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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전세기 뜨고 패키지여행도…멍집사도 댕댕이도 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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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탑승하는 ‘댕댕이 제주 전세기’. 김포~제주 노선을 왕복 운항한다. 3월 출시 후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탑승하는 ‘댕댕이 제주 전세기’. 김포~제주 노선을 왕복 운항한다. 3월 출시 후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펫코노미(Pet+Economy)’의 성장 속에 여행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는 552만 가구, 반려인은 1262만 명에 달한다(KB경영연구소,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여행 플랫폼 ‘여기어때’에 따르면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숙소는 6월 현재 3000개가 훌쩍 넘는다. ‘펫팸(Pet+Family)족’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배경이다. 반려견 동반 출입이 가능한 숙소는 물론이고, 반려견 전용 해수욕장, 반려견과 함께하는 전세기, 반려견 동행 패키지여행 상품까지 등장하고 있다.

반려인끼리 1박2일 간 친목 도모

‘태안 댕댕 버스’ 참가자들이 꽃지해수욕장에서 반려견과 함께 요가를 배우고 있다. [사진 각 업체]

‘태안 댕댕 버스’ 참가자들이 꽃지해수욕장에서 반려견과 함께 요가를 배우고 있다. [사진 각 업체]

반려견 여행은 고려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동반 출입이 되는지, 무게 제한은 없는지, 목줄이나 케이지가 필요하지는 않은지… 온갖 것을 살펴야 한다. ‘펫키지 여행’은 이와 같은 불편함과 수고를 해소해주는 패키지여행 상품이다. 한국관광공사와 반려견 전문 여행사 ‘펫츠고’가 지난해부터 ‘아라뱃길 댕댕 크루즈’ ‘영월 댕댕 트레인’ 등의 반려견 패키지여행을 시범 운영해오고 있는데, 상품이 열릴 때마다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태안 팜카밀레 농원은 지금은 수국이 절정이다. 반려견도 출입이 가능한 관광지다. [사진 각 업체]

태안 팜카밀레 농원은 지금은 수국이 절정이다. 반려견도 출입이 가능한 관광지다. [사진 각 업체]

새로 나온 ‘태안 댕댕 버스(7만9000원, 숙박비 별도)’를 체험해봤다. 전용 버스를 타고 1박2일 여정으로 충남 태안의 관광지를 두루 둘러보고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17일 정오 서울 사당역에서 출발한 버스는 만원이었다. ‘하늘이네’ ‘봉구네’처럼 앙증맞은 명찰을 단 좌석에 반려견 15마리와 반려인 18명이 짝지어 앉았고, 안내를 맡은 펫가이더 2명도 함께했다. 반려견과 가족 여행에 오른 모녀, 2대 2 펫 여행을 나선 두 친구, 반려견과 커플 의상을 맞춰 입은 20대 여성 등 참가자도 다양했다.

‘태안 댕댕 버스’. 보호자와 반려견이 나란히 앉아서 여행을 함께한다. [사진 각 업체]

‘태안 댕댕 버스’. 보호자와 반려견이 나란히 앉아서 여행을 함께한다. [사진 각 업체]

첫날은 꽃지해수욕장에서 반려견과 함께 요가를 배웠고, 둘째 날은 반려견 놀이터를 갖춘 로컬 푸드 직매장과 허브 농원 ‘팜카밀레’에서 나들이를 즐긴 뒤 오후 6시쯤 서울로 돌아왔다. 이렇게 친목 도모 열기가 뜨거운 여행은 처음 봤다. 반려견은 말할 것 없고, 반려인도 육아 노하우와 끔찍한 자식 사랑을 주고받으며 순식간에 유대감을 쌓았다. 열 차례 이상 펫키지 여행을 경험했다는 송유정(34)씨는 “일일이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되고 여행 내내 귀여운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제주 반려견 전세기 5분만에 완판

‘댕댕이 제주 전세기’의 기내 모습. 창가 자리에 반려견 전용 시트가 설치돼 있다. [사진 각 업체]

‘댕댕이 제주 전세기’의 기내 모습. 창가 자리에 반려견 전용 시트가 설치돼 있다. [사진 각 업체]

하늘길로 여행하는 반려견도 늘고 있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국내 노선을 이용한 반려동물은 2019년 약 7000마리에서 3배 가까이 늘어 지난해 2만 마리 이상을 기록했다. 반려동물 동반 여행객이 늘면서 맞춤형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 국내 항공사 최초로 반려견 전용 ‘애견여행 도시락’을 출시했다. 대한항공은 2017년 반려동물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했다.

3월엔 반려견을 위한 전세기도 등장했다. 반려동물 여행플랫폼 ‘반려생활’과 저비용항공사 하이에어가 기획한 일명 ‘댕댕이 제주 전세기’다. 김포~제주 왕복으로 매달 한 차례씩 50석짜리 항공기를 운항하는데, 매번 출시 5분 안에 완판될 만큼 인기가 높다.

댕댕이 여권. [사진 각 업체]

댕댕이 여권. [사진 각 업체]

댕댕이 전세기는 반려인 한 명이 반려견 1마리(케이지 포함해 10㎏ 이하)를 동반할 수 있다. 반려생활 이혜미(41) 대표는 “반려견과 나란히 앉아 눈을 마주치며 비행하는 것만으로 장점이 크다”고 소개했다. 일반 항공기는 반려견을 태우려면 케이지를 좌석 발밑에 두거나 화물칸을 이용해야 한다. 댕댕이 전세기는 반려견 좌석에 안전 고리가 달린 반려견 전용 시트가 설치돼 있다. 창가 자리가 반려견 전용석이다 보니, 반려견이 창밖을 그윽하게 바라보며 비행하는 인증샷을 찍는 반려인이 많다. 기념품으로 주어지는 ‘댕댕이 여권’도 반응이 뜨겁다.

