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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리 속의 지우개' 팬 됐다" 日배우도 놀란 한·일 합작 영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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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 히어 러브'(SEE HEAR LOVE)는 난치병에 걸려 시력을 잃은 웹툰 작가 신지(야마시타 도모히사·오른쪽)와 선천적으로 소리를 못 듣는 히비키(아라키 유코)의 사랑을 그렸다. [사진 COCCS]

영화 ‘시 히어 러브'(SEE HEAR LOVE)는 난치병에 걸려 시력을 잃은 웹툰 작가 신지(야마시타 도모히사·오른쪽)와 선천적으로 소리를 못 듣는 히비키(아라키 유코)의 사랑을 그렸다. [사진 COCCS]

“학창 시절 로맨스 영화로는 유일하게 봤던 ‘내 머리 속의 지우개’를 통해 이재한 감독님의 팬이 됐어요.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흥분되는 일이었죠.”

이재한 감독의 로맨스를 택한 이유에 대해 배우 야마시타 도모히사(38)는 이같이 말했다. 일본 유명 아이돌 그룹 ‘뉴스’(NEWS) 출신인 그는 한국에선 ‘야마삐’라는 애칭으로 통한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야마시타 도모히사는 자신을 “이재한 감독님의 오랜 팬”이라고 소개하며 “저에겐 도전적인 작품임에도 작업을 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고 작품 참여 이유를 밝혔다.

이재한 감독의 한·일 합작 신작 영화 ‘시 히어 러브'(SEE HEAR LOVE)에서 그는 난치병에 걸려 앞을 보지 못하게 된 만화가 이즈모토 신지를 연기했다. 신지는 선천적으로 듣고 말하지 못하는 아이다 히비키(아라키 유코)를 만나 사랑을 깨닫는다. 장애라는 힘든 상황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사람은 사람을 구원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야마시타 도모히사는 “코로나19 영향도 있고 디지털 시대다 보니 누군가와 만나는 기회가 많이 줄었다. 외로움, 고독감이 커지는 현실에서 영화를 통해 사람 사이의 체온과 열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시 히어 러브'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야마시타 도모히사(오른쪽)와 아라키 유코가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열린 영화 '시 히어 러브'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야마시타 도모히사(오른쪽)와 아라키 유코가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연합뉴스

영화판의 한·일 합작은 드물지 않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브로커',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커넥트' 같은 작품이 일본 감독이 한국 배우들과 함께한 경우였다면, '시 히어 러브'는 한국 감독과 일본 배우들이 함께한 결과물이다. 카카오웹툰에서 연재된 한국 웹툰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고 사랑해'가 원작으로, 도쿄를 배경으로 각색했다. 여기에 일본 배우들을 캐스팅했고, 이재한 감독을 비롯해 조감독·총괄 PD 등 주요 제작진은 한국인이 맡았다. “일본에서는 '영화·드라마는 한국이 잘 만든다'는 평가가 퍼져 있기 때문에 일본 시장에서 한국 제작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한국 제작사 코크스(COCCS) 측은 설명했다.

한국 제작진과 일본 배우들은 언어는 달랐지만 큰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이날 야마시타 도모히사와 함께 내한한 배우 아라키 유코(30)는 “감독님은 히비키 캐릭터가 고독하고 쓸쓸한 면이 있지만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강인한 여성이라고 하셨고, 저 역시 이에 공감했다”며 “(촬영 내내) 사소한 표정 변화를 짚어주셔서 연기가 섬세해질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세세한 연기 지도는 통역사를 통해 일일이 확인하면서 소통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에서 두 주연 배우에게 가장 큰 도전은 역시 장애를 연기하는 것이었다. 야마시타 도모히사는 “아무리 노력해도 시야가 들어오기 마련이라 시선 두는 법을 연기하기가 가장 어려웠다”며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시각장애인들을 만나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방법을 익혔고, 선천적인 장애인이 아니라 살면서 시각을 잃게 된 사람들을 만나 고통과 절망을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들었다고 했다. 청각 장애를 연기해야 했던 아라키 유코 역시 “귀를 막아도 소리가 느껴지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서 귀가 안 들리는 체험을 해보고, 수화를 배우며 귀가 안 들릴 때 하는 동작을 익혔다”고 말했다.

영화 ‘시 히어 러브’는 한국과 일본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를 만든 이재한 감독이 연출했다. [사진 COCCS]

영화 ‘시 히어 러브’는 한국과 일본 합작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를 만든 이재한 감독이 연출했다. [사진 COCCS]

배우들은 이재한 감독의 조언(디렉션)이 큰 의지가 됐다고 했다. 야마시타 도모히사는 “앞이 보이지 않는 신지에게 손을 앞으로 뻗는 행동은 강인한 생명력을 의미한다고 감독님이 말해주신 적이 있다”며 “섬세한 표정부터 연기 톤을 디테일하게(세심하게) 봐 주셔서 현장에서 신뢰하고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인서트 컷(스토리텔링을 위한 추가 샷)의 경우 소품은 금방 촬영하는데, 한국은 소품 하나도 주인공이라는 생각으로 여러 번에 걸쳐 찍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시 히어 러브'은 일본 영화의 감성적인 분위기가 한국 제작진의 섬세한 연출을 통해 완성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야마시타 도모히사는 “(이번 영화는) 한국과 일본 스태프 모두의 열정이 담긴 작품”이라며 “이 작품을 통해 두 나라의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인간 내면에 숨겨진 사랑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시 히어 러브'는 지난 9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공개됐다. 국내에서는 서비스가 되지 않는다. 일본 아마존 프라임에서는 12일 연속 1위에 올랐다. 제작사 측은 “프라임 비디오 서비스가 안 되는 한국의 팬들을 위해 국내 OTT, 영화 배급사 등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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