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난공불락 엔비디아에 ‘K-AI반도체’ 도전…"소프트웨어 인재 키워야"

중앙일보

입력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NHN 본사에서 열린 '제3차 인공지능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과기정통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6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NHN 본사에서 열린 '제3차 인공지능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 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과기정통부

엔비디아가 장악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 한국 기업들이 균열을 낼 수 있을까.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과 클라우드 기업, 정부가 ‘차세대 AI 반도체 팀워크’로 기회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무슨일이야

정부가 국산 AI 반도체의 대규모 상용화를 지원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현재 상용화 초기 단계인 국산 신경망처리장치(NPU) 반도체를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이 운영하는 데이터 센터에 탑재해 대량 사용 실적을 만들고, 글로벌 수출을 노린다. NPU는 딥러닝 등 AI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고성능·저전력 프로세서로, 현재 엔비디아가 시장 90% 이상을 독점하다시피한 GPU(그래픽처리장치)의 뒤를 이을 2세대 AI 반도체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6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 NHN에서 열린 제3차 AI 반도체 최고위 전략대화에서 “클라우드 기술과 AI 반도체가 접목된다면 큰 파급력을 가져올 것”이라며“AI 서비스를 최적화하고, 저(低)전력화를 통해 탄소 중립 시대에 도전과 기회를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K-클라우드 프로젝트에 따라, 정부는 올해부터 3단계에 걸쳐 AI 반도체 상용화·고도화를 지원한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 총 826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방식은 국내 3대 클라우드 기업(KT클라우드ㆍNHN클라우드ㆍ네이버클라우드)의 데이터 센터 서버에 국산 NPU 3사(퓨리오사AIㆍ사피온ㆍ리벨리온)의 칩을 얹어 성능을 검증하고 실적(레퍼런스)을 쌓는 것. 윤두희 과기정통부 정보통신방송기술정책과장은 “AI 반도체 상용화를 위해선 최소 한 달에서 1년 정도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반도체가 무사히 작동했다는 레퍼런스가 필수”라고 말했다.

3단계 K-AI 반도체 빅픽처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1000억원을 들여 국산 NPU를 실증(1단계)하고, 2028년까지 저전력 PIM(Processing in Memory: 지능형 반도체)를 개발(2단계)하며, 이후 2030년까지 극저전력 PIM을 개발(3단계)해 데이터센터에 적용한다. 또 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증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1단계 사업에서는 광주 AI 산업 융합 집적단지와 클라우드 3사의 데이터센터에 NPU를 적용한다. KT클라우드는 리벨리온과, 네이버클라우드는 퓨리오사AI와, NHN클라우드는 사피온과 함께 구축한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하반기에 문을 여는 광주 AI 데이터센터는 AI 반도체 실증에 필요한 인프라와 기반 시설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왜 중요해

◦ 기업 별 경쟁 넘어선 국가 대항전: 챗GPT 등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생성 AI 열풍으로, AI 연산에 특화된 고성능·저전력 AI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세계 AI 반도체 시장이 2021년 347억 달러(약 45조원)에서 2026년 861억 달러(약 112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1600억 달러인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50% 규모다. 각국 정부가 AI 반도체 시장에 필사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다. 미국은 지난해 8월 ‘반도체와 과학법’을 발효하고 반도체 연구개발(R&D)에 110억 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대만도 2018년부터 4년간 정부 주도로 ‘AI반도체 제조공정 및 칩 시스템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생태계가 중요한 반도체: AI 반도체는 기술 생태계가 갖춰져야 승부를 볼 수 있는 시장이다. 칩 설계부터 시스템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반도체 회로 테스트 및 패키징하는 후공정(OSAT)으로 이어지는 생태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 엔비디아는 오랜 시간에 걸쳐 AI 반도체(GPU)ㆍ데이터센터 시스템(DGX)ㆍ소프트웨어(CUDA, 쿠다)ㆍ플랫폼(엔비디아AI)으로 이어지는 기술 생태계를 갖추고 개발자·기업 ·클라우드업체를 붙들고 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성능이 더 좋은 칩을 만들었더라도, 기존 제품에 굳어진 고객들의 습관을 한번에 바꾸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엔비디아 제품을 쓰던 기업들에게 K-AI 반도체를 쓸 이유를 확실히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종호 장관도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이 클라우드로 이어지는 기술 선순환 생태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아톰. 사진 리벨리온

리벨리온의 AI 반도체 아톰. 사진 리벨리온

그래서 글로벌 경쟁력은? 

2021년 이후 한국 스타트업들이 설계한 AI 반도체들은 글로벌 성능 테스트 대회인 머신러닝 퍼포먼스(MLPerf)에서 엔비디아의 동급 반도체를 제칠 만큼 기술력을 인정 받았다. 그러나 데이터 센터 서버용 칩을 고르는 기업들이 선택할 정도는 아직 아니라는 게 냉정한 평가.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2세대 AI 반도체인 NPU가 기존 GPU 역할까지 흡수해 시장이 커진다면, K-AI 반도체 산업에 기회가 더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AI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려면 소프트웨어 인재 역량이 중요하다. AI 반도체 칩(하드웨어)과 AI 모델 사이를 연결해줄 시스템 소프트웨어가 칩 성능 만큼이나 중요하기 때문. 과기정통부 윤두희 과장은 “AI 반도체 인재 100명 중 20명이 아키텍처(컴퓨터 시스템 전체의 설계 방식)를 짜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라면, 80명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해야 산업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반도체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은커녕 하드웨어 인력도 부족한 형편이다. 지난해 보스턴컨설팅그룹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반도체 설계 엔지니어가 6만 명, 중국은 5만2000명, 대만은 1만명인데 비해 한국은 7000명에 불과했다. 느린 공급에 비해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2026년까지 국내 AI 반도체 석·박사 인력 수요는 총 3만 명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일단 올해 AI 반도체 대학원을 선정(서울대, 한양대, KAIST)해 6년 간 석·박사 495명을 배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