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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이후 점검도 제대로 못했다” 5년간 방치된 세종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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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세종시 금강에 만든 세종보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4월 가동보 3개를 완전 개방한 이후 5년 넘게 실린더 등 내부 시설 안전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프리랜서 김성태

세종시 금강에 만든 세종보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4월 가동보 3개를 완전 개방한 이후 5년 넘게 실린더 등 내부 시설 안전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21일 세종시 금강 세종보(洑). 노무현 정부가 건설 계획을 수립하고, 1287억원을 들여 2011년 준공했다. 문을 여닫을 수 있는 가동보 3개(길이 223m)가 수평으로 뉘어진 채 방치돼 있었다. 보는 개방한 상태다. 가동보를 제외한 나머지 구간(125m)은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문재인 정부는 생태계 복원을 이유로 2017년 11월 세종보 부분 개방을 결정한 데 이어 이듬해 4월 완전히 개방했다. 2021년 1월에는 보 해체를 결정했다. 보 개방 5년이 지났지만, 세종보 운명은 오리무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때부터 “4대강 보를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세종보는 아직 이렇다 할 변화는 없다.

5년 넘게 가동을 멈춘 가동보엔 작은 자갈과 수풀이 끼어있었다. 세종 시민 1만1000명이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연 12Gwh)을 생산하는 소수력발전도 보 개방과 함께 멈춰있었다. 보 바로 앞 수면 위에 퇴적토가 넓게 드러났다. 그 흙 위에 수풀과 나무가 우거져 섬처럼 보였다.

세종보는 개방 이후 관리도 거의 안 된 듯했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세종보는 2018년 완전 개방 이후 가동보 내부에 있는 실린더 등 주요 장비 점검을 5년 동안 하지 못했다. 개방 전에는 홍수기 전과 후로 나뉘어 1년에 두 차례 정기점검했다고 한다. 고장 난 부품을 교체하고, 연결이 끊어진 곳은 용접도 했다.

세종보에 설치한 가동보 3개엔 보를 움직이는 실린더 94개가 설치돼 있다. 현재 가동보가 눕혀진 상태라 밑에 깔린 실린더는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다. 실린더는 유압식(油壓式)으로 만들었다. 실린더에 압력을 가해 가동보 축을 밀면 보가 눕혀지는 방식이다. 배관 내구연한은 7년, 가동보 한 개 무게는 40t에 달한다.

금강보관리단 관계자는 “가동보를 제대로 점검하려면 40t짜리 철판을 들어 올려 밑에 깔린 실린더와 배관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며 “가동보 개방 결정 이후 주요 장비에 녹이 슬었는지, 누수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가동보를 들어 올리고 싶어도 배관이 유압을 견뎌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며 “무리하게 가동보를 움직였다가, 배관이 터지기라도 하면 기름이 하천에 누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시는 세종보에서 상류 5㎞에 있는 양화취수장에서 물을 끌어와 제천과 방죽천, 세종호수공원 등에 하루 2만여t을 공급하고 있다. 보 해체로 수위가 낮아지면서 취수량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세종시는 2018년 임시방편으로 취수장 인근에 2억원을 들여 돌멩이를 쌓아 임시보를 만들었다. 자갈보는 2018년과 2019년 집중 호우에 잇따라 유실됐다. 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6억원(국비)을 들여 별도 취수시설을 만들고 있다. 금강 바닥에 관정을 뚫고, 655m 도수관로를 취수장까지 연결하는 공사다.

한편 최민호 세종시장은 지난 12일 한화진 환경부 장관을 만나 “세종보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환경부는 6월부터 정밀 안전점검을 시작해 오는 11월까지 세종보 재작동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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