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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수백 명품백 은행X 냄새 진동"…루이비통 발뺌에 분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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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정모씨는 지난 2018년 구매한 루이비통 '알마BB' 제품에서 악취가 심하게 난다는 사실을 최근 깨닫고 매장을 방문해 본사에 제품 교환에 대한 심의를 요청했다. 사진은 관련 자료로 ″악취 건으로 퀄리티 체크 요청″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정씨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정모씨는 지난 2018년 구매한 루이비통 '알마BB' 제품에서 악취가 심하게 난다는 사실을 최근 깨닫고 매장을 방문해 본사에 제품 교환에 대한 심의를 요청했다. 사진은 관련 자료로 ″악취 건으로 퀄리티 체크 요청″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 정씨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정모씨는 최근 드레스룸을 정리하다 깜짝 놀랐다. 지난 2018년에 산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 가방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서다.

정씨는 그해 국내 백화점에서 '알마BB'와 '네오노에BB' 가방 두 개를 구매했다. 이 중 악취는 당시 147만원을 주고 구입한 알마BB 제품에서만 났다.

통풍이 되도록 가방을 베란다에 두어도 냄새는 그대로였다. 인터넷에서 해결책을 찾던 정씨는 자신과 비슷한 사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17~2019년쯤 생산된 루이비통 특정 제품에서 근래 들어 악취가 심하다"는 게시물이 잇따른 것이다.

본사의 심의를 거쳐 교환 판정을 받았다는 일부 소비자의 경험담에 정씨는 루이비통 매장을 찾았다. 하지만 가방 심사를 맡긴 지 한 달여 정도 지났을 때 그는 본사로부터 교환 불가라는 답변을 받았다.

정씨는 24일 중앙일보에 "본사가 이 정도 냄새는 고객의 보관상 문제라고 하는데 납득할 수 없다"며 "제가 갖고 있는 두 개의 루이비통 가방은 같은 해 구매한 것이고 보관상에 차이를 둔 적이 없는데, 악취는 하나의 가방에서만 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길거리 떨어진 은행을 밟았을 때 나는 냄새로, 가방에 코를 가까이 대면 '악' 소리가 절로 나온다"며 "가방 안에 다른 물건을 넣으면 냄새가 밸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어 "한두 푼도 아니고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악취가 진동하는데 소비자 탓이라 발뺌하는 루이비통의 응대에 분통이 터진다"며 "교환 가능 여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는 건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모씨가 2018년 국내 백화점 매장에서 루이비통 '알마BB' 가방을 구매한 사실을 영수증과 인보이스로 인증하고 있다. 사진 정씨

정모씨가 2018년 국내 백화점 매장에서 루이비통 '알마BB' 가방을 구매한 사실을 영수증과 인보이스로 인증하고 있다. 사진 정씨

루이비통 특정 제품서 악취…본사 일부 교환 

정씨의 사례처럼 특정 연도에 생산된 루이비통 일부 제품에서 악취가 난다는 구매자의 불만·민원이 잇따르는 것으로 중앙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2017~2019년 무렵 카우하이드(다 자란 암소가죽)로 제작된 '알마BB', '포쉐트메티스' 등의 제품이 주로 거론된다. 루이비통 고유 카우하이드는 원래도 습기 등에 취약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해당 제품 구매자 중 본사 심의에 따라 교환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관리 소홀을 이유로 교환 불가 판정이 났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로부터 악취가 난다는 주장이 제기된 루이비통 '알마BB' 제품. 사진 루이비통 홈페이지 캡처

일부 소비자로부터 악취가 난다는 주장이 제기된 루이비통 '알마BB' 제품. 사진 루이비통 홈페이지 캡처

2019년 동유럽에서 알마BB를 구매했다는 A씨도 지난 3월 '악취 심의 접수 후기'라는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그는 게시물에서 "가방에서 언제부턴가 은행X 냄새, 걸레 냄새 같은 게 났다"며 "신혼여행 때 구입해 애지중지 아껴 들었고, 보관할 때도 더스트백(천주머니)에 넣어 통풍 잘 되게 해놨는데 갑자기 악취가 나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심의 접수하고 결과 나오기까지 3주 정도 걸렸는데, 본인들 잘못은 없고 관리 소홀 문제라는 답변을 받았다"며 "가죽에는 문제가 없고 소비자 탓만 하니 브랜드에 실망감이 많이 든다"고 했다.

A씨는 "명품을 구입할 기회가 온다 해도 이제 루이비통은 쳐다보지 않을 듯하다"며 "은행X 냄새 나는 가방 구입하고 싶으면 루이비통으로 가시라"고 덧붙였다.

일부 소비자로부터 악취가 난다는 주장이 제기된 루이비통 '포쉐트메티스' 제품. 사진 루이비통 홈페이지 캡처

일부 소비자로부터 악취가 난다는 주장이 제기된 루이비통 '포쉐트메티스' 제품. 사진 루이비통 홈페이지 캡처

반면 교환 성공을 인증하며 절차 등을 공유하는 게시글도 찾아볼 수 있다. 루이비통 환불 정책에 따르면 교환 판정이 난 경우 구매한 금액 내의 제품을 골라야 한다. 차액을 지불해 원하는 상품으로 바꿀 수도 있다.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포쉐트메티스를 샀다는 네티즌 B씨는 제품을 구매하고 2년쯤 지났을 때부터 꼬리꼬리한 '발냄새'가 났다고 했다.

이로 인해 제품 사용을 중단했다가 올해 5월 국내 매장에서 교환 받았다면서 "직원이 가방을 조회해보더니 잘못 제조된 제품이 맞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검수받고 한두 달 걸릴 줄 알았는데, 당일 바로 교환해줬다"며 "제조연도와 시리얼 넘버(고유 식별 번호)만 봐도 불량인 게 나오나 보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악취 제품에 대해 루이비통 측은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냄새의 원인이나 교환 기준 등에 대해 "알아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루이비통 매장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루이비통 매장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소비자 분쟁, 뭉치면 힘 생겨" 

전문가들은 고가의 제품인 만큼 소비자가 사측의 판단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공동 대처'를 해볼 것을 제안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없다고 판단할 시 단체카톡방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 SNS에 모여 목소리를 내는 것도 방법"이라며 "다만 이런 행위 자체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으니 악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최 교수는 또 "이 경우 특정 제품에서 악취가 난다는 비교적 뽑아내기 쉬운 공통분모가 있지 않나"라며 "이런 문제 제기를 계속하면 해외 브랜드도 국내 기준에 맞게 소비자 분쟁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 사측은 우리의 책임이 아니라고 본다면 판매자 위험 부담 원칙에 따라 직접 제품의 하자를 입증해야 한다고 명시한다"며 "관련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많다면 개인보단 단체 중심으로 사례를 모아 이의를 제기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이후 한국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나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하면 제삼자에 해당하는 외부 가죽 전문가까지 불러 첨예한 사안을 일일이 들여다본다"며 "분쟁 조정 과정을 거친 뒤에도 양측이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다면 집단 소송 등 재판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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