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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소득과 기본소득, 전혀 다르다"…'이재명' 지우는 김동연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일 오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제369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에서 의원들의 질의 내용에 답변을 하고 있다. 경기도

지난 15일 오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제369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에서 의원들의 질의 내용에 답변을 하고 있다. 경기도

“기회소득은 기본소득과는 전혀 다른 철학과 원칙을 가지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도의회 제369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기본소득과 기회소득의 차이를 묻는 방성환(국힘·성남5) 도의원의 질문에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렇게 말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기본소득’과 자신의 역점사업인 ‘기회소득’이 “전혀 다른 사업”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김동연 “청년·농민기본소득, 합리적으로 조정”

 ‘김동연 경기도’가 도정에서 ‘이재명’을 지워가고 있다. ‘기회소득’을 앞세워 기본소득 정책을 갈아엎으려는 게 대표적인 시도다. 김 지사의 기회소득은 사회에서 가치를 창출하지만 보상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일정 기간 소득을 보전하자는 개념이다. 경기도는 도내 예술 활동 증명 유효자 중 개인소득이 중위소득 120% 이하인 예술인에게 연간 150만원의 예술인 기회소득을 지급하자는 내용의 기회소득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한 상태다. 주 1회 총 1시간 이상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한 중위소득 120% 이하의 만 13~64세의 중증 장애인에게 매달 5만원씩 6개월간 30만원을 지급하는 장애인 기회소득 지원 조례안도 추진하고 있다. 두 조례안은 28일 도의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다.

김 지사는 기회소득이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했던 기본소득(재산·노동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개별적으로 무조건 지급)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그는 “예술인 기회소득은 잠재력이 있는 예술인들에게 일정기간 동안 일시적으로 소득을 지급해 그 예술활동을 시장과 사회에서 보상받을 수 있게 도와주자는 것”이라며 “기회소득 등은 도민들에게 더 고른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기본 시리즈’도 민선 8기서 사라져

 민선 7기 경기도의 핵심 사업인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등 ‘기본시리즈’도 민선 8기 들어 동력을 잃고 있다. 김 지사는 최근 열린 도의회 도정질의에서 “(이 대표가 경기지사로 재직할 당시 도입한) 청년기본소득과농민기본소득은 특정 나이(24세)와 직업(농민)에게 지급되면서 보편성 등을 강조하는 기본소득의 원칙·취지와 맞지 않고 재원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다”며 “그러나 정책의 신뢰성, 일관성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없애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도의회와 의논해서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본소득을 기회소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거다.

지난해 9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재명 대표와 김동연 도지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9월 경기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이재명 대표와 김동연 도지사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기본시리즈’는 조직도에서도 사라지고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지난 3월 기본주택추진단을 폐지했다. 기본주택은 이 전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추진한 주택정책으로, 무주택자 누구나 30년 이상 장기간 사는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내용이다.GH는 기본주택추진단 대신 기회수도기획처 등을 신설해 주택정책 발굴·지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경기연구원도 기본소득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던 기본소득연구단을 폐지하고 ‘기회전략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청년에게 조건 없이 10년간 저금리로 1000만원 안팎을 대출하는 내용의 청년기본대출도 ‘경기청년기회사다리금융’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체육시설 운영권·평화 국장 내부 공모 등 잇단 정책 뒤집기

 경기도는 경기도청 직장운동경기부와 체육회관 등 체육시설 운영권을 경기도체육회로 위탁하고, 경기도 종합체육대회의 대회장도 경기도지사에서 경기도체육회장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민선 7기 경기도가 “방만 운영”의 책임을 물어 직장운동경기부와 체육시설 운영권을 GH에 맡긴 것을 다시 체육회에 돌려주기로 한 거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 5월 경기체육 맞손토크 당시 ‘체육회의 자율성 확보 등을 위해 직장운동경기부와 도립체육시설을 체육 단체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체육 단체의 건의를 김 지사가 전격 수용한 데 따른 것”이라며 “도의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재위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2019년 3월 국방부와 민선 7기 경기도가 추진했던 ‘북한군 묘지 시설 경기도 이관 업무 협약’도 지난 2월 해지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신설한 평화부지사 직함을 경제부지사로 바꾼 데 이어 평화협력국 국장직 개방형 직위 지정도 내부 공모로 바꿨다. 김 지사는 지난해 10월 열린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와 관련된 질문이 이어지자 “나는 이재명이 아니라 김동연”이라며 언짢아하기도 했다.

지역 정가에선 김 지사가 본격적인 ‘이재명 색깔 지우기’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지역 정가의 야권 인사는 “그동안 경기도정이 전임 지사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김 지사가 취임 1년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차별화에 돌입한 것 같다”며 “김 지사가 대선 잠룡으로 떠오르는 만큼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행보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 1년은 김 지사가 제 색깔을 만들기 위한 준비 시기였다”며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김동연표 도정을 펼쳐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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