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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인파 1000명 "대선 출정식 같다"…이낙연 귀국 연설 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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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이 전 대표는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경″이라며 ″못다한 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1년간의 미국 유학 생활을 마친 이 전 대표는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경″이라며 ″못다한 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귀국길에 내놓은 이 한마디를 놓고 야권 내에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6월 7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1년여 만에 귀국한 이 전 대표가 자신의 ‘정치 활동 재개’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날 인천국제공항은 이 전 대표의 귀국을 반기는 지지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버스 10여대가 지지자들을 태우고 공항에 도착했고, 공항 측 추산으로 환영인파는 약 1000명에 달했다. 설훈·이개호·김철민·박영순·윤영찬·이병훈 의원 등 ‘친이낙연계’ 의원들도 대거 이 전 대표를 맞이하러 공항에 나왔다. 당내에선 이 전 대표의 귀국길이 “마치 대선 출정식 같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특히 이날 이 전 대표는 여러 차례 정치 활동 재개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대한민국이 이 지경이 된 데는 저의 책임도 있다는 것 잘 안다.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고, “저에게 주고 싶은 말씀, 저에게 듣고 싶은 말들도 많을 거다. 그러나 그런 얘기들은 앞으로 나눌 기회가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며 ‘다음’을 약속했다. 또 공항 밖에선 지지자들을 향해 “이제부터는 안 떠나고 여러분 곁에 있겠다. 국민들 말씀을 듣고 국민 속에서 길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권을 잡고 있는 친이재명계는 이 전 대표의 귀국에 대해 공개적인 평가를 자제했다. 이재명 대표는 25일 6·25전쟁 제73주년 행사 참석 직후 이 전 대표의 귀국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이어서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전 대표의 ‘못다 한 책임’이란 결국 지금 잘 안 되는 내부 단결을 돕는 역할에 대한 것”이라고 해석하며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두 분(이재명·이낙연)이 서로 잘 상의해서 당을 단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선 직후인 지난해 3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낙연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선 직후인 지난해 3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낙연 전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대표도 당분간 당내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윤석열 정부의 비판에 집중할 거라는 게 측근들 설명이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우선 국제관계나 윤석열 정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24일 “지금 대한민국은 나라가 국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며 윤석열 정부를 향해 “모든 국정을 재정립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본을 향해선 “원전 오염수 해양방류를 중지하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고, 미·중을 향해선 “대한민국을 더 존중해야 옳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향후 민주당 원로들과 연쇄 회동을 하며 존재감을 다시 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히 정세균·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과의 ‘3자 회동’의 성사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대표 혼자만 움직여서는 주목도가 떨어지겠지만, 전통 지지층을 상징하는 원로들이 연대하면 폭발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선 “친명·비명이 정면으로 충돌하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는 건 이낙연 전 대표”(재선 의원)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검찰 수사로 인해 야권 전체가 정치적 위기에 몰린 상황에선 이 전 대표가 ‘이재명 지도부’와 각을 세우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친명계 내부에선 “스스로 책임을 느낀다면 요란하게 올 게 아니라 조용히 귀국했어야 한다”는 비판적인 반응도 감지됐다. 이 대표와 가까운 초선 의원은 “이 전 대표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 민심에서도 ‘이재명 방어’ 목소리가 적지 않은 만큼 이 전 대표가 쉽게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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