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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병원 문 닫아도 병원만 짓게"...서울시 도시계획시설로 묶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이 경영 악화로 개원 82년 만에 폐원 수순을 밟고 있는 가운데 해당 부지를 계속 종합의료시설로만 쓸 수 있게 서울시와 중구가 도시계획시설로 묶기로 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서 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의 둘째아들 백낙훤 씨가 서울백병원 폐원 안에 관한 이사회를 마친 뒤 병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에서 병원 설립자인 백인제 박사의 둘째아들 백낙훤 씨가 서울백병원 폐원 안에 관한 이사회를 마친 뒤 병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는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도심 내 서울백병원 기능이 지속해서 유지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종합의료시설)로 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해당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라 밝혔다.

도시계획시설은 학교나 도로·공원·주차장 등 도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시설을 따로 정하는 걸 말한다. 현재 백병원 부지는 ‘학교 재산’이다. 도시계획시설이 아닌 학교법인(인재학원) 필요에 따라 병원을 지었다. 교육부 규제 완화로 사립대학 재단이 보유한 유휴재산은 수익용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백병원 부지는 일반상업지역 내 정비예정구역에 포함돼 있다.

이순형 인제대 백병원 이사장이 20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에서 열린 폐원안에 대한 이사회를 마친 뒤 병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이순형 인제대 백병원 이사장이 20일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에서 열린 폐원안에 대한 이사회를 마친 뒤 병원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앞으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통해 종합의료시설로 정해지면, 건물을 헐어도 병원만 지을 수 있다. 백병원 관할 자치구인 중구가 도시계획시설에 필요한 열람공고, 주민 의견 청취 등 절차를 거쳐 결정(안)을 시에 전달하면, 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결정한다. 통상 6개월가량 걸린다. 학교법인이 서울백병원 용지를 팔아도 소용없다.

백병원은 재정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학교법인 측은 2004년 이후 20년간 누적된 적자가 1745억원에 달할 정도라고 주장한다. 경영난을 타개하려 2016년부터 경영정상화 TF를 운영해왔으나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학교법인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백병원 폐원(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폐원에 따른 의료공백 우려에 주민을 중심으로 반대여론이 커졌다. 이후 서울시와 중구가 도시계획시설 ‘카드’를 꺼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백병원은 중구 내 유일한 대학병원이자 감염병 전담병원”이라며 “지역 내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시가 도시 계획적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서울백병원 직원과 노조원들이 폐원안 의결에 반대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서울백병원 직원과 노조원들이 폐원안 의결에 반대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는 백병원 사태를 계기로 도심 내 종합병원을 일괄적으로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중구와 종로구 등 도심에만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적십자병원·강북삼성병원· 세란병원 등 4개 종합병원이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백병원처럼 시민 생명을 책임지는 사회적 책무가 따르는 의료기관은 지역사회에 대한 소명을 갖고 그 역할을 지속해 나아가야 한다”며 “시도 함께 다각도로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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