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 음악 선보일 기회" 129대 1 경쟁률 뚫은 인디 뮤지션…‘멜로망스’ ‘새소년’ 이을까

중앙일보

입력

5인조 록밴드 '지소쿠리클럽'이 지난달 열린 '튠업' 3차 실연 심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CJ문화재단]

5인조 록밴드 '지소쿠리클럽'이 지난달 열린 '튠업' 3차 실연 심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 CJ문화재단]

연말에 데뷔하는 싱어송라이터, 10년을 함께한 힙합 듀오, 지난해 결성한 5인조 혼성 록 밴드…. 장르도 연령도 팀 구성도 제각각인 인디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29대 1, 역대 가장 높은 경쟁률을 뚫고 ‘튠업’(TUNE UP)에 선발된 이들은 기대감과 설렘으로 눈빛을 반짝였다.

‘튠업’은 인디 가수 발굴과 지원을 위해 CJ문화재단이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매년 소수를 선발해 2년 동안 1500만원 상당의 음반 제작을 지원하고, 국내외 온·오프라인으로 공연 기회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총 67팀(172명)을 지원했는데, 멜로망스·새소년·카더가든 등 인지도 높은 가수들이 과거 이 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올해 선발된 6팀을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의 CJ아지트 광흥창에서 만났다.

지난 14일 열린 '튠업' 24기 오리엔테이션 자리에는 12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인디 뮤지션 6팀이 모였다. [사진 CJ문화재단]

지난 14일 열린 '튠업' 24기 오리엔테이션 자리에는 129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인디 뮤지션 6팀이 모였다. [사진 CJ문화재단]

"공연할수록 적자"…기회에 목마른 인디계 

“택배 상·하차 등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어요.” 5인조 록밴드 '지소쿠리클럽'의 리더 정지석(27)은 음악을 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부분을 털어놨다. 생계비뿐이 아니다. 음원·음반 제작은 물론 대중을 상대로 라이브 공연을 하는 데도 돈이 든다.

4년 동안 혼자서 음악을 해 온 그는 “세션(연주)에 지불해야 하는 돈까지 저 혼자 모두 부담해야 하다 보니 공연을 할수록 오히려 (수입이) 마이너스(적자)더라”라면서 “2020년 초 코로나19로 공연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그마저도 할 기회가 확 줄었다”고 떠올렸다. 비슷한 상황에 있었던 4명의 친구와 함께 밴드를 꾸리게 된 이유다.

하나의 팀으로 모인 이들은 튠업을 비롯해 여러 인디 지원 사업에 문을 두드렸다. 어떤 지원이 가장 절실했느냐고 묻자 이들은 “인디 시장에 있으면 음악을 노출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평가나 인정을 받을 기회도 동시에 줄어든다”면서 “금액 지원도 의미 있지만 가장 크게 와 닿는 부분은 사람들이 많이 보는 공연에 대한 지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튠업'에 선발된 싱어송라이터 범진은 2014년부터 홍대 등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고, 각종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음악을 지속해 왔다고 한다. [사진 CJ문화재단]

'튠업'에 선발된 싱어송라이터 범진은 2014년부터 홍대 등에서 버스킹 공연을 하고, 각종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음악을 지속해 왔다고 한다. [사진 CJ문화재단]

힙합 듀오 '힙노시스테라피'의 프로듀서 제이플로우(이주호·34)는 “처음에는 음악 발표 자체가 어렵다”며 “곡을 발표하려면 유통사를 찾아야 하는데, 다들 인지도 떨어지는 인디 뮤지션의 곡은 유통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인들에게 유통사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거나 우리보다 인지도 있는 뮤지션과 경쟁하는 게 참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음반(알앤비·소울 부문)을 수상하며 이들은 자신의 음악을 대중에 들려줄 기회가 차츰 생겼다.

발라드와 팝 음악을 병행하는 싱어송라이터 범진(주범진·26)은 “음악을 계속해도 잘 안 되니까 열등감이 생겼었다”고 털어놨다. 2014년 홍대 등지에서 버스킹 공연을 시작한 그는 '듀엣가요제'(MBC), '청춘스타'(채널A) 등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올해 말 예정된 데뷔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잔나비·멜로망스 등 비슷한 시기에 음악을 하던 가수들이 잘되는 걸 보면서 '나는 역시 안되는구나' 생각했었는데 끈질기게 음악을 하다 보니 기회가 오는 것 같다”며 “튠업 선발을 계기로, 공연도 하고 좋은 곡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다양한 인디 장르, 맞춤형 지원해야"

이처럼 고충이 크다 보니 올해 튠업 경쟁률은 역대 최고였다. 6개 팀을 뽑는데 775팀이 몰렸다. 민희경 CJ 사회공헌추진단장은 “그만큼 인디 음악계를 제대로 지원하는 곳이 없다는 방증이기도 해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튠업은 음반 지원에서 시작해서 국내·외 공연 등으로 지원 범위를 늘려왔다”며 “상금 등 일회성 지원보다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성장을 돕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 단장은 특히 뮤지션을 뽑을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부분이 다양성이라고 밝혔다. “10년 전에는 '인디 음악' 하면 록밴드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 영향 때문인지 개인 성향 때문인지 인디 록이 크게 줄었다”며 “그래서 밴드는 물론 재즈·퓨전 국악 등 음악계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많이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인의 정체성과 취향이 가장 잘 나타나는 예술 분야는 역시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K-팝의 인기가 얼마나 지속되느냐도 결국 다양성에 달려 있다고 본다”고 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