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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 두 달 앞두고 덜미…20년전 오리무중 강간범 잡은 이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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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범인을 찾지 못했던 성범죄 사건 10여건이 검찰과 경찰의 유전자 대조작업으로 해결됐다. 2000년대 초 가정집을 돌며 여성 세 명을 살해하고 금품을 훔친 ‘진주 연쇄살인범’도 또 다른 강간 범행이 드러나 추가 기소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범행 현장에 남은 혈흔을 토대로 DNA를 채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범행 현장에 남은 혈흔을 토대로 DNA를 채취하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국과수에 보관 중인 DNA로 잡았다

대검찰청 형사부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DNA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성폭력 사건 피의자 13명을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1월부터 미제 사건을 전수조사하며 검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관 중인 DNA를 피의자 인적사항과 대조한 결과다. 10명을 기소하고 3명은 수사가 진행 중인데, 이들 대부분이 다른 성범죄를 저질러 이미 수감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2000년대 초반, 경남 진주와 경기 성남에서 주부 2명과 노모 1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A도 또 다른 성범죄 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졌다. A는 2000년 5월 피해자 집에 침입한 뒤 칼로 위협해 금품을 뺏으려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칼로 피해자 옆구리를 찌르고 강간을 시도하다 미수에 그쳤다. 당시 DNA가 확보되긴 했지만, 인적사항을 특정할 수 없어 장기 미제로 남았었다.

교도소에서 석방을 두 달 앞두고 다시 구속된 경우도 있었다. B는 다른 범죄로 복역하다 형기를 채워 지난 5월 출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DNA 전수조사에서 2003년에 저지른 강간 사건이 드러나 3월에 기소됐고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올해 9월 출소 예정이던  C 역시 2003년 한 다방에서 피해자를 과도로 위협하고 강간한 사건의 DNA와 일치해 추가 기소됐다.

국과수에서 DNA 추출을 위한 원심 분리기를 작동시키고 있다. 중앙포토

국과수에서 DNA 추출을 위한 원심 분리기를 작동시키고 있다. 중앙포토

이밖에 2004년 장애인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며 유인해 칼로 위협하고 강간한 사건, 2006년 미성년자 피해자를 "가출청소년을 단속한다"며 속이고 강간, 2008년 술에 취한 피해자를 강제로 끌고 가 협박하고 범행을 저지른 사건 등의 범인이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에 검·경이 조사한 대상은 2010년 ‘DNA법’ 시행 이전, DNA가 발견됐지만 피의자가 누군지 알 수 없던 사건들이다. 해당 법률에 따라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자에 대해선 범행 현장에 남은 DNA 정보가 대검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관리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오랜 시간이 흘러도 범인을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죄를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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