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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시민? 그건 질병" 20대 얼짱 탈북녀 美 '우익 스타' 됐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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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외신기자협회에서 발언 중인 탈북 인권운동가 박연미. EPA=연합뉴스

홍콩 외신기자협회에서 발언 중인 탈북 인권운동가 박연미. EPA=연합뉴스

미국에서 활동하는 탈북자 출신 인권운동가 박연미(29) 씨가 미국 진보진영을 저격하는 보수 정치 엔터테이너이자 ‘우파 스타’로 변신했다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나왔다.

NYT는 22일(현지시간) ‘미 우익으로 전향한 북한 반체제 인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씨의 최근 행적을 다루며 이같이 평가했다.

박씨는 지난달 폭스뉴스에 출연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을 강요하는 컬럼비아대의 교육 방식은 북한 정권이 인민을 세뇌하는 수법과 완전히 똑같다”고 주장하며 이목을 끌었다.

그는 미국 교육기관이 좌파 이념을 세뇌하려 한다면서 “이건 우리나라와 우리 문명이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2016년 미국 컬럼비아대로 유학을 떠나면서 상당한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미국의 학생들은 성별이나 성적지향, 인종에 따른 차별 등에서 자유로운 ‘안전공간’이나 성별 인칭대명사를 바르게 쓰는 데에나 집착한다는 것이다.

또 박씨는 고전 문학인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즐겨 읽는다고 하자 바로 공격의 대상이 되는 학내 분위기에 질려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내 동급생들은 덩치가 큰, 어른처럼 행동하는 아기 같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진보 진영을 북한 독재에 비유한 박연미씨의 베스트셀러 정치 서적 '시간이 남은 동안-미국에서 자유를 찾는 탈북자' 표지. 아마존.

미국의 진보 진영을 북한 독재에 비유한 박연미씨의 베스트셀러 정치 서적 '시간이 남은 동안-미국에서 자유를 찾는 탈북자' 표지. 아마존.

2020년에는 시카고에서 아들과 함께 길을 걷다 흑인 여성에게 강도를 당했는데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자 가해자와 함께 있던 다른 여성이 ‘인종주의자’라고 비난하는 모습을 보고 정치적 성향을 완전히 바꾸게 됐다고 박씨는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미국에서 이른바 ‘워크(woke·깨어있음)’라는 질병이 얼마나 진전됐는지, 그것이 일반인들을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만드는지 보여주는 징후”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표적 진보 매체인 NYT는 그런 박씨에 대해 “과장과 불안을 조장하면 보상을 얻는 미국 정치풍토에서 수익성 있는 틈새시장을 찾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박씨는 보수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후 기업체 등의 강연 요청이 줄면서 오히려 수익은 감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정치 성향은 미디어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 완강하진 않다”며 “나는 동성 결혼을 지지하고 사회적으로 자유주의적이며, 한 번도 보수적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2007년 탈북한 박씨는 중국과 몽골을 거쳐 2009년 한국에 들어왔다. 그 사이 박씨는 한국 탈북민 예능 프로그램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하는 등 지난 10년간 국내외 방송과 강연회를 돌며 자신의 처절했던 탈북 여정과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폭로하면서 유명 인사가 됐다.

2014년엔 영국 BBC 선정 ‘세계 100대 여성’으로 꼽혔고, 2016년 발간한 회고록 ‘살기 위해’는 NYT 추천 도서에 선정돼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3년 전 미국 컬럼비아대를 졸업하고 미국 시민권을 얻었고, 올해 2월엔 새 저서 ‘시간이 남아 있을 때’를 출간한 후 보수 성향 방송과 각종 행사에 활발하게 출연 중이다. 올봄부터는 미 청년 보수단체 ‘터닝포인트USA’에서 월 6600달러(약 860만원)을 받고 기고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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