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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음악 알릴 기회 목말랐다” 129대 1 뚫은 인디 뮤지션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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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14일 진행된 ‘튠업’ 24기 오리엔테이션에서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튠업’은 CJ 문화재단이 2010년 시작한 인디 가수 발굴·지원 사업이다. [사진 CJ문화재단]

지난 14일 진행된 ‘튠업’ 24기 오리엔테이션에서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튠업’은 CJ 문화재단이 2010년 시작한 인디 가수 발굴·지원 사업이다. [사진 CJ문화재단]

연말에 데뷔하는 싱어송라이터, 10년 이력 힙합 듀오, 지난해 결성한 5인조 혼성 록 밴드…. 장르도 연령도 팀 구성도 제각각인 인디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29대 1. 가장 치열한 경쟁을 뚫고 ‘튠업’(TUNE UP)에 선발된 이들은 기대감에 눈빛을 반짝였다.

인디 가수 발굴·지원을 위해 CJ문화재단이 지난 2010년 시작한 ‘튠업’이 올해 지원 대상자를 최근 선정했다. 선정된 팀에게 2년간 1500만원 상당의 음반 제작을 지원하고, 국내외 온·오프라인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그동안 지원한 67팀(172명)에는 멜로망스·새소년·카더가든 등 인지도 높은 팀들이 포함돼 있다. 올해 선발된 6팀을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의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만났다.

5인조 록밴드 ‘지소쿠리클럽’의 리더 정지석(27)은 “택배 상·하차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다”고 털어놨다. 생계비가 문제가 아니었다. 음원·음반 제작과, 대중을 상대로 라이브 공연을 하는 데도 당연히 돈이 든다. 4년간 혼자서 음악을 했다는 그는 “세션(연주)에 지불해야 하는 돈까지 모두 부담하다 보니 공연을 할수록 마이너스더라”며 “그나마 코로나로 공연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기회가 확 줄었다”고 했다. 결국 비슷한 처지의 4명과 밴드를 꾸리게 됐다고 했다.

이들은 “인디 밴드는 음악을 노출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평가나 인정을 받을 기회도 줄어든다”며 “금액 지원도 의미 있지만 가장 크게 와 닿는 부분은 역시 공연에 대한 지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힙합 듀오 ‘힙노시스테라피’의 프로듀서 제이플로우(이주호·34)는 “곡을 발표하려면 유통사를 찾아야 하는데, 인지도 떨어지는 인디 뮤지션의 곡은 아무도 유통하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 이들은 지난 2018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음반(알앤비·소울 부문)을 수상하며 자신들의 음악을 대중에 들려줄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발라드와 팝 음악을 병행하는 싱어송라이터 범진(주범진·26)은 “계속 잘 안 되니까 나중에는 열등감이 생긴다”고 털어놨다. 2014년 홍대 등지에서 버스킹 공연을 시작한 그는 ‘듀엣가요제’(MBC), ‘청춘스타’(채널A)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올해 말 데뷔하면 10년이 걸리는 것이다. “잔나비·멜로망스 등 비슷한 시기에 음악을 하던 가수들이 잘되는 걸 보면서 ‘나는 역시 안되는구나’ 생각했는데 끈질기게 음악을 하다 보니 기회가 오는 것 같다”며 “튠업 선발을 계기로, 공연도 하고 좋은 곡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튠업 경쟁률은 역대 최고였다. 6개 팀을 뽑는데 775팀이 몰렸다. 민희경 CJ 사회공헌추진단장은 “그만큼 인디 음악계를 제대로 지원하는 곳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해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상금 등 일회성 지원보다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성장을 돕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뮤지션을 뽑을 때 다양성을 가장 크게 고려한다”며 “K팝의 인기가 얼마나 지속되느냐는 결국 다양성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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