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캐럿 보석 입에 문 뱀…할리우드 여배우도 반한 '불멸 상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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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75주년을 맞은 불가리 세르펜티의 주얼리. 사진 세르펜티

출시 75주년을 맞은 불가리 세르펜티의 주얼리. 사진 세르펜티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불가리’가 대표 제품 중 하나인 ‘세르펜티’의 출시 75주년을 맞아 23일부터 약 한 달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제갤러리에서 ‘불가리 세르펜티 75주년, 그 끝없는 이야기’ 전을 개최한다.

국제갤러리서 23일부터…사전 예약 후 무료 관람

세르펜티(Serpenti)는 ‘뱀’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유럽에서 뱀은 재생·변화·부활·불멸·지혜 등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오피오스가 언제나 뱀이 감긴 지팡이를 가지고 다닌 게 대표적이다. 뱀이 신비의 약초를 물어와 죽어있는 다른 뱀을 살리는 광경을 보고, 지팡이에 뱀을 감아 다닌 것이 기원이 됐다. 이후부터 뱀은 의술이나 의사의 상징물로 쓰인다.

세르펜티 75주년

세르펜티 75주년

불가리는 뱀이 가진 에너지와 생명력에 집중해 1948년 첫 세르펜티 주얼리를 세상에 선보였고, 이후 브랜드를 상징하는 대표 주얼리가 됐다.

세르펜티는 특히 대담하고 강렬한 여성상을 표현하고 싶었던 미국 할리우드 여배우들에게 사랑받았다. 영화 ‘클레오파트라’(1962년)에서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손목에 착용했던 에메랄드 눈을 가진 뱀 모양의 팔찌가 바로 세르펜티였다. ‘노틀담의 꼽추’(1956년)의 주인공 지나 롤로브리지다는 파티에서 세르펜티 시계를 즐겨 착용했다.

또 뉴욕 패션 업계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했던 패션잡지 보그 편집장 출신의 다이애나 브랠랜드는 유독 이 주얼리를 좋아해, 금으로 만든 불가리의 스네이크 벨트를 목에 두 겹으로 둘러 목걸이처럼 걸고 공식 석상에 나타나곤 했다.

이번 국내 전시는 세르펜티의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내며 세계 각 나라의 작가들과 함께 선보이는 릴레이 전시 중 하나다. 지난 2월 스페인 마드리드의 티센 보르네미사 국립미술관을 시작으로 런던·뉴욕·상하이를 거쳐 이달 한국에 왔다.

국내에선 국제갤러리와 협업해 뱀의 이야기가 담긴 한국 작가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특히 이 주얼리의 착용자상으로 삼고 있는 ‘진취적인 여성상’을 보여주는 천경자, 최욱경, 함경아, 홍승혜, 최재은 등 걸출한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모았다. 여기에 20세기 누보 레알리즘을 대표하는 프랑스 조각가 니키 드 생팔의 ‘아담과 이브’ ‘나나 상테’ 등 작품 11점도 함께 전시한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 손목에 착용했던 뱀 모양의 팔찌. 사진 세르펜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영화 ‘클레오파트라’에서 손목에 착용했던 뱀 모양의 팔찌. 사진 세르펜티

또한 1950~60년대에 만들어진 시계와 주얼리, 그리고 수억원이 훌쩍 넘는 하이 주얼리 등 세르펜티 제품 수십 점이 함께 전시된다. 루비·다이아몬드로 뱀 머리를 장식한 ‘세르펜티 투보가스 시계’, 초록빛 에메랄드로 온몸을 장식한 팔찌 ‘세르펜티 레인 포레스트 하이 주얼리 브레이슬릿’, 34캐럿이 넘는 카보숑 루벨라이트 보석을 입에 문 뱀 모양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세르펜티 이클립스 하이 주얼리 네크리스’ 등이 이번 전시에서 챙겨 봐야 할 대표 제품들이다.

전시는 네이버 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기간은 다음 달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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