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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 포르쉐' 가세연 무죄…"허위사실 맞지만 명예훼손 아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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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석 변호사(왼쪽부터), 김세의 전 MBC 기자,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가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용석 변호사(왼쪽부터), 김세의 전 MBC 기자,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가 20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씨가 “빨간색 외제 스포츠카를 타고 다닌다”며 허위사실을 방송한 강용석 변호사,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김용호 전 스포츠월드 기자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이종민 판사는 “허위 발언은 맞다”면서도 “조씨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표현은 아니다”라고 보고 이같이 판단했다.

이들은 2019년 8월 유튜브 가세연 채널에서 조씨가 다니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주차된 포르쉐 차량 사진을 공개하며 “조씨가 빨간색 외제차를 탔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해 지난해 9월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이 “조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조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지난 3월 법정에 증인으로 나온 조씨는 “빨간색 포르쉐는 다른 사람 차량”이라며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2013년형 아반떼를 운전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 역시 이들의 발언이 허위라고 봤지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이 성립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특정 발언으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어야 명예훼손이 성립한다. 재판부는 “외제차를 운행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가치중립적이어서, 조씨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봤다. 앞서 조씨는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온라인으로 유포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조씨의 ‘주관적인 명예 감정’이라며 선을 그었다. “사치스러운 경향이 있다는 인식을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사회적인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재판부는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허위 사실을 적시한 발언을 들은 경우와 진실한 발언을 들은 경우를 비교했을 때, 허위 사실을 적시한 발언을 들었을 때에 피해자의 가치가 침해된 것이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 발언의 경우 ‘포르쉐를 탄다’와 ‘아반떼를 탄다’라는 두 개의 사실을 나란히 들었을 때, 가치 평가에 있어 차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방송 당시에는 조 전 장관이 후보로 지명된 뒤라, 해당 방송이 ‘공적 관심사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공인인 조국의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 등을 제기한 것이라 피해자가 외제차를 운행하는지 여부는 공적 관심사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조씨도 단순한 사인(私人)이라기보다 공적 인물에 해당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공적 인물의 경우에는 비판과 의혹의 제기를 감수해야 하고,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이를 극복해야 하며, 공적 관심사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헌법상 권리로서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고 본다.

강 변호사는 “법무부장관 검증이라는 당시 상황과 저희 발언이 나오게 된 경위 등을 재판부에서 객관적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앞으로는 방송하면서 조금이라도 팩트체크에 실수가 없도록 충실한 방송을 할 것을 약속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 전 장관과 자녀들은 이 발언을 포함한 가세연 유튜브 방송 내용에 문제를 제기하며 위자료를 청구해 지난해 6월 1심에서 5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은 상태다.

강 변호사와 김 대표, 김 전 기자는 이날 오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한 차례 더 법정에 출석한다. 지난 대선 기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어린 시절 소년원에 다녀왔다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발언한 혐의다. 이들은 "당시 언론 기사 등에 근거해 의혹을 제기했을 뿐 단정적으로 표현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강 변호사는 이날 조씨 사건 재판부의 판단을 인용하며 “대통령 후보에 대한 검증 차원의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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