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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학교 정답 유출됐다"…2800억짜리 '4세대 나이스' 대혼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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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교육행정정보시스템 NEIS 홈페이지 캡처

사진 교육행정정보시스템 NEIS 홈페이지 캡처

개통 첫날부터 접속 오류를 빚은 교육행정 정보 시스템인 4세대 나이스(NEIS)가 다른 학교의 시험 정답을 유출하는 오류를 발생시켜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 등 시도교육청은 각 학교에 시험 문제 유출에 대비해 학교가 시험 문항과 답지 순서를 바꿔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4세대 나이스 일부 기능의 출력 과정에서 다른 문서가 출력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며 "26일 이후 시험을 치르는 학교는 답지(번호) 및 문항 순서를 변경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쓰는 교육행정 정보 시스템인 4세대 나이스는 교육부가 2020년 9월부터 2824억원을 들여 개발했다.

거액을 들였으나 개통 첫날인 22일, 로그인이 안 되고 로딩 중이라는 화면만 뜨는 오류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학생 성적 관련 기록도 이전 나이스에서 제대로 이관되지 않았다.

여기에 기말고사와 관련해 다른 학교 시험 정답이 인쇄되는 오류까지 발생하면서 현장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중간·기말고사 답안 출력 기능인 '지필평가'-'문항정보표 관리' 정보가 다른 학교 답안으로 제공된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경기 지역 중·고등학교에서 이 같은 오류로 7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문항정보표 출력 기능을 중지하고, IT 솔루션 업체를 통해 오작동한 솔루션을 점검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교원단체는 이날 나이스 시스템이 학기 중에 도입된 점 등을 지적하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 21∼22일 전국 초등학교 교사 1990명을 대상으로 나이스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89.2%가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이들은 4세대 나이스가 시인성이 낮고 3세대 나이스와 비교해 특별히 달라진 점이 없다고 말했다. 출결 관리도 번거롭고 좌우 스크롤 방식으로 일반적인 모니터 배율에도 맞지 않다고 평가했다.

개통 시기가 6월인 점에 대해선 교사 97.1%가 부적절하다고 봤다.

초등 교사 53.6%는 4세대 나이스 지원 연수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으며, 94.5%는 4세대 나이스 도입 과정에서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막대한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었음에도 4세대 나이스 개편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인정하고, 개발과 적용 과정, 예산 집행 현황, 문제 발생 사유에 대해 국민 앞에 투명하게 보고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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