댕댕이 제주 전세기 왕복 항공료는 49만8000원이다. 제주도에서는 자유 일정이다. 반려생활 홈페이지와 제주관광공사 ‘혼저옵서개’ 홈페이지에서 반려견 숙소와 관광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멍비치’에서 함께 해수욕도 가능

양양 광진리의 반려견 전용 ‘멍비치’. [사진 각 업체]

양양 광진리의 반려견 전용 ‘멍비치’. [사진 각 업체]

반려견의 해수욕장 출입이 불법은 아니다. 하나 대부분의 지자체가 여름 성수기(7~8월) 해수욕장에 ‘반려견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판을 내거는 게 현실이다. 안전·위생 등의 이유로 개를 바다에서 내보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기 때문이다.

양양 광진리의 반려견 전용 ‘멍비치’. [사진 각 업체]

양양 광진리의 반려견 전용 ‘멍비치’. [사진 각 업체]

이런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 반려견 전용 해수욕장이다. 최근 동해안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강원도 양양 광진리 해변에는 일명 ‘멍비치’가 있다. 국내 최초의 반려견 전용 해수욕장으로 2016년 문을 열었다. 김남선 광진리 이장은 “1m 높이의 울타리가 해변을 두르고 있어 눈치 볼 것이 없이 반려견과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장소”라고 말했다. 올해는 7월 7일부터 8월 20일까지 운영한다. 사람은 5000원, 반려견은 무게에 따라 5000~1만5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강릉에도 올여름 반려견 전용 공간 두 곳이 생긴다. 커피 거리로 이름난 안목해수욕장은 반려견의 바다 입수를 막는 대신, 백사장 한편에 전용 풀장을 마련했다. 강릉항 남쪽의 남항진 해수욕장은 반려견의 바다 입수까지 허용할 방침이다. 백사장 안전 울타리 외에 바다에도 오염 방지 그물을 설치할 예정이다. 두 곳 모두 7월 7일부터 8월 20일까지 입장료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거제 명사해수욕장의 ‘댕수욕장’. [사진 거제시]

거제 명사해수욕장의 ‘댕수욕장’. [사진 거제시]

경남 거제시 명사해수욕장에도 올여름 ‘거제 댕수욕장(7월 1일~8월 20일)’이 생긴다. 해수욕장 한편 약 4200㎡(1270평) 면적의 백사장을 반려견 전용 공간으로 따로 분리할 예정이다. 반려견 전용 샤워장과 드라이룸, 야영장, 간식 교환소 등도 운영한다.

휘닉스 평창에선 ‘펫캠핑’ 인기

‘펫캉스’로 인기가 높은 서울 레스케이프호텔. [사진 각 업체]

‘펫캉스’로 인기가 높은 서울 레스케이프호텔. [사진 각 업체]

호캉스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반려견과 함께 호텔·리조트에 머무는 ‘펫캉스’ 문화도 뜨고 있다. 호텔은 반려견 출입 금지 시설로 유명하지만, 빗장을 여는 곳이 점차 늘고 있다.

이를테면 서울 레스케이프호텔은 이런 식으로 펫캉스가 진행된다. 전용 유모차를 타고 체크인한 다음 룸서비스로 끼니를 해결하고 펫 미스트로 피부와 털을 정돈한 뒤 전용 침대에서 잠든다. 반려인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무선 청소기와 드라이어, 공기청정기도 객실마다 깔린다. 하룻밤 방값이 40만~50만원에 이르는 코너 스위트 펫룸도 주말에는 빈방을 찾기 어렵다.

강남 호텔 카푸치노는 두 개 층을 반려견 전용층으로 사용하는데, 반려견의 피부 건강을 위한 히노끼 스파 패키지도 갖췄다. 호텔이 가진 한계도 있다. 객실 바깥에서는 품에 안거나 케이지에 넣어 이동해야 하고, 레스토랑 같은 부대시설은 여전히 함께 이용할 수 없다.

휘닉스 평창에서 즐기는 펫 캠핑. 백종현 기자, [사진 각 업체]

휘닉스 평창에서 즐기는 펫 캠핑. 백종현 기자, [사진 각 업체]

리조트 쪽은 호텔보다 펫팸족에 관대한 편이다. 강원도 홍천 대명소노처럼 레스토랑에서 반려견과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리조트도 있다. 휘닉스 평창은 반려견과 야외 캠핑장에서 바비큐 즐기는 ‘펫캠핑’이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기존에는 15㎏ 이하 반려견만 펫캠핑이 가능했으나, 수요가 크게 뛰면서 지난해 무게 제한을 없앴다.

켄싱턴리조트 충주의 펫 파크. 백종현 기자

켄싱턴리조트 충주의 펫 파크. 백종현 기자

켄싱턴리조트 충주에는 국내 최초의 부총지배견 케니(보더 콜리 견종)가 있다. 이른바 ‘펫 프렌들리 케어 서비스(무료)’가 이곳만의 특화 콘텐트다. 넘치는 체력과 친화력 갖춘 케니가 2시간 이상 반려견과 짝을 지어 야외 ‘도그 워터파크’, 실내 놀이터 등에서 놀아주는 서비스다. 휴가철은 경쟁이 치열해 예약이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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