제공인 침대공학연구소. 이 연구소 설립 이후 에이스침대를 대표하는 캐치프레이즈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도 만들어졌다. 사진 에이스침대

1992년 ‘에이스침대 침대공학연구소’를 설립하고 한국인 체형에 맞는 매트리스 등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이어갔다. 이 시기 유명한 제품 캐치플레이즈인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도 선보였다.

고인은 생전에 “‘침대는 과학’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았던 것은 내 손으로 직접 강선을 꼬아가며 개발한 침대가 곧 우리나라 침대 산업의 역사가 됐기 때문”이라며 “지금의 에이스침대를 만든 건 최초와 최고를 향한 굳은 신념과 도전 정신”이라고 말했다.

에이스침대 측은 “국내 최초 매트리스 스프링 제조 설비, 업계 최초 KS 마크 획득, 300개 특허 획득 등은 고인의 경영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에이스침대의 자동 생산 시스템. 사진 에이스침대

에이스침대의 자동 생산 시스템. 사진 에이스침대

한편으론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고인은 1999년부터 25년 동안 설과 추석 명절마다 지역사회에 백미를 기부했다.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 15억원을 내놓기도 했다. 금탑·철탑산업훈장, 이탈리아 국가 훈장과 기사 작위 등을 받았다.

안 회장은 1994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사진 에이스침대

안 회장은 1994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사진 에이스침대

유족은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 안정호 시몬스침대 대표 등 2남 1녀다. 고인은 지난달 딸인 명숙씨에게 에이스침대 지분 5%를 증여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30일 오전 8시, 장지는 경기도 용인 선영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