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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식량난 北, 주민은 공원서 돈 뿌린다…그곳선 무슨 일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월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 81주년을 맞아 여성동맹일꾼들과 여맹원들이 경축모임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월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 81주년을 맞아 여성동맹일꾼들과 여맹원들이 경축모임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뉴스1

북한에서 사주팔자, 액막이 등 미신에 의존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 탓에 북한 주민들 사이에 미신 행위가 극성을 부리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는 양강도 백암군의 한 주민을 인용한 보도가 나왔다. “토요일인 어제 읍사무소 회의실에서 미신행위를 근절할 데 대한 해설담화가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주민은 “당국은 여성들이 적들의 사상문화적 침투 책동에 말려드는 미신행위를 절대 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함경북도의 또다른 주민 소식통도 같은 날 “최근 여맹에서 미신행위를 하지 말라는 데 대한 해설담화가 있었다”고 했다. 북한 당국이 ‘미신과의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해설담화는 중앙 당국의 지시에 따라 하달되는 대중 선전사업 중 하나다. 사업은 당국이 중요시하는 사안에 대해 장소와 관계없이 해설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북한에선 모든 종교활동과 미신이 비사회적인 행위로 여겨져 엄격히 금지된다. 당국은 “미신행위가 사람을 머저리로 만들고 사회주의 제도를 위험에 빠뜨리는 행위”라며 “당에서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 투쟁의 주 타격 대상으로 지정한 미신행위를 절대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미 사회 전반으로 미신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증언이다. 해설담황에서도 북한 주민들이 손금, 관상, 직성(나이에 따른 타고난 운명), 궁합, 액막이 등에 의존한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지난 4~5월 치러진 상당수의 결혼식이 ‘손이 없는 날(어떤 나쁜 운이 없는 길일)’에 진행되는가 하면, 몸이 아파도 병원 대신 점집을 찾는 이들도 많다고 전해진다.

한 주민은 “나쁜 팔자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점쟁이의 말을 듣고 자기 집마당에 있는 과일나무를 잘라버리거나 조상묘 주변에 있는 나무를 마구 찍어버렸다는 내용도 있었다”며 “지금의 생활상 어려움을 해결한다면서 액막이를 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었다”고 말했다. 액막이로는 돈과 물건을 공원이나 길가를 비롯한 여기저기에 뿌리는 등 다양했다.

이처럼 북한 주민들이 미신에 기대는 것은 생활고로 인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식통은 “앞날에 대한 희망이 없다보니 사람들이 미신이라도 믿으며 자신을 달래는 것 같다”며 “일부 주민들이 미신 행위에서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의 출구를 찾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北식량안보 최악…“식량 부족으로 목숨 끊어”

북한의 식량난 등 생활고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8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이 발표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2023년 지역별 핵심과제’ 보고서는 북한의 식량 안보가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세부 항목별로 살펴보면, 북한은 식량안보(Food security)에서 9.2점, 통치방식(Governance) 8.1점, 기관(institutional) 8.1점 등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악을 기록했다. 세부 항목을 종합해 평가한 총점에서도 북한은 10점 만점에 4.5점으로 1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아프가니스탄(8.3점)이었고, 미얀마(7.1점)·파키스탄(6.5점)이 뒤를 이었다.

지난 8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2023년 지역별 핵심과제’(Regional Focus Model) 보고서. 사진 RFA 캡처

지난 8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2023년 지역별 핵심과제’(Regional Focus Model) 보고서. 사진 RFA 캡처

지난달 29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보고서도 북한 주민 상당수가 적은 식량 소비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관들은 북한을 올해 6~11월 식량 수급 불안정에 대한 감시가 필요한 국가 중 하나로 지정하기도 했다.

또 지난 14일 북한 주민 3명은 BBC와 비밀리에 진행된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에서 식량 부족으로 굶어 죽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폭로했다. 생계가 불가능해진 일부는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죽기 위해 산으로 들어갈 정도라고 BBC는 전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31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의 식량난이 심화하면서 아사자 발생이 예년의 3배애 달라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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