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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오염수 영향없다"는데...“천일염 3주 물량, 하루에 완판”[르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앞두고 20일 국내 일부 소비자들이 소금을 싹쓸이 하는 등 이른바 ‘소금 사재기 대란’이 일고 있다. 소금 품귀 현상에 가격까지 계속 치솟고 있는 가운데 이날 대전의 한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상가에 천일염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앞두고 20일 국내 일부 소비자들이 소금을 싹쓸이 하는 등 이른바 ‘소금 사재기 대란’이 일고 있다. 소금 품귀 현상에 가격까지 계속 치솟고 있는 가운데 이날 대전의 한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상가에 천일염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천일염 산지 가격 2배 올라…물량 확보 어려워” 

20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한 소금판매업소. 국산 천일염과 수입 소금을 사와 청주 지역 도매상과 마트 등에 유통하는 곳이다. 평소 30t씩 천일염을 보관하던 창고가 이날은 텅 비어 있었다.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전에 소금을 비축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소금이 금세 동 난 탓이다.

염전에서 소금을 받아오는 가격은 한 달 만에 2배 정도 뛰었다고 한다. 이 업소 이모(41) 팀장은 “대형 트럭 한 대에 천일염 26t을 가져오면 거래처 100여 곳에 2~3주씩 납품이 가능했는데 6월 들어서는 26t을 하루에 다 판다”며 “마트 등 소매점 외에도 소금판매업소에 직접 들러 소금을 사려는 주민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7월엔 비가 많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서 천일염 생산이 줄 것으로 예상한다”며 “산지 매입 가격은 뛰고, 이미 소금을 살 사람은 사 간 상태라 수요가 감소로 인해 소매 판매 가격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걱정했다.

20일 충북 청주 청원구 한 염업사에서 천일염 1.4t가량을 트럭에 싣고 있다. 이 물량을 마지막으로 재고가 바닥났다. 최종권 기자

20일 충북 청주 청원구 한 염업사에서 천일염 1.4t가량을 트럭에 싣고 있다. 이 물량을 마지막으로 재고가 바닥났다. 최종권 기자

품귀 현상 지속…소매점 소금 구매 제한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을 밝힌 후 전국에 ‘소금 대란’ 지속하고 있다. 지난주보다 소금 구매 행렬이 한풀 꺾이긴 했지만, 소매점에선 여전히 천일염 구매 제한 조처를 하는 곳이 많다. 충북에선 현직 농협 조합장이 천일염을 지인에게 팔았다가 주민들로부터 눈총을 받고 있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굵은 소금 5㎏ 기준 소매 가격은 지난 19일 현재 1만3094원으로 평년(7940원)보다 64.9% 뛰었다. 1년 전 1만1189원과 비교하면 17% 비싸다. 가정에서 김장하거나, 식당에서 많이 쓰는 20㎏짜리 소금 한 포대로 환산하면 평균 가격은 3만1760원에서 5만2376원으로 크게 올랐다. 인터넷에선 6만~7만원 대(20㎏)에 거래되고 있다.

20일 충북 청주 청원구 한 염업사 천일염 창고가 비어 있다. 좌우에 쌓여 있는 소금은 수입산과 정제염. 최종권 기자

20일 충북 청주 청원구 한 염업사 천일염 창고가 비어 있다. 좌우에 쌓여 있는 소금은 수입산과 정제염. 최종권 기자

소비자 “오염수 방류하면 암반염 먹겠다”

동네 마트와 농수산물 시장에선 천일염을 구경하기 어렵다. 이날 찾은 대전 대덕구 오정동 농수산물시장 젓갈 가게에서는 ‘굵은 소금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걸려있었다. 마트 관계자는 “20㎏들이 천일염 50~60개가 지난주 이틀 만에 다 팔렸다”며 “도매상에 얘기해도 천일염을 구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양모(42)씨는 “지난주에 마트에 들러 천일염 100㎏을 샀다”며 “오염수 방류 이후엔 암반염에서 채취한 수입 소금을 살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오전 충북 제천시 봉양농협 앞에서 제천농민회 봉양지회 회원들이 "소금 품귀현상 속 제천 시내 각 농협이 진작부터 구매 제한을 하는데도 봉양농협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조합장 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충북 제천시 봉양농협 앞에서 제천농민회 봉양지회 회원들이 "소금 품귀현상 속 제천 시내 각 농협이 진작부터 구매 제한을 하는데도 봉양농협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조합장 사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일염 지인에 판매한 농협조합장 눈총

충북 제천에선 현직 농협 조합장이 농협에서 보유한 천일염을 지인에게 팔았다가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제천농민회 봉양지회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봉양농협 조합장이 천일염 수십포를 지인에게 팔았다”고 주장했다.

봉양농협에 따르면 이 농협 경제사업소는 이달 초 20㎏짜리 천일염 3200여포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소금 사재기가 시작되면서 지난 16일 재고가 완전히 바닥났다. 농민회 측은 “B조합장이 제천 시내에 있는 조합원도 아닌 지인들에게 직접 봉양농협에 있는 소금을 수십포씩 판매해 조합원을 기만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불안감으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소금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한 대형마트에 소금 수급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불안감으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소금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19일 오전 서울 한 대형마트에 소금 수급 관련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연합뉴스

원전 전문가 "삼중수소 소금에 안남아"

이춘식 봉양지회장은 “B조합장은 천일염을 비롯한 농자재나 농산물 등은 조합원과 비조합원 관계없이 판매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면담 과정에서 해명했다”면서도 “전국적으로 소금 파동이 일면서 제천 주민도 시내에서 7㎞ 떨어진 봉양농협까지 와서 소금을 대량으로 사 갔다. 조합장이 사재기를 막지 못할망정 지인을 위해 소금을 판매한 것은 조합원을 우롱하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원전 전문가는 오염수가 방류되더라도 우리나라 천일염 피해는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용훈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삼중수소는 물인데, 물이 증발할 때 같이 증발한다”라며 “삼중수소는 소금에 남아있지 않게 된다”고 했다.

정 교수는 이어 “(원전 오염수는)후쿠시마에서 수 킬로미터만 가면 희석되고, 1L(리터)에 1Bq(베크럴) 삼중수소가 나온다”며 “당장 한강 물을 떠서 측정하면 1L에 1Bq 나온다. 그래서 서울 시민 소변검사 하면 그 정도의 삼중수소가 나온다”고 했다.

이어 “중국에서도 방류하는데 (삼중수소 농도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50배 정도를 방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고 있다”며 “그로 인한 영향은 사실 없고, 총량을 따져보면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리 해역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4년은 걸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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