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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수장 프리고진, 시민들과 셀카 찍고 환호 받으며 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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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을 안긴 ‘푸틴의 해결사’.

24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무장 반란을 주도한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은 푸틴이 키운 인물이다. 교도소 출소 후 핫도그 판매상, 레스토랑 사장을 거친 그는 푸틴의 권력을 등에 업고 승승장구해 5만 명의 용병을 이끌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

측근의 배신에 푸틴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점령 중이던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철수하며 시민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그가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담은 영상에서 시민들은 그에게 악수를 청하거나 함께 셀카를 찍기도 했다. 그는 러시아 내 급진 세력 사이에선 인기를 얻고 있다.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용병은 우크라이나 부차 민간인 학살의 주범으로 지목된다. 프리고진은 또 시리아·리비아 내전 개입, 크림반도 강제 병합, 미국 대선 개입 등 러시아가 국제적 문제를 일으킨 사건마다 ‘악당’으로 등장했다. 그는 “푸틴의 일은 더러운 것도 마다치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프리고진과 푸틴의 인연은 1996년 시작됐다. 당시 프리고진은 ‘콩코드 케이터링’이란 회사를 세우고 모스크바 등에 고급 레스토랑을 열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은 가난을 딛고 부자가 된 프리고진의 성공 스토리에 매료됐다”고 전했다. 프리고진은 2002년 푸틴의 생일과 크렘린궁 연회 음식의 케이터링도 맡아 그에겐 ‘푸틴의 요리사’란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요리를 할 줄 모른다”며 자신을 ‘푸틴의 도살자’로 불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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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81년 사기·절도·매춘 등의 혐의로 9년간 복역했다. 출소 후 노점에서 핫도그를 팔아 많은 돈을 모았다. 이후 레스토랑을 열 정도로 번창했고, 푸틴과 인연을 맺은 후 날개를 달았다. 2010년부턴 러시아 학교와 군대 급식 공급 계약을 따냈다. 뉴욕타임스(NYT)는 2018년 기준 그의 재산은 공개된 것만 2억 달러(약 2624억원)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의 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족이 소유한 전용 제트기와 호화 요트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프리고진은 올 초부터 러시아군 수뇌부의 관료주의와 무능함을 비판해 왔다. 이에 러시아군이 바그너그룹을 직접 통제하려고 하자 프리고진이 우크라이나 전장에서의 철수를 시사하며 갈등은 극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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