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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대신할 업무, 직원과 동행 어렵다"…獨 매체, 편집업무 AI로 대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럽 최대 판매 부수를 가진 독일 타블로이드 신문 빌트가 향후 편집 업무를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할 계획이라고 20일(현지시간)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빌트의 모회사이자 유럽 최대 미디어 출판사인 악셀 슈프링어는 이날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1억 유로(약 1400억원) 규모의 경비 절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AI 도입 계획을 설명했다.

챗 GPT 이미지. 셔터스톡

챗 GPT 이미지. 셔터스톡

악셀 슈프링어는 e메일을 통해 “안타깝게도 디지털 시대에 AI나 자동화 프로세스로 대신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동료들과는 동행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e메일엔 편집자, 보조 편집자, 인쇄 제작 지원, 교정자, 사진 편집자의 역할이 더 이상 오늘날처럼 존재하지 않을 것이며, 지방 사업 조직에 대한 재정비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빌트가 AI 도입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경우 수백 명의 해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빌트의 경쟁지인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빌트가 편집 관련 인력을 200명 정도 감원하고 현재 18명인 지방 편집자도 12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FAZ는 악셀 슈프링어가 대표 신문인 디 벨트에도 비슷한 조처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빌트는 AI 도입 후 감원 규모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이번 계획은 마티아스 되프너 악셀 슈프링어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월 “순수한 디지털 미디어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진 조치다.

당시 되프너 CEO는 “챗GPT와 같은 AI 도구들이 독립적인 저널리즘을 이전보다 더 좋게 만들거나 대체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AI가 곧 인간 저널리스트보다 정보 집계에서 더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조사 저널리즘이나 독창적인 논평 같은 ‘가장 창의적인 콘텐트’를 생산하는 저널리스트만이 언론계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가디언은 “챗GPT와 같은 AI 도구가 제공하는 응답은 때때로 부정확하거나 조작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월 미국 테크 전문 매체 씨넷(Cnet)은 AI가 작성한 기사를 메인 기사로 송출했지만, 이중 절반 이상이 오류로 밝혀진 뒤 “이 프로젝트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악셀 슈프링어의 CEO 마티아스 되프너가 지난 2021년 3월 1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악셀 슈프링어의 CEO 마티아스 되프너가 지난 2021년 3월 18일 독일 베를린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4월엔 독일의 여성 주간지 다이 악투엘레는 포뮬러1(국제 자동차 프로 레이싱 대회) 세계 챔피언을 7번 차지해 전설의 반열에 오른 미하엘 슈마허 선수와의 인터뷰를 게재했는데, 이는 AI 챗봇에 의해 완전히 조작된 내용임이 밝혀졌다. 슈마허는 2013년 12월 프랑스 알프스에서 스키를 타던 중 사고를 당해 현재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상태다. 매체는 발행인을 해고하고 슈마허의 가족들에게 사과했다.

한편 독일언론인협회(DJV)는 빌트의 감원 계획에 대해 “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를 학살할 것”이라며 “직원들에 대한 반사회적인 판단이며 경제적으로도 극도로 어리석인 결정”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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