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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만 따라하면 돈 계속 들어와"…'8%' 장담한 박사, 배우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9.9%가 모르는 천연자원 자동투자, 3분만 따라 하면 돈이 계속 들어옵니다”
재테크 방법을 고민하던 A씨는 지난 3월 이런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혹하는 마음이 들었다. 영상에는 경제학 박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성이 천연가스 베이시스 거래로 한 달에 약 8%의 이익을 얻었다고 홍보했다. A씨에게 낯선 개념이었지만, 경제학 박사가 말하니 믿음이 갔다. A씨는 해당 업체 카카오톡 대화방을 이용해 1대1 상담을 받은 뒤, 거금 6000만원을 투자했다. 투자 후 해당 업체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보니 하루 만에 3% 수익까지 났다. 하지만 이후 수익금 인출을 요구하자, 돈을 못 받은 것은 물론 갑자기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탈퇴 당했다. 알고 보니 유튜브 속 경제학 박사는 가짜 배우였고, 홈페이지상 수익도 허위로 표시한 것이었다.

신재생 투자 빙자 유사수신 급증

배우로 경제학 박사를 사칭해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유도한 유튜브 영상. 금융감독원

배우로 경제학 박사를 사칭해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유도한 유튜브 영상. 금융감독원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빙자한 신종 사기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빙자한 유사수신 피해 상담 및 신고 건수가 36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런 신종 사기는 앞선 A씨 사례처럼 '유튜브로 투자법 소개→익명 SNS로 투자 상담→투자금 편취 후 잠적'이라는 유사한 수법을 보였다. 인터넷으로 투자 정보를 얻고 비대면으로 거래하는 최근 투자 방식의 허점을 노린 것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은 SNS를 통해서만 상담 및 홍보를 진행하며, 철저히 자신의 신분을 숨겼다. 투자금도 대포통장으로 받아 빼돌렸다. 하지만 자신들이 만든 홈페이지에서는 투자를 통해 수익이 난 것처럼 꾸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존재하는 업체 명의까지 빼돌려 홍보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은 실제 존재하는 기업의 명의까지 도용해 투자를 유도했다. 금융감독원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은 실제 존재하는 기업의 명의까지 도용해 투자를 유도했다. 금융감독원

이들은 유튜브로 전문가를 사칭하는 것은 물론, 기술력을 가진 기업의 명의까지 도용해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해 사람들이 잘 모른다는 허점을 노려 원래 있는 기업의 정보까지 대담하게 가져다 쓴 것이다.

또 다른 피해자 B씨도 역시 경제학 박사를 사칭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유튜브에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가 투자가 유망하다는 내용을 봤다. 매월 600만원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현혹돼 업체 홈페이지에 가입 후 1000만원을 입금했다. 해당 업체는 홈페이지에 사업자등록증은 물론 정부로 받은 표창장과 특허청 명의의 특허증까지 올려 홍보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사업자등록증과 표창장·특허증 모두 도용한 것이었다. 명의를 도용당한 기업들은 이런 사기 행각과 관련 없다며 홈페이지 등에 공지사항 게시했다.

겉은 신재생 투자, 실제론 유사수신

피해자가 업체와 나눈 SNS 대화. 금융감독원

피해자가 업체와 나눈 SNS 대화. 금융감독원

금감원은 이들이 신재생에너지 투자를 빙자했지만, 유사수신과 동일하게 원금 및 수익을 보장한다는 말로 꼬드겨 투자금을 모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피해자 C씨도 “원금과 이익을 보전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원금의 손실을 업체에서 전액 부담한다”는 가입 약관을 보고 안심하고 1000만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후 수익금을 요구하자, 돈을 못 받은 것은 물론 홈페이지 폐쇄 후 회원도 강제 탈퇴 당했다. 금감원은 이들이 홈페이지 폐쇄 이후에도 업체명과 홈페이지만 바꿔가며 동일한 수법으로 투자금을 편취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처음에는 천연가스 베이시스 투자를 앞세웠다가 이후에는 태양광 투자로 분야만 변경하는 방식이다.

금감원은 “유튜브 등을 통해 원금 손실 없이 고수익을 올린다고 홍보하면 일단 불법 유사수신 등 사기일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신재생에너지 등 생소한 분야는 반드시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유선·대면 상담을 거부하는 업체에 대한 투자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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