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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마다 쾅쾅 소리"…타이타닉 관광 잠수정 '생존 신호' 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해저 4000m에 침몰된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둘러보기 위해 관광에 나섰다 실종된 관광 잠수정 ‘타이탄’에서 보내온 것으로 추정되는 구조 요청 소리가 20일(현지시간) 감지됐다.

타이탄에는 최장 96시간(4일)치 산소만 탑재돼 구조까지 골든타임은 40시간(20일 오후 1시 기준)이 채 남지 않은 상태다. 미국 해안경비대는 “22일 오전이면 산소가 바닥날 것”이라고 전했다.

잠수정 타이탄이 잠수를 시작하는 모습. 지난 18일 타이타닉호를 찾아 잠수에 들어간 타이탄은 1시간 45분만에 통신이 두절됐다. AFP=연합뉴스

잠수정 타이탄이 잠수를 시작하는 모습. 지난 18일 타이타닉호를 찾아 잠수에 들어간 타이탄은 1시간 45분만에 통신이 두절됐다. AFP=연합뉴스

미국 CNN 방송은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이날 수색 과정에서 생존자들이 내부에서 잠수정 벽을 두드리는 듯한 “쾅쾅” 소리가 30분 간격으로 포착됐다고 전했다. 수중 음파 탐지기를 추가 배치한 이후 4시간 뒤에도 해당 소리가 다시 감지됐다.

해양학자들은 이 소음에 대해 “희망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타이타닉호에 대한 독점 인양권을 가진 RMS타이타닉사(RMST)의 고문이자 유명 해양학자 데이비드 갈로는 “잠수정 탑승객 중 프랑스 탐험가 폴-앙리 나르젤렛(77)이 있다”면서 “만약 그라면, 잠수함 안에서 철저히 계산해 30분 간격으로 구조 신호를 보냈을 법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해안경비대(1구역대)도 이날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캐나다 국적 P-3 해상 초계기가 수색 지역에서 수중 소음을 탐지했다고 밝혔다. 다만 소음의 위치와 실제 원인 등을 파악하기 위해 실시한 수중무인탐사기(ROV) 작전은 실패했다고 전했다.

20일 미국 해안 경비대 대위 제이미 프레드릭이 타이탄 구조 현황에 대해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일 미국 해안 경비대 대위 제이미 프레드릭이 타이탄 구조 현황에 대해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앞서 18일 실종된 타이탄은 111년 전 북대서양에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잔해를 둘러보기 위해 관광객 5명을 싣고 심해로 내려간 관광용 잠수정이다. CNN에 따르면, 잠수정은 미니 밴 정도의 크기로 내부에는 의자가 설치돼 있지 않아 탑승객들은 신발을 벗은 채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야 한다. 화장실 공간은 의자 두 개를 합친 정도고, 문이 달려 있지 않아 ‘프라이버시 커튼’을 치고 사용하게 돼 있다.

타이탄은 16일 캐나다 최동단 뉴펀들랜드 래보라도주(州) 세인트존스에서 출항해, 18일 오전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이프코드 해안에서 약 900마일(1450㎞) 떨어진 지점에 도착한 뒤 잠수를 시작했다. 이후 1시간45분 만에 통신이 두절돼 아직까지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여행비는 1인당 25만 달러(약 3억4000만 원)로 ‘초호화 익스트림 관광상품’이란 비판도 있었다.

해당 잠수정에는 5명의 승객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35년 간 타이타닉호 해저 탐사에 몰입해 ‘미스터 타이타닉’으로 불리는 프랑스 해군 사령관 출신 탐험가 나르젤렛을 포함해 영국의 억만장자 사업가 겸 탐험가 해미시 하딩(59), 영국에 기반을 둔 파키스탄의 화학·에너지 대기업인 엔그로 홀딩스의 부회장인 샤자다 다우드(48)와 그의 아들 슐라이만 다우드(19), 오션게이트 익스펜디션의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스톡턴 러시(61) 등이다.

러시는 2018년 타이탄을 타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단독 4000m 잠수에 성공한 바 있다. 최초 성공 사례는 영화 ‘타이타닉’을 연출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다.

타이탄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샤자다 다우드(오른쪽)와 그의 아들 슐라이만 다우드. AFP=연합뉴스

타이탄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샤자다 다우드(오른쪽)와 그의 아들 슐라이만 다우드. AFP=연합뉴스

현재 미국과 캐나다는 타이탄의 행방을 찾는 데 총력을 쏟고 있다. AP통신은 미국 해안경비대가 현재까지 최소 1만 평방마일(약 2만6000㎢)의 공해를 수색했다고 전했다. 록히드 C-130 허큘러스 항공기 두 대와 미 항공 기동 사령부의 C-17 항공기 등이 공해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 이와 별도로 자체 심해 잠수 로봇 잠수정을 탑재한 프랑스 연구선이 미 해군의 요청으로 수색 지역에 파견됐으며 21일 밤에 도착할 예정이다.

캐나다의 연구 쇄빙선 폴라 프린스는 캐나다 보잉 P-8 포세이돈 정찰기의 도움을 받아 수상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캐나다 해군은 타이탄에서 발생한 모든 소리를 탐지하기 위해 수중 음파 탐지기 부표를 투하했다.

타이탄이 발견될 경우에 대비해 인양 장비와 구호팀도 현장으로 이동 중이다. 잠수 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팀과 6인용 이동식 고압 감압 챔버가 탑재된 캐나다 왕립 해군 함정도 출항했다.

대서양 해저 4000m에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일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대서양 해저 4000m에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일부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타이탄 수색과 탑승객 구조가 모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런던의 해양공학과 교수인 알리스테어 그리그는 “잠수 중 비상 사태 발생 시, 통상 조종사가 추를 풀어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다”면서 “하지만 타이탄처럼 광활한 대서양 바닷속에서 본부와 연결이 끊긴 잠수정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타이탄이 2마일 이상 깊이의 해저에 갇힌 상태라면 극심한 수압과 완전한 암흑으로 구조가 쉽지 않다고도 전했다. 또 잠수정이 심해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면 구조 대원을 투입할 수 없어 특수 장비를 이용해야 하는데 장비의 움직임이 극도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도 지적했다. 해양 전문가 팀 매틀린은 “바다 속에 조난된 잠수함의 탑승객을 또다른 잠수함으로 구조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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