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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꺾였다는데 목욕료 1만원 간다…소비자 울린 '마지막 뇌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정점을 찍은 건 지난해 7월이다. 당시 전년 같은 달과 비교한 물가상승률은 6.3%로, 24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후 물가는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달엔 3.3%를 기록했다. 물가가 안정세를 찾아가는 상황에서 이런 흐름과 역행하는 품목이 있다. 서비스 물가다.

116개 중 108개 서비스 가격 올라

2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분석 결과 지난달 116개 개인서비스 품목 중 108개가 1년 전보다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식을 제외한 77개 개인 서비스 물가는 지난달 4.7% 상승했다. 물가상승률 정점을 기록한 지난해 7월(4.3%)보다 오히려 더 높다. 농축수산물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7.1%에서 지난달 -0.3%로, 공업제품은 8.9%에서 1.8%로 떨어지는 등 확연한 둔화세인 것과 반대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특히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 중 8개 품목의 가격이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목욕료가 14.1% 오르면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보험서비스료(13%), 찜질방이용료(12.4%), 운동경기관람료(11.7%), 간병도우미(11.4%)가 뒤를 이었다. 목욕·찜질방·세탁 등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서비스플레이션’(서비스+인플레이션)이 실생활에 밀접한 서비스 위주로 나타나고 있다는 풀이가 나온다. 실제 직장인이 주로 이용하는 세탁서비스 ‘런드리고’는 지난 3월 세탁비를 300~2700원 올렸다.

서비스 가격은 왜 뒤늦게 오르나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평균 목욕 비용은 9692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 8308원이었는데 1년 새 16.7% 상승했다. 2월 들어 처음으로 9000원을 넘어선 이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목욕 한 번에 평균 1만원에 곧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 이 기간 7769원이었던 정장 상·하의 드라이크리닝 비용도 8846원으로 13.9% 올랐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외식 물가의 경우 지난해부터 꾸준히 올라왔지만, 기타 생활서비스의 경우 뒤늦게 가격 인상 발동이 걸렸다. 세탁·간병도우미 등 인건비 비중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가 상승은 원자재·석유류 가격 인상이 주도하다 보니 가공식품→외식→인력 서비스 순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동네 세탁소나 목욕탕 등 개인서비스는 소상공인 비중이 높다. 이들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라는 특성이 있는데 소비자로서의 물가 부담이 커지다 보니 뒤늦게 가격 인상에 나섰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인한 연쇄 효과도 작용했다.

서비스 가격이 물가 안정의 ‘마지막 뇌관’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희 교수는 “각종 돌봄 서비스처럼 설비투자보다 인건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서비스는 육체노동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인한 구인난까지 겹쳐 가격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인위적 가격 조정을 할 수는 없지만 노동공급을 늘리는 대책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